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비대면진료’…보건의료계 갈등 속 내달 시범사업 시작
뜨거운 감자 ‘비대면진료’…보건의료계 갈등 속 내달 시범사업 시작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5.1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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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 “약국의 플랫폼 종속 우려돼”
원산협 “초진 중요하나 재진도 검토 중”
복지부 “의료법 논의 우선 집중할 것”
6월 1일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진행된다. 하지만 의료계와 산업계의 첨예한 대립이 지속된 만큼 협의체를 통해 적절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6월 1일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본격 진행된다. 하지만 의료계와 산업계의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협의체를 통해 적절한 대안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6월 1일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본격 시작될 예정이다. 그간 비대면진료는 국내에서 불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감염성으로 인해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 위기단계 ‘심각’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단계가 6월부터 ‘경계’로 하향되면서 정부는 본격적으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 따르면 한시적 비대면진료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시행해온 반면 시범사업은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에 근거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보건의료 시범사업 관련 조항으로 국가는 새로운 보건의료제도 시행을 위해 필요하면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의료계와 산업계의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시범사업이 코앞인 데도 구체적인 사안조차 나오지 않았기 때문.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비대면진료 대상에 초진을 포함하는 여부, 약 배송에 대한 대한약사회의 반발, 수가수준 등 논의사항을 심사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대한약사회, 의약품 배달 즉시 폐지 촉구

보건·의약단체의 반발이 심하지만 그중 대한약사회의 반대가 가장 격렬하다. 대한약사회는 14일 대한약사회관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저지를 위한 전국 시도지부장 및 분회장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대한약사회는 ▲절차적 부당성 ▲플랫폼의 각종 불법 행위 방치 ▲약국의 플랫폼 종속 우려 ▲보건의료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시범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2020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고 의료쇼핑 조장 등 불법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약사회는 정부가 시범사업을 강행한다면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 등 시범사업 저지를 위해 단체 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한약사회 김대원 부회장은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돼도 환자의 약국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모든 비대면진료 플랫폼은 환자가 약국을 선택할 때 별도의 조건 없이 모든 약국을 대상으로 할 수 있게 해야 하며 업체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해서는 약 배달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물론 약 배달 논의도 진행돼야 하겠지만 의료법 논의에 우선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역시 반대하는 입장이다. 단 의협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힌 만큼 ‘합의’가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의협은 초진부터 비대면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법률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미 의협 등 보건의료단체는 지난달 21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 보조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초진 허용에 반대한 바 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가 발표한 해외 비대면진료 초진 허용 관련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펜데믹 속 한시적으로 초진을 허용했지만 현재 대부분의 국가가 초진 불가방침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비대면진료로 초진을 허용하는 국가는 영국, 캐나다 등 의료접근성이 좋지 않은 국가뿐이다.

■원산협 “초진 허용 고집하지 않겠다”

반면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는 정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크게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원산협은 12일 기자회견을 개최했으며 이 자리에는 닥터나우, 굿닥, 메라키플레이스, 코레시옹비탈레, 피플스헬스 등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다수 참석했다.

원산협은 환자들이 실시간으로 이용하는 것이 비대면진료의 핵심인 만큼 현행대로 초진부터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일 시범사업이 재진으로 한정되면 ▲병원 방문여부 ▲동일상병 ▲기간여부 등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국민 혼란만 야기된다는 것. 

하지만 정부가 재진을 원칙으로 제시한다면 무리하게 ‘초진 허용’을 고집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또 약 배달 견해 차 역시 약사회가 지침을 제시하면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계가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비대면진료에 관한 국민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2020년 2월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는 3년간 1379만명이 이용했으며 이용건수는 3661만건에 달한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 만족도 조사결과 ‘재이용 의향이 있다’는 답변이 87.8%이었다.

원산협 장지호 회장은 “초진을 제한하면 국민들이 당장 아플 때 비대면진료를 이용하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다”면서도 “6월 1일까지 협의가 어렵다면 지금까지 시행해온 대로 시범사업을 시행하면서 추후 논의하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복지부는 여전히 비대면진료 관련 초진·재진 원칙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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