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역설]잠은 반듯이 누워 자야만 한다고? 수면자세에 숨겨진 비밀
[웰빙의 역설]잠은 반듯이 누워 자야만 한다고? 수면자세에 숨겨진 비밀
  • 한동하 한의학 박사
  • 승인 2012.11.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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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누구나 잠을 잔다. 이래저래 자는 시간을 합쳐보면 인생의 3분의 1 정도는 잠들어 있는 셈이다. 잠을 재우지 않는 고문이 있는 것을 보면 잠은 기본적인 생리적 본능에 해당하는 것 같다. 잠을 자는 이유는 졸려서이겠지만 졸린 이유 중 하나는 낮 동안의 활발한 대사를 잠시 쉬면서 노폐물을 제거하고 해독도 하면서 중력으로 인해 피로해진 몸을 쉬게 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잠을 자는데 특별하게 도움이 되는 건강한 수면자세가 따로 있을까?

항간에서는 반듯한 자세로 자는 게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특히 척추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반듯하게 누워서 자야하고 건강한 사람들도 옆으로 누워서 자거나 엎드려 자게 되면 척추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갓난아이들도 영아돌연사 증후군이나 척추변형을 막기 위해 반듯하게 누워서 재우는 것을 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듯하게 누워서 자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같지만 수면자세에는 인류의 진화론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다. 원래에는 엎드려 자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배를 드러내 놓고 잤던 게 되지 않았을까. 원시시대에는 밤사이에 혹여나 있을 수 있는 맹수의 공격 등으로 편안하게 잠을 자지 못했을 것이다. 당연히 외부의 자극에 즉각적인 행동을 취해서 공격에 대한 방어나 도주를 해야만 했다.
 
우리 몸을 흐르는 경락이 공격을 막아내는 곳에는 양경이 흐르고 내부 장기가 들어있는 복부로는 주로 음경이 흐르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공격을 받으면 웅크리는 자세를 취하는데 이때 양경으로 방어를 하는 셈이다. 따라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당연히 엎드려 자거나 약간이라도 모로 누워서 자는 자세인 것이다.
 
마치 네발동물이 엎드려 자다가 인기척이 나면 바로 고개를 들고 경계를 취하는 것과 같다. 똑바로 누워 자게 되면 생명과 직결되는 장기들이 바로 노출되기 때문에 쉽게 위험에 빠지고 재빠르게 방어하기도 어렵게 된다. 이러한 진화론적인 사실 때문에 아직도 인간의 교감신경은 수면 중에도 아주 빠르게 흥분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

최근 영국에서 보디랭귀지 전문가가 잠을 자는 자세에 따른 성격의 유형을 발표했다.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약 30% 정도는 통나무처럼 똑바로 누워서 잔다고 했다.
 
이들의 특징은 남들에게 군림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했는데 거만한 경우다(필자 주-태음인형). 똑바로 누워서 자는 자세는 보초가 지켜주듯이 외부의 공격이 없다는 판단이 전제하다고 볼 수 있다. 엎드려서 자는 자세는 항상 불안함에 쫓기고 자신이 삶을 이끌어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집단으로 해석을 했다(필자 주-소음인형). 옆으로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자는 경우가 가장 많았는데 역시 걱정이 많고 무언가를 갈망하는 부류라고 진단했다.
 
이런 결과를 보면 똑바로 누워서 잔다는 것은 걱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불안하거나 걱정이 많을수록 엎드려 자거나 모로 누워서 자는 것이 분명하다. 진화론적인 해석과 일치한다.
 
옛말에 시체처럼 자지 말라고 했다. 어린아이들의 경우도 양체(陽體)이기 때문에 한 자세로 잠을 잘 수도 없다. 온 방을 헤집고 다니면서 자는 것이 당연하다.
 
《동의보감》에도 “잘 때에는 반드시 옆으로 누워서 무릎을 구부리는 것이 좋으며 이와 같이 하면 심기(心氣)를 도와준다”고 했다. 반듯하게 누워서 자는 것보다 옆으로 누워서 자면 마음을 더 진정시킨다는 것이다.
 
낮에는 폐로 호흡을 하지만 밤에는 폐의 짝이 되는 대장이 호흡을 하기 때문에 옆으로 누워서 자면 장호흡이 편해진다. 오른쪽으로 누워서 자면 우측에 있는 간을 활성화시킨다. 실제로 눕거나 수면 중에는 혈류량의 1/4 가량이 모두 간으로 들어간다. 부처님도 평생을 오른쪽으로 누워서 잠을 잤다고 한다. 반대로 위가 불편한 경우는 왼쪽으로 누워서 자면 위의 해부학적인 구조상 위를 재우는 자세가 된다. 코골이의 경우도 옆으로 누워서 자면 목젖이 중력으로 기도를 막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잠을 자는 자세는 다양한 요소가 관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가 편안하게 누워서 배를 드러내 놓고 잠을 잘 수가 있다는 것은 그 만큼 하루가 편했고 수면 공간이 안전하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다. 더불어 수면자세는 외부 맹수의 공격과 같은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와 같은 내부적인 공격요소 또한 중요하게 관여가 되고 있다.
 
이제 나를 공격할 맹수는 없다. 다만 내 심장 안의 스트레스라는 맹수를 잘 다스려야 할 것이다.
 
엎드려 자거나 옆으로 모로 누워 자거나 상관없다. 잠을 잔다는 것은 신체?심리적 치유효과가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자세가 건강한 수면자세이다. 몸의 통증과 하루의 심리적 고통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자세라면 최고의 수면자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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