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역설]장수의 비밀 담겨진 ‘침’ 한동하 한의학 박사 | 2013. 02. 20 21:39
[웰빙의 역설]장수의 비밀 담겨진 ‘침’ 한동하 한의학 박사 | 2013. 02. 20 21:39
  • 한동하 한의학 박사
  • 승인 2013.02.2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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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에 보면 아무렇지 않게 침을 뱉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에서도 불량스럽게 생긴 건달이 바닥에 연신 침을 뱉는다. 하지만 침을 아무 곳에나 뱉는다면 자신만 손해다. 침 안에는 엄청난 장수의 비밀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침은 99%가 물이고 나머지 1%에 다양한 성분이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알파아밀라제와 같은 소화효소와 면역글로블린 같은 면역물질이다. 뿐만 아니라 피를 응고시키는 성분도 있고 상처를 보호하고 빨리 낫게 하는 성분도 있다. 벌레에 물린 곳에 침을 바르는 것도 같은 원리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성분들은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라 먹는 음식과 기후, 감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당연히 채식 위주의 민족과 육식을 많이 하는 민족의 침 성분은 다를 것이다. 이는 거머리 같은 생물체의 침샘 속 물질들이 진화되면서 변화한 것과 같다. 거머리가 분비하는 항응고물질과 진통물질 등은 초기보다 훨씬 다양해지고 정교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미물인 거머리가 이러한데 인간은 오죽하겠는가.

침의 분비는 자율신경과 관련돼 있어 심리상태에 따라서 점도가 달라진다. 평소에 신경 쓰거나 긴장하면 입이 마르는 것은 침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침은 소화액의 일종으로 부교감신경의 영향을 받는데 긴장상태에서는 부교감신경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침은 음식물이 들어오면 무조건반사로 분비되기도 하지만 특정 음식물의 맛이나 냄새 등에 따라 조건반사적으로 분비되기도 한다. 레몬을 먹는다고 상상했을 때 침이 고이는 것은 조건반사다. 침 속 성분의 종류와 비율을 살펴보면 그 사람의 식습관과 심리적인 상태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심지어 면역상태는 물론 침을 뱉는 습관에 따라 얼마나 단명할지, 오래살 수 있는지도 알 수 있다.

한의학에서 침은 두 종류로 나뉜다. 바로 물처럼 멀건 침(涎:연)과 끈적이면서 잘 끊어지지 않고 끈적이는 느침(唾:타)이다. 멀건 침은 배고플 때 음식물 앞에서 입 안 가득 고이는 침이다. 이는 비장(요즘의 췌장)과 관계있으며 음식물을 소화시킨다. 반면 끈적거리는 느침은 정(精)을 주관하는 신(腎:선천적인 기운을 다스리는 장기로 호르몬계를 총괄)의 기운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느침을 ‘신(腎)의 액’이라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항상 침(타액:唾液)을 땅에 뱉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입에 물고 있다가 다시 삼키면 정기(精氣)가 늘 보존되고 얼굴과 눈에 광채가 돈다’고 기록돼 있다. 진액을 되돌린다고 해 연진법(廻津法)이라고 한다.

평소 편안하게 있을 때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의 혀로 입안과 잇몸을 위아래로 골고루 돌려주면 끈적거리는 침이 생긴다. 바로 그 침이 면역력을 높이고 노화를 방지하는 느침이다. 느침은 3번에 나눠 마신다.

건강한 침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무병장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침은 단지 음식을 먹을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침을 뱉지 않고 삼키는 것만으로도 장수할 수 있다. 입안의 침은 보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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