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이식 환우들과 합창단 만들어 ‘새 삶’…우리가 희망됐으면”
“폐 이식 환우들과 합창단 만들어 ‘새 삶’…우리가 희망됐으면”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05.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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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기이식 수혜자 손기동 씨
손기동 씨는 장기기증을 통해 새 삶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손기동 씨는 “장기기증을 통해 새 삶을 얻게 됐다”며 “이식수술을 앞두고 있거나 기다리고 있는 분들 모두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기기증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장기이식 대기자들에게 장기기증은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자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기대이자 희망일 수도 있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자가 늘고 국민의식 역시 과거에 비해 높아졌지만 여전히 뇌사자 장기기증은 부족하고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도 많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수혜대상자더라도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환자도 부지기수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하 기증원)에 따르면 뇌사장기이식 수혜자는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서 응급도, 대기기간 등 장기이식선정기준에 따라 선정한다.

손기동 씨도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환자 중 한 명이었다. 손기동 씨는 2010년 12월 31일 폐섬유화증 진단과 함께 3~5년의 시한부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7년이 넘도록 기증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새 건강은 급속도로 나빠져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다행히 7년 만에 기적적으로 기증자가 나타나 장기이식을 받을 수 있었다.

손기동 씨는 “폐섬유화증으로 진단받고 병원을 나오면서 내리는 눈을 보며 ‘저 눈이 녹는 것처럼 내 생명도 녹아내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수술 후 처음 깼을 때 이렇게 숨 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낯설었다”고 말했다.

사실 장기이식 수혜자가 직접 이를 밝히는 일은 흔치 않다. 하지만 손기동 씨는 자신이 어떻게 다시 일어섰는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어떻게 희망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숨소리합창단’을 만들어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손기동 씨는 “폐 이식 환우들을 모아 합창단을 만들고 우리가 이렇게 모여 노래를 할 만큼 건강해졌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희망을 주고 싶었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된 만큼 다른 이식환자들도 함께 해 희망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새로 수술 받으러 온 사람, 수술대기자 등은 걱정과 고민, 부담이 많을 텐데 건강하게 회복한 우리를 보며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명이 최대 8명에게 새 삶을 선물할 수 있는 뇌사자 장기기증은 실제로 생명을 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생명을 나눈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국민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지만 현장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손기동 씨는 “중환자실에서 에크모를 착용한 채 장기기증만 기다리다가 결국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고 받더라도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수술결과가 안 좋은 경우도 많았다”“제때 기증받으면 살 수 있었던 이들인데 너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이어 “이식을 받기 전에는 단순히 하나의 장기로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장기 하나하나가 온전한 하나의 생명이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분들이 장기기증에 동참해 절실히 기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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