[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의 외이도염은 왜 잘 낫지 않을까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의 외이도염은 왜 잘 낫지 않을까
  • 최재용 대전 중리더펫동물병원 대표원장ㅣ정리·심예은 기자 (with.sim@k-health.com)
  • 승인 2024.03.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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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용 대전동물병원 중리더펫 대표원장

필자가 약 20년간 동물병원에서 가장 많이 한 진료는 단연코 외이도염이다. 동물병원 특성상 어린 강아지를 많이 접하는데 보통 어린 강아지는 귓병이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좋지 못한 상태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필자 경험상 어린 강아지 중 약 30%는 귀가 좋지 않거나 관리가 필요하다.

어린 강아지나 야외생활을 하는 고양이의 외이도염 중 빨리 치료해야 하는 것은 귀진드기감염이다. 귀진드기는 감염된 동물과의 접촉을 통해 전파되며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가려움증이 심하지 않은 때가 많아 검이경을 통한 검사가 필수다.

귀진드기를 검이경으로 검사하면 마치 SF영화나 괴물이 나오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얀 벌레가 꿈틀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징그러운 것과는 별개로 귀진드기는 치료가 잘 되니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귀진드기감염은 외이도염에서 문제되지 않는다. 귀진드기감염은 잘 낫고 재발도 거의 없다. 물론 야외생활을 즐겨 하는 고양이는 치료 후 다시 감염되기도 한다. 고양이가 외출을 자주 한다면 정기적인 건강검진 등을 통해 귓속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외이도염이 잘 낫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귀의 해부학적 구조 때문이다. 사실 반려동물의 귀뿐 아니라 사람의 귀도 비슷하게 안쪽으로 피부가 들어가는 특수한 구조라서 한 번 귓병이 생기면 잘 낫지 않는다. 신체 내부를 향해 있는 구멍은 미생물이 살기 좋은 은신처가 될 수 있다. 미생물이 성장하는 데 좋은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번 문제가 발생하면 여간해서는 해결이 힘들다.

두 번째 이유는 알레르기다. 알레르기가 있는 개의 80%는 외이도염이 있다. 필자의 동물병원에 방문하는 반려동물의 70%는 알레르기성피부질환 등을 앓고 있다. 알레르기성질환 자체가 치료가 어려워 외이도염도 치료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지나친 귀청소다. 이 경우는 상당히 특이한데 종종 발생한다. 지나친 귀청소 자체가 자극이 돼 외이염을 일으키거나 면봉 등으로 귀지를 청소하려다 오히려 귀지를 밀어넣는 경우다. 외이도 직경보다 큰 청소도구를 쓰면 귀지를 밀어넣게 된다. 이에 밖에서 보이는 귀는 깨끗한데 계속 외이염이 재발한다. 검이경으로 검사하면 수평외이도에 오래된 귀지가 잔뜩 있다. 수평외이도의 오래된 귀지를 물리적으로 제거하기는 쉽지 않아 치료에 몇 달이 걸린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외이도는 수직외이도와 수평외이도로 구성돼 있다. 수직외이도는 밖에서 잘 보이지만 수평외이도는 검이경 같은 특수기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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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귀 해부구조 모형

오늘은 왜 외이도염이 잘 낫지 않는지 설명했다.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잘 치료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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