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교수의 흉부외과 바로알기] 술 마시고 토하는 습관…‘식도’가 위험하다
[이성수 교수의 흉부외과 바로알기] 술 마시고 토하는 습관…‘식도’가 위험하다
  • 한정선 기자ㅣ정리·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fk0824@k-health.com)
  • 승인 2023.01.03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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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연말에 미처 못 만났던 지인들과는 신년회를 명목으로 술잔을 기울이곤 한다. 과음하게 되면 구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식도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흉부외과 의사들과 가족들은 식도에 유독 민감해 생선도 잘 안 먹는 경향이 있다. 생선가시가 식도에 걸려 응급수술까지 하는 광경을 자주 보기 때문이다. 생선가시가 걸렸을 때 밥을 꿀꺽 삼키면 좋아진다는 속설을 믿고 실행하는 사람도 많지만 가시가 깊이 박힌 경우에는 더 깊이 들어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위식도내시경으로 제거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방법으로 소용없다면 흉부외과에서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위식도내시경은 사방으로 구부러지는 연성(flexible)내시경이다. 하지만 초창기만 해도 딱딱한 쇠파이프 같은 경성(rigid)내시경이었다. 이 내시경의 발명 역사는 아주 흥미롭다. 최근 유튜브채널 디스커버리코리아에 올라온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차력쇼”라는 영상에 차력의 명수 다이 앤드류스가 등장해 칼 삼키기 마술을 선보였다. 칼 삼키는 곡예는 고대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시장통에서 차력사들이 선보였다고 하는데 놀랍게도 이 곡예를 통해 내시경의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1868년 독일의사 아돌프 쿠스말은 칼 삼키는 곡예사들을 연구해 목이 극도로 확장되면 의료기구가 위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어 40cm에 달하는 금속관을 이용해 경성내시경을 발명했다. 최근에는 연성내시경이 주를 이루다 보니 경성내시경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데 식도에 가시가 걸린 경우 가슴을 열고 식도에서 가시를 제거하는 전 단계로 전신마취하에 경성내시경을 이용해 제거할 수 있다. 과거 장비의 사용법을 알아두면 요긴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술과 식도건강의 연관성에 대해 살펴보자. 술 소비가 많은 우리나라는 술을 마시고 토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때 말로리-바이스증후군(Mallory-Weiss syndrome)이라는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질환은 오심, 구토 증상 이후 폭발적인 압력으로 인해 위-식도 연결 부위에 있는 점막이 파열되고 혈관이 손상되면서 출혈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1929년에 미국의 병리학자인 G.K.말로리와 내과의사 S.바이스가 발견해 말로리-바이스 증후군이라고 명명하게 됐는데 대부분 출혈이 자연스럽게 멎고 호전되지만 혈관이 제대로 아물지 않으면 재출혈 위험이 높아진다. 

더 심각한 경우는 보하베증후군(Boerhaave syndrome)이라는 질환이다. 반복적인 구토로 인해 식도에 구멍이 뚫리는 질환으로 식도벽 전층이 뚫리기 때문에 식도 및 위 안의 내용물들이 종격동과 늑막강으로 새어 나가면서 심각한 감염이 발생한다. 천공의 크기와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및 차도가 다르긴 하나 심각한 경우 24시간 내 수술하지 않으면 전신에 염증이 퍼지는 패혈증 같은 합병증이 발생, 사망할 수 있다.

식도수술은 흉부외과에서 주로 담당한다. 식도는 기도, 심장, 폐, 대혈관 등 주요장기들과 밀접해 있어 수술이 어렵고 문제가 발생하면 치료도 오래 걸리고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식도수술은 흉부외과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수술이기도 하다.  

위에서 언급한 식도질환이 생기지 않으려면 과음이나 과식을 피하고 특히 일부러 토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거식증이나 폭식증환자들 역시 주의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음주습관이다. 흥에 겨워 술을 급하게 많이 마시면 자기 제어력이 떨어져 무심코 꿀꺽 삼키다 생선가시가 걸리거나 과음으로 인해 토하다가 식도벽이 헐어 출혈이 발생하거나 심하면 식도벽에 구멍이 뚫려 응급수술을 받아야 할 수 있다. 

흡연으로 인해 폐기능이 떨어지면 똑같은 폐수술을 하더라도 수술 후 회복이 더디고 수술 후 폐렴이 잘 생기는 등 많은 문제가 뒤따른다. 때문에 수술 전 최소한 4주간 금연해야만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흉부외과의사로서 폐와 식도수술을 하면서 느끼는 건 흡연과 술로 인해 폐와 간이 나빠지면 본인뿐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도 너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새해 건강관리계획에서 빠지지 않는 금연과 금주. 당장 실천하기 어렵지만 본인과 가족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신년회 시즌이라 술자리는 불가피하다면 정말 가볍게만 마실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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