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역설]약이 되는 술 vs 독이 되는 술
[웰빙의 역설]약이 되는 술 vs 독이 되는 술
  • 승인 2012.12.2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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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이 되면서 술자리가 잦다. 하루가 멀다 하고 송년회가 있으며 저녁식사모임이면 으레 맥주 한잔이라도 해야 제대로 모인 것 같다. 술은 우리 조직사회에서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술은 인류문화에 있어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아마 특정음식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특정액체(알코올)를 버리지 않고 무심코 먹어 보니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잊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그러다가 부족잔치나 주술적인 행사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술은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약으로 이용했다. 약 2000년 전 작성된 ‘황제내경’에는 ‘탕액요례(湯液?醴)’편이 나오는데 탕약과 함께 요례(?醴 : 먹걸리와 단술) 역시 약으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요즘은 술을 미음(물)처럼 마신다(以酒爲漿)”고 표현하면서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고 했다. 요즘 약을 끓일 때도 주수상반(酒水相半)이라고 해 물과 술(청주)을 절반씩 섞어 거기에 한약재를 넣고 끓여 추출하기도 한다.
 
술을 물처럼 마시면 안 되지만 물은 술처럼 마셔야 한다. 물을 많이 마시면 알코올의 흡수를 더디게 할 수 있고 술도 덜 취하면서 빨리 깬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대부분 위에서 흡수되지만 물과 함께 마시면 알코올이 소장으로 내려간다. 소장의 알코올 흡수율은 위의 10~20%에 불과하다.
 
참고로 술을 마시면 소변양이 많아지는데 알코올이 이뇨작용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갈증을 해소하고자 술을 마시면 탈수 때문에 더 갈증이 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도 음주 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시면 유독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이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유는 이런 사람은 간에 알코올의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탈수소효과가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술을 해독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실제로 독이 되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 안 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주위에 보면 처음 1~2잔에는 얼굴이 붉어졌다가 그 이상 마시게 되면 안색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술의 약성은 양(陽)적이고 열(熱)하기 때문에 상기되는 것이 당연하다. 또 알코올 자체가 모세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진다. 이러한 모세혈관은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계속 알코올이 들어와도 차츰 적응되면서 확장된 혈관이 정상화되고 붉은 기운이 없어진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붉어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독약을 먹는 것처럼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정신적·신체적으로 크게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얼굴이 붉어지는 이유는 전적으로 알코올분해효소가 없어서만은 아니다. 참고로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멀쩡한 분들 중 술을 한잔도 못하는 사람도 많다.
 
또 각기 자신의 체질에 따라 맞는 술의 종류가 따로 있다. 소음인은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정종이 좋다. 태음인은 기운이 가벼운 소주, 소양인은 보리로 만든 시원한 맥주, 태양인은 포도나 머루로 만든 와인이 잘 맞는다.
 
요즘 소주(음인용)와 맥주(양인용)를 함께 섞어 마시는 주법이 일반화돼 있는데 나름 음양의 조화를 이룬 국민주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과음은 절대 금물이다. ‘동의보감’에는 “술은 3잔을 넘기지 말라”며 “술은 오곡의 진액으로 사람을 이롭게도 하지만 상하게도 한며 오래 마시면 힘줄이 늘어지고 수명이 단축된다”고 했다.
 
술은 원래 약으로 사용됐지만 과거에도 일상에서 술로 인한 병이 많았던 것 같다. 한의학적으로 대표적인 방법이 땀을 내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것이다. 이는 물을 충분하게 마셔 혈액 속의 알코올성분을 희석하고 동시에 수액대사를 원활하게 하고자 한다는 의미다. 이 말을 ‘사우나’를 하라는 말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특히 심혈관질환이 있는 경우 음주 후 사우나는 폭탄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격이다.
 
술은 약이면서 독이다. 필요에 따라서 적당하게 요긴하게 쓰이면 약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필요치도 않는 상태에서 과하게 쓰이면 독이 될 것이다. 원래 약과 독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약도 잘 못쓰면 독이 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올 한해 고통스러웠던 일은 좋은 술 한 잔으로 잊어버리자. 그리고 새해에는 좋은 일로만 축배를 들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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