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역설]오리고기의 불편한 진실…많이 먹어도 살 안 쪄?
[웰빙의 역설]오리고기의 불편한 진실…많이 먹어도 살 안 쪄?
  • 한동하 한의학 박사
  • 승인 2012.12.05 0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항간에 소고기는 절대 먹지 말고 돼지고기는 있으면 먹고 오리고기는 찾아서 먹으라는 말이 있다. 오리고기가 그만큼 몸에 이롭다고 여기는 것 같다. 환자들에게 “육류의 섭취를 줄이세요”라고 말하면 환자 중 일부는 “그럼 오리고기는요?”라고 되묻기도 한다.

기름성분이 많은 동물성 영양분 섭취를 줄이라는데 갑자기 오리가 튀어나온다. 게다가 인터넷을 보니 오리기름은 수용성이라 많이 먹어도 살찌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 이 모든 것이 사실일까?

‘동의보감’에 “오리고기는 성질이 서늘하고[冷] 맛이 달고 허한 것을 보하고 장부를 고르게 하고 오줌을 잘 나게 한다”고 했다. 또 “오리기름은 기운이 차고 부종을 치료한다”고 명시돼있다. 오리가 약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기록이다. 그런데 오리만 약으로 기록된 것이 아니라 오리보다 많이 먹는 닭고기는 지면을 더 많이 할애해 기록하고 있다. 또 약으로 사용하는 조류의 종류는 무려 모두 107가지나 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오리에게만 유독 ‘약용’이라는 형용어가 따라다니고 있다. 여기에는 이미 작고하신 모 한의학자의 역할이 크다. 그는 저서에서 오리를 칭송했는데 특히 유황 먹인 오리를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표현했다. 오리는 유황을 먹어도 살 뿐더러 유황의 독을 제거하면서도 약성만은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오리는 못 먹은 것이 없는 잡식성이다. 부리가 넓적한 이유는 뭐든 입에 넣어 걸러내기 위한 것이다. 오리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먹다보니 해독능력이 좋아졌는지는 몰라도 유황을 먹고 살아남았다고 해서 유황의 약성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는 것은 과장된 추측이다. 단지 오리에게 유황해독능력이 있다는 것만 사실일 뿐이다.

오리기름은 상온에서 액체상태다. 바로 이 때문에 오리가 더더욱 각광받는다. 동물성지방은 포화지방산으로 상온에서 모두 굳어버리는데 오리기름은 굳지 않는다. 그래서 들기름, 참기름처럼 식물성기름인 불포화지방산과 동등하게 취급받기도 한다.

주위를 보면 오리구이를 먹고 그 기름에 밥을 비벼먹는 분들이 꽤 있다. 심지어 오리기름이 혈관을 청소한다면서 구석에 모여 있는 기름을 일부러 떠먹는 분들도 있다. 오리기름을 약으로 사용하기 위한 ‘잘못된’ 목적이라면 그냥 산나물비빔밥에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듬뿍 쳐 먹거나 싱싱한 샐러드에 올리브기름을 양껏 드레싱해서 먹는 것이 백배는 현명하다.

오리고기는 많이 먹어도 절대 살이 안 찐다는 속설도 잘못된 정보다. 오리기름이 상온에서 액체인 이유는 다른 동물성지방에 비해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리기름에도 포화지방산이 있다. 불포화지방산도 지나치면 어느 정도는 지방으로 저장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인터넷에 떠도는 ‘오리고기가 동맥경화나 고혈압을 치료하고 성인병을 예방한다’는 표현도 과장된 것이다. 당연히 오리고기도 많이 섭취하면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정확한 표현은 다른 육류에 비해 ‘덜 해롭다’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 심지어 항간에는 오리 피가 중풍예방효과가 있다면서 살아있는 오리를 잡아 피를 마신다는데 이것이야말로 중풍촉진제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닭 등의 다른 조류와 달리 서늘한 기운을 가진 오리고기는 특징적인 이로움이 있다. 또 오리기름은 다른 동물성지방과 달리 건강에 큰 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오리고기는 약을 대신하는 고기가 아니다. 지나친 섭취는 모자람만 못할 뿐이다. 오리의 효능이 과잉포장돼 지나치게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