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활성화, 인식개선이 먼저다
장기기증 활성화, 인식개선이 먼저다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2.11.23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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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절차·유족 예우 걸림돌
이식대기자는 늘고 기증자는 줄어
현재 ‘옵트인’제도 보완 법제화에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도 바뀌어야
국내 장기이식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호자 의사에 좌우되는 현행법 개정과 근본적인 제도개선 및 국민들의 인식개선이 중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국내 장기이식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호자 의사에 좌우되는 현행법 개정과 국민들의 인식개선이 중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장기이식에 대한 국민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장기 등 이식대기자는 2021년 12월 기준 4만1334명인 반면 뇌사장기기증자는 2021년 442명으로 2020년 대비 36명이 줄었다.

장기이식대기자는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증자는 오히려 줄어드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 장기이식건수 역시 2020년 1599건에서 2021년 1478건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장기기증자가 감소하는 것은 크게 장기기증에 대한 오해와 부정적 인식, 까다로운 장기기증절차, 유족에 대한 예우 등이 원인이다. 또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장기기증 감소, 보호자 설득문제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코로나19로 병원출입에 제한이 있다 보니 기증을 위한 보호자와의 면담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거나 기증자관리가 코로나19 검사로 인해 지연 또는 취소되는 경우도 많았다.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유진수 교수는 “코로나19로 장기기증에 대한 제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많이 개선됐다”며 “앞으로는 코로나19 같은 일시적 상황보다는 제도적 측면과 국민인식개선 차원에서 살펴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장기기증은 여전히 보호자의사에 좌우된다. 현행법상 장기이식을 위해서는 장기이식희망자의 보호자동의가 필요하기 때문. 또 다른 걸림돌은 심정지 후 장기기증에 대한 별도의 법안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 장기기증을 활성화하려면 제도 자체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장기기증을 제도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으로 모든 국민을 장기기증대상자로 분류하는 ‘옵트아웃(opt out)’제도 실시를 주장한다. 실제로 스페인에서는 옵트아웃제도를 운영, 매우 높은 뇌사장기기증률을 보인다.

문제는 옵트아웃제도가 우리 국민정서와 맞지 않아 논의조차 안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옵트아웃제도도 거부의사를 표시하면 기증이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장기이식에 대해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갖기보다는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들을 이해하고 뇌사자간이식보다 생체간이식을 훨씬 많이 하고 있는 국내의료현실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옵트인(opt in)’제도 보완도 한 방법이다. 옵트인제도를 실시하는 미국은 운전면허발급 시 장기기증여부를 확인해 면허증에 기록한다. 이는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개선과 실제기증률을 함께 높이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국내 뇌사기증자가 많지 않다 보니 심정지 후 장기기증을 활성화하자는 주장과 함께 이를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법이 없어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장기기증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인식전환도 중요하다. 의료진은 보호자를 설득하기보다는 장기기증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결정을 도와야하는데 장기기증을 여전히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치 장기기증을 유도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어서다.

이와 함께 ‘신체발부 수지부모’로 대표되는 국내 유교문화 역시 장기기증을 가로막는 또 다른 장벽이다. 고인의 몸에서 장기를 꺼내는 것 자체를 고인에 대한 실례이자 모독이라고 생각해 본인이 장기기증을 신청했어도 가족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장기기증이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일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유진수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에 장기기증에 대한 정보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아 이에 대한 홍보 역시 절실하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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