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역설]허주(虛舟), ‘비움’의 건강 키워드
[웰빙의 역설]허주(虛舟), ‘비움’의 건강 키워드
  • 승인 2013.01.02 16: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지나고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계사년(癸巳年)이다. 12간지 중 뱀띠에 해당한다. 뱀은 의학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히포크라테스는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의 후손으로 아스클레피오스는 뱀에 휘감긴 막대를 들고 있다. 이 뱀은 모든 병을 치료하는 독을 갖고 있다고 해서 의료를 상징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로고에도 뱀이 나온다.

뱀은 자신을 최대한 낮추는 동물이기도 하다. 없는 것처럼 항상 숨어서 잘난 체하지 않는다. 반면 인간은 모든 것이 채워져야 좋아한다. 남들에게 없는 것을 작고 있다고 으쓱대면서 뽐내지만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도 여전히 허전하고 부족하다. 자신보다 더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實)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논어’ 선진 편에 나오는데 공자가 자신의 두 제자인 자공(子貢)과 자하(子夏)의 너그러움에 대해 말하면서 ‘자공의 너무 잘난 것도 자하의 모자란 것과 같다’고 했다. ‘너무 지나침도 좋지 않다’라는 뜻으로 지나칠 바에야 차라리 부족한 것이 낫다는 식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더 많이 가지려고만 하면 실(實)함을 더욱 실(實)하게 하는 우를 범하게 되고 결국 마음과 몸에 병이 생기는 것이다.

종기가 낫기 위해서는 처음 속이 가득차고 단단한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곪아 터져 고름이 빠져나가야 낫는다. 염증이 생기면 단단해지고 붓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결코 낫지 않는다. 과식으로 체했을 때도 토하고 설사를 해서 속을 비우면 속이 편해진다.

항상 모자란 듯 부족한 것이 건강에는 더욱 좋다. ‘동의보감’ 첫 장에도 “사람의 형체는 긴 것이 짧은 것만 못하고 큰 것이 작은 것만 못하고 살찐 것이 여윈 것만 못하다”고 했다.

약간 부족한 듯이 비워진 상태가 건강에도 이롭다. ‘장자’ 외편에 허주(虛舟)라는 글이 있다. ‘당신 혼자 노를 저어 강을 건너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배 한척이 다가오면 어떻게 하겠는가? 분명 소리를 질러 배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도록 할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더 가까지 다가와서 부딪힐 것 같으면 ‘욕설’까지 하면서 어서 빨리 배를 돌리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배가 빈 배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당연히 아무 말 없이 당신의 배를 다른 방향으로 저어 혼자 알아서 피해 갈 것이다(필자 각색)’

채워져 있을 때는 문제가 되던 것이 비워져 있으니 사라진다. 상황은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는데 불편함이 없어진다. 바로 관계의 문제다.

“그대가 자신을 비우면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면(人能虛己以遊世) 누가 당신에게 피해를 줄 수 있겠는가(其孰能害之).” 맞다. 정신적 스트레스 역시 관계의 문제요, 육체적 질병 또한 관계의 문제다. 가족과 갈등이 있을 때, 친구와 다툼이 있을 때, 실제로는 화를 내는 상대는 애초부터 없었다.

자신이 고통 받는 병의 원인은 부모로부터의 유전, 교통사고, 먹는 것이나 오염된 도시의 환경 등이 아니다. 모든 원인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당신 자신에게 있다. 당신이 스스로를 비울 수 있고 모든 것의 원인이 당신으로부터 비롯됨을 안다면 당신의 모든 마음과 몸은 가벼워질 것이다.

‘빈 배’는 결국 당신 자신의 배이기 때문이다. 건강함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먼저 비워야 한다. 허주(虛舟)처럼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