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반려동물로 성장시키기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반려동물로 성장시키기
  • 승인 2013.01.0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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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영달이 (가명)’가 진료실로 헉헉거리며 흥분한 채 뛰어 들어온다. 뒤 이어 큰 한숨을 쉬시며 아주머니도 들어오신다. 일반적으로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동물들은 병원 특유의 분위기와 함께 예전에 진료를 받았던 기억들로 인해 위축되기 마련이지만 이 당당한 10살 퍼그종 아이는 그렇지가 않다. 문제는 행동자체가 당당함을 넘어 남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정도로 막무가내라는 것.
 
‘영달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개들이라면 의례히 감수해야 할 목걸이와 목줄을 한 적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강아지 시절 몇 번 시도했지만 너무 싫어해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목걸이와 목줄을 해 본적이 없다. 목걸이와 목줄이 없으니 외출 시 마음대로 거리를 활보하는 영달이를 통제 할 수 없어 매번 ‘이리와’ ‘안 돼’ 등의 높은 고음의 과격한 단어들로 그를 통제해야만 한다고 아주머니는 말했다. 통제되는 경우보다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문제인 것이다.

영달이는 다양한 동물들을 다루는 수의사들에게도 버거운 존재다.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인해 발생된 귀의 염증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길쭉한 깔때기처럼 생긴 검이경이라는 검사기구를 귀 안쪽 깊숙이 넣어 검진해야 하지만 도무지 검이경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으르렁 거리고 심지어 물기까지 하는 이 친구를 그래도 수의사들은 이리저리 달래가며 귀 검사와 아울러 귀 세척, 약물 투약을 30분간에 걸쳐 끝낸다.

사람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과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애견에게도 훈육이 필요하다. 강아지는 태어나면서부터 어미의 행동, 형제자매들과의 관계를 통해 사회성을 습득하게 된다. 

병원에서의 진료는 이 정도로 마무리 되지만 문제는 계속적인 귀 염증 치료를 위해 집에서 하루에 두 번 귀 속에 약물을 넣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영달이는 아주머니의 접근을 도무지 허용하지 않고 심지어 가족 모두가 나서 약을 넣어주려 하면 식탁위로 올라가 맹렬히 반항한다고 했다. 평소 심기가 불편하면 높은 곳에 올라가 맹렬히 짖어대고 물기까지 하는 영달이를 가족들은 포기한 지 오래라고도 했다.
 
마침 영달이가 병원을 다녀간 오후 젊은 부부가 어린 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병원 문을 들어섰다. 그 옆에는 하얗게 얼굴 털이 세어 버린 비글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뒤따랐다. 이 아름다고 사랑스러운 올해로 13살 나이의 ‘제인’은 병원 대기실 한쪽에서 바닥에 턱을 대고 엎드려 조용히 자신의 진료차례를 기다렸다.
 
가끔 유모차 안 아이가 울 때면 고개를 번쩍 들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 볼 뿐 복잡하기만 한 동물종합병원 대기실 안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귀의 염증을 치료할 때도 ‘앉아’ ‘기다려’라는 명령에 절대 복종하며 순순히 수의사들에게 자신의 몸을 맡길 뿐 아니라 진료가 끝난 후에는 자신을 괴롭힌(?) 수의사들의 얼굴을 연신 핥아 되며 고마운 마음을 온 몸으로 표현해 주기까지 했다.
 
이런 모습은 국내 애견가들 사이에서 괴팍한 성격으로 악명 높은 비글종 애견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놀라웠지만 그 배경을 듣고 보니 절로 이해가 갔다.
 
‘제인’은 젊은 부부가 미국 유학시절부터 함께한 반려견으로 강아지 시기였을 때는 여느 비글종 강아지 못지않게 말썽꾸러기였다.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제인을 위해 부부는 애견훈련 관련 책자를 섭렵했고 매주 주말이면 두 시간 가량의 거리를 운전 해 ‘obedience class’(애견복종 훈련과정)도 참가했다. 그 후 두 살 무렵에는 미국애견클럽(AKC)이 수여하는 ‘Canine Good Citizen’(애견의 복종도와 사회성 정도를 엄격히 평가해 부여하는 타이틀로 합격된 애견은 사회생활에 전혀 문제되지 않는 애견으로 인정됨)도 획득했다.
 
사람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과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애견에게도 훈육(訓育)이 필요하다. 강아지는 태어나면서부터 어미의 행동 및 형제자매들과의 관계를 통해 사회성을 습득하게 된다. 이후 생후 2개월 무렵부터는 본격적으로 인간과의 생활에 필요한 사회성을 경험 하나하나를 통해 습득하고 체득하게 된다.
 
특히 생후 1년까지는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정신적 변화 또한 왕성한 시기이기에 이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긍정적 경험들을 통해 규범 등을 하나씩 익혀나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사람들뿐 아니라 다른 동물과의 만남은 항상 즐거운 것이지만 때로는 참을 수 있어야 하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
 
사실 아무 곳에서나 대소변을 보고 또 자신이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 자체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 줄 수 있음을 개들에게 각인 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따듯한 어조로 끊임없이 반복해 알려주며 (윽박지르고 물리적 힘으로 제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잘한 경우에는 무한한 칭찬과 적절한 보상을 해 준다면 우리 집 애견도 제인처럼 멋진 견공이 될 날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수많은 제인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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