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반 신약개발, 상용화 문턱 넘으려면? ‘시스템생물학적’ 접근 필요
AI기반 신약개발, 상용화 문턱 넘으려면? ‘시스템생물학적’ 접근 필요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5.1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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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신약, 임상시험 들어가기까지 막대한 시간 소요
성장잠재력은 충분…질병모델 구축 통해 부작용↓
약물 스크리닝 아닌 단백질구조에 초점 맞춰야
AI 기반 신약개발은 약물스크리닝에 효과적이지만 임상까지 이어지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시스템생물학적 접근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AI 기반 신약개발은 약물스크리닝에 효과적이지만 임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시스템생물학적 접근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제약산업은 ‘고위험 고가치산업’이다. 신약개발까지 10년 이상의 시간과 1조원 이상의 개발비가 필요하기 때문. 또 신약개발의 최종 성공률은 0.01%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약개발에 성공하기만 하면 투자비 몇십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고위험 산업이기 때문에 자칫 임상시험에 실패하면 제약사는 휘청거릴 정도의 타격을 받는다는 것.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인공지능(이하 AI)을 활용, 수천 수만가지의 화학물질을 탐색·조합해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AI 기반 신약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제약산업은 수많은 화학물질을 탐색·조합해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이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AI 기반 신약개발의 연구가치가 충분해도 당장 상용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12일까지 개최되는 바이오코리아 2023에서는 ‘AI 기반 신약개발, 기초연구에서 전임상까지’라는 주제로 AI 기반 신약개발의 현황과 기술개발 동향이 다뤄졌다.

■약물 스크리닝 아닌 단백질구조에 접근해야

“앞으로 AI 에이전트는 모든 정보를 보고 당신이 관심 가질 만한 정보만을 알려줄 것이다.”

마이크로스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AI의 효용성에 관해 남긴 말이다. AI의 활용도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최근에는 카카오브레인과 바이브컴퍼니가 AI로 만든 작품을 국내 첫 잡지 표지로 장식하기도 했다.

AI의 핵심은 ‘데이터’다. 데이터 축적량에 따라 도출되는 결과값이 많기 때문. 따라서 많은 양의 데이터를 딥러닝기술에 적용해 AI에 주입하면 원하는 결과값을 얼마든지 도출할 수 있다.

“가상의 조건을 AI에게 줬을 때 원하는 샘플링 화합물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김우연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는 AI의 장점에 대해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AI 기반 신약 모델은 기존의 약물 상호작용(스크리닝)에서는 높은 예측률을 보여주지만 새로운 단백질구조에 대해서는 낮은 성능을 보이기 때문.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물을 도출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카카오브레인과 바이브컴퍼니가 AI로 만든 작품을 국내 첫 잡지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사진=카카오브레인).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물을 도출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카카오브레인과 바이브컴퍼니가 AI로 만든 작품을 국내 첫 잡지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사진=카카오브레인).

즉 제약사가 AI기반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기존의 약물과 단백질구조가 동일하거나 이미 특허받은 단백질구조로 상용화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AI를 활용해 생체분자간 상관관계를 유추하는 연구들이 다양하게 진행됐으나 도출된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까지는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이에 김우연 교수는 AI 기반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신약 분자구조가 아닌 단백질에 대해 고른 성능을 보여주는 예측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연 교수는 물리 기반 3차원 그래프 심층 신경망을 이용, 단백질-리간드 상호작용 예측 모델을 개발한 바 있다. 리간드는 큰 생체 단백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물질을 뜻하며 약물후보물질 발굴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에 김우연 교수는 불안정한 단백질-리간드 구조로 이뤄진 수십만 개의 인공 데이터를 생성, AI 학습에 활용했다. LG화학이 1년간 2개 활성물질을 찾아낸 반면 김우연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해 공동창업한 히츠와 함께 연구한 지 6개월 만에 15개 활성물질을 발견한 바 있다.

김우연 교수는 “AI의 핵심은 기존의 데이터로부터 결과를 도출하기 때문에 새로운 약물 개발은 현재 어렵다”며 “따라서 약물 스크리닝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리간드 구조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분자구조를 활용하는 데 AI를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우경 교수는 불안정한 단백질-리간드 구조로 이뤄진 수십만 개의 인공 데이터를 생성, AI 학습에 활용 중이다.
김우연 교수는 불안정한 단백질-리간드 구조로 이뤄진 수십만 개의 인공 데이터를 생성, AI 학습에 활용 중이다.

■인체 시스템 이용한 ‘시스템생물학’ 도입 시급

전문가들은 현재 AI 기반 신약개발의 활용성은 약물 스크리닝에 한정됐지만 시스템생물학(Molecular biology)에 적용하면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가령 2019년 홍콩 바이오기업 인실리코메디신과 캐나다 토론토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AI 플랫폼으로 섬유증치료제 후보물질을 46일 만에 도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명공학’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당시 AI 알고리즘을 이용, 21일 만에 섬유증치료제 후보물질을 3만개 찾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보물질 발굴 3년 후에야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AI를 활용하면 빠르게 후보물질을 도출해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 이밖에도 현재 AI기반 신약개발에 성공했다는 사례 대다수가 비임상이다. 이는 약물 작용기전을 알 수 없다는 AI의 한계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넷타겟 송제훈 CITO는 “AI기반 신약개발은 성장잠재력을 가진 미래산업임은 확실하다”며 “다만 지금까지는 후보물질 탐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부작용과 상호작용에 관한 우려로 임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결국 약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서는 ‘시스템생물학’을 접목한 매커니즘이 필요하다. 시스템생물학은 미생물을 다차원에서 분석, 원하는 형질로 전환시키는 기술이다.

우리 인체는 DNA의 유전정보를 통해 RNA로 변환된다. 이후 RNA가 유전정보를 해독해 단백질을 생성한다. 즉 시스템생물학은 생명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전체 시스템의 총체적 연구를 통해 생명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오믹스(OMICS)’인 셈이다.

만일 시스템생물학과 AI가 접목된다면 오믹스 데이터와 임상 데이터를 해석해 암, 면역질환 등 대상 질병에 대한 질병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최적의 약물 타깃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리버트 주재일 기술이사는 “시스템생물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외부 자극에 의한 세포대사경로의 변화뿐 아니라 생명체 전체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며 “시스템생물학과 AI가 결합한다면 희귀질환, 난치성질환에 관한 치료제 개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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