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역설] '때’ 밀면 피부가 좋아질까, 나빠질까?
[웰빙의 역설] '때’ 밀면 피부가 좋아질까, 나빠질까?
  • 한동하 한의학 박사
  • 승인 2013.02.13 1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은 민족고유의 명절 ‘설’이었다. 설을 맞이하기 전 목욕을 깨끗하게 하고 설빔을 입는 것은 풍습 중에 하나다. 필자도 오랜만에 아들 녀석과 함께 대중목욕탕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대중목욕탕은 북새통이고 때를 미는 곳은 밀려서 아예 예약을 받고 있었다. 그 바쁜 와중에도 ‘때가 안 불었다’는 이유로 예약순서를 다음으로 미루기도 했다.


‘때’의 사전적 의미는 탈락된 피부 표면의 각질층과 땀, 피지, 외부의 먼지가 섞인 것으로 돼 있다. 사전적 의미로만 보면 각질층 중에서도 탈락된 죽은 세포들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우리가 밀고 있는 때는 아직 기능이 남아 있는 탈락되기 전의 각질층까지 모조리 벗겨내고 있다. 때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혹자는 때를 밀지 않으면 피부가 거칠어진다고 한다. 당연히 우리 피부의 맨 바깥쪽의 각질층이 약간 거친 느낌이 있을 뿐이지 때를 민다고 피부가 부드러워지는 것이 아니다. 역시 각질의 한자어도 각화된 재질로 ‘角質(각질)’이다. 각질층을 벗겨 내 버렸으니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일시적으로 들 뿐이다. 그러나 우리 피부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시 각질층을 만들어낼 것이다.
 
인간의 피부의 구조는 가장 바깥쪽에 표피층이 있다. 표피는 기저층에서 시작해서 5개의 층으로 돼 있는데 가장 바깥쪽이 각질층이다. 각질층은 표피에서 4주정도 주기로 저절로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때를 밀지 않는다고 각질이 지속적으로 쌓여 점점 두꺼워질 수는 없다. 새로운 각질층이 밀려 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간다.
 
인간의 피부는 노화되면서 피부의 두께는 점차 얇아지지만 각질층은 두꺼워진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나이가 들면서 수분 보유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각질층이 두꺼워지면서 조금이라도 피부로부터의 수분손실을 막고자 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습관적으로 때를 밀게 되면 각질층이 얇아지면서 피부는 더욱 건조해진다. 그래서 노인이 되면서 건조성 피부염 등이 더욱 심해지기도 한다.


피부는 땀과 함께 피지도 분비한다. 인간의 피부는 자연계에서 유일하게 물과 기름성분이 섞이는 곳이다. 땀과 피지는 서로 섞여서 약산성을 유지한다. 이러한 분비물은 세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며 촉촉하고 윤택하게 만든다. 이 분비물을 우리는 속된 말로 ‘개기름’이라고 부른다. 미용 상 불편하다고 막 지워내면 피부는 다시 기름층을 만들어 낼 것이 당연하다. 주인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각질층이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중요한 차단막 역할을 한다.


한의학에서 피부는 폐가 주관한다고 했다. 이것은 폐와 함께 피부도 동시에 호흡을 한다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외부로부터 사기의 침입을 방어한다는 측면이 크다. 즉, 피부는 저항력과 관련이 있는 일종의 방어막으로 여긴 것이다. 그래서 피부가 약하면 감기에도 잘 걸린다는 말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인간을 제외한 많은 생물들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껍질과 피부를 가지고 있다. 끈적이는 뮤신을 분비해서 위기상황을 벗어나기도 하고 간혹 허물을 벗어 새로운 각질세포로 더욱 건강하게 무장하기도 한다. 식물들도 껍질을 벗겨 놓으면 말라 죽는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피부를 위해서라면 때를 미는 것은 바람직한 행위가 아니다. 실제로 때를 미는 그룹과 밀지 않은 그룹의 보습력과 같은 피부건강상태를 비교해 봤더니 밀지 않은 그룹이 더욱 건강한 피부로 확인된 바도 있다. 과거 논밭에서 일하면서 흙이 묻거나 특별하게 접촉되는 오물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볍게 샤워만 하는 것이 피부건강에는 더욱 이로울 것이다. 피부의 각질은 목욕 시에 벗겨내기 위한 ‘때’가 아닌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막인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