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역설]우리 몸에 불필요한 기관은 없다
[웰빙의 역설]우리 몸에 불필요한 기관은 없다
  • 한동하 한의학 박사
  • 승인 2012.11.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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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도선·맹장도 제거하지 않아야 면역에 도움


요즘 아이들이 편도선염을 자주 앓는 탓에 편도선을 제거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과거에는 부잣집과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을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가 ‘편도가 있느냐 없느냐’였다고 한다. 한때 편도는 흔적기관 중 하나로 별다른 역할을 못하는 기관으로 인식돼 제거하는 것이 유행했기 때문이다.
 
우리 목 주위에는 구개편도, 아데노이드(인두편도), 설하편도 등 여러 개의 편도선이 링처럼 구성돼 있다. 이것들은 폐나 위장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편도선이 붓고 아프면서 열이 난다는 것은 면역시스템이 제대로 가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만약 편도선이 수술로 제거된 경우라면 붓고 열이 나면서 아플 일도 없겠지만 동시에 국경수비대 역할을 하는 몸의 최전방 방어선도 없는 것과 같다.
 
한의학에서도 편도가 누에나방을 닮았다고 해서 유아(乳蛾)라고 했다. ‘동의보감’에서는 “유아가 있는 인후부는 몸의 관문이나 요새와 같다”고 해 목 주위에 방어기능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이는 폐의 기운과 관련이 크다고 했다. 즉 폐기가 강하면 작동할 필요가 없지만 폐기가 약하면 작동하는 것이다. 증상의 정도는 면역력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이처럼 한때 쉽게 제거했지만 중요한 가치를 지닌 기관들이 있다. 흔히 맹장이라고 알려져 있는 충수돌기 역시 한때 개복수술을 하면서 서비스 차원에서 떼 준다고 할 만큼 불필요한 기관으로 여겨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충수돌기 역시 편도선처럼 면역시스템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동하 한의학박사 
스웨덴의 한 의과대학에서 20세 이전에 편도선제거수술이나 충수돌기제거수술을 받은 케이스를 조사한 결과 동맥경화증에 의한 심근경색과 면역질환 발병위험이 현저하게 높아졌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들 기관 이외에 갑상선도 과거에는 대표적인 흔적기관으로 분류된 기관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갑상선이 없으면 무기력증에 빠지고 활동을 거의 할 수 없다. 이제는 갑상선이 불필요한 기관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작은 꼬리뼈도 과거 조상의 꼬리흔적이었다는 사실여부를 떠나 인체의 균형을 맞추는데 요긴하게 작용하면서 그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우리 몸의 털도 마찬가지다. 우리 몸에는 머리카락 외에도 털이 많은 부위가 있다. 겨드랑이, 생식기, 사타구니, 눈, 코 등이다. 머리에 털이 존재하는 이유는 신체 중요 부위를 털로 보호함과 동시에 보온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눈썹과 코털 역시 눈과 코로 이물질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겨드랑이나 사타구니도 림프절이 모여 있어 면역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부위임과 동시에 움직임이 많았던 과거에는 마찰 때문에라도 당연히 털이 필요했을 것이다.
 
요즘 보면 겨드랑이털을 아무렇지도 않게 없애는데 이 또한 우리 몸 특정조직의 존재 이유를 무시하는 것으로 부지불식간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염은 남성호르몬의 대표적인 발현이다. 그래서 고환을 제거한 환관이나 여성에게는 수염이 없다. 남성의 수염은 마치 사자의 수컷에게만 갈기가 있고 공작수컷에게만 화려한 깃털이 있는 것처럼 남성성의 상징이다.
 
우리 손·발톱도 과거엔 매우 두껍고 강해 공격용으로도 사용되거나 심지어 땅을 파는 용도로도 사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시에는 인위적으로 깍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마모됐을 것으로 유추된다.
 
최근에는 손톱의 특징적인 모양이 건강상태를 평가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이는 우리 몸의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증거다. 우리의 손발톱은 단지 네일아트를 위한 용도가 아닌 것이다. 우리 몸의 특정 기관 중 이유 없이 발생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인간의 기관과 조직은 사용하지 않아 퇴화된 것이 아니라 다만 적응하고 있을 뿐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그 쓰임새를 조절해가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는 기관과 조직은 없다. 이제 더 이상 흔적기관은 없다. 고통만 주는 ‘없어도 무관한’ 편도선이 아니라 나를 지켜주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고마운 편도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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