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은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병…내 ‘뼈 점수’ 알고 적극 관리해야”
“골다공증은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병…내 ‘뼈 점수’ 알고 적극 관리해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7.3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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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하영 강릉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골대사학회 학술이사)
김하영 교수는 “골다공증은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병”이라며 “특히 내 뼈 점수(골밀도수치, T-점수)를 정확히 알고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다면 적극 치료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골다공증환자 증가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심평원 통계결과에 따르면 골다공증환자는 2017년 90만6631명에서 2021년 112만6861명까지 늘었다. 

그래도 골다공증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 골밀도검사를 통해 국민 누구나 내 뼈가 얼마나 튼튼한지 확인해볼 수 있는 것. 더욱이 올해 1월부터는 국가건강검진결과서에 골밀도 측정부위와 골밀도수치(T-점수)가 구체적인 숫자로 표기돼 더 적극 관리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골밀도수치에 대한 인식이 낮아 검사결과를 이해하고 적절한 대처에 나서는 국민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검진효과를 높일 수 있는 사후관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하영 강릉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골대사학회 학술이사)는 5월 열린 대한골대사학회 학술대회에서 국가건강검진 후 필요한 골다공증 사후관리방안에 대해 제언했다. 그를 직접 만나 더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 뼈는 눈에 보이지 않아 심각성이 잘 안 느껴진다. 나이 들수록 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궁금하다.        

뼈는 우리 몸의 지지대 역할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조직처럼 대사과정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오래된 뼈는 제거하고 다시 새 뼈를 생성하는데 골다공증은 바로 이러한 대사과정의 균형이 깨져서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골다공증에서는 뼈의 밀도를 뜻하는 골량이 중요하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들자면 마치 예금 잔액과 같다. 즉 20~30대까지는 입금할 수 있으나 그 이후에는 평생 인출만 하면서 사는 것이다. 따라서 30대 전까지 자신의 골량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30대가 되기도 전 골량이 낮은 사람은 골다공증 위험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여성은 50대에 폐경을 겪으면서 골밀도가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또 골다공증은 유전적·환경적요인도 중요하게 작용해 부모님이 골다공증 진단을 받거나 칼슘·비타민D 등이 부족하면 골다공증이 생길 확률이 높다. 또 나이 들면 햇볕을 쬐더라도 비타민D가 잘 형성되지 않아 유제품을 많이 섭취해도 칼슘이 잘 흡수되지 않는다.   

- 현재 국가검진상 골밀도검사는 만54·66세 여성에서만 시행돼 이 나이대가 아니면 검사받는 경우가 드물다. 다른 연령대는 어떻게 골다공증에 대비해야 하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검진연령 외에도 골다공증 발생위험이 높은 대상에서 골밀도검사의 보험급여를 지원하고 있다. 급여대상은 65세 이상의 여성과 70세 이상 남성 등이다. 50세 이상 65세 미만에서는 ▲저체중 ▲골절 과거력이나 가족력 ▲외과적 수술에 의한 폐경 또는 40세 이전의 자연 폐경 등 고위험요인에 따라 급여가 지원된다. 

특히 최근에는 지나친 다이어트와 스트레스로 젊은 여성에서 시상하부성 무월경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여성호르몬은 뼈 건강에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른 나이에 무월경이 오면 뼈가 빨리 나빠진다. 이러한 여성은 젊더라도 골밀도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처럼 골다공증에는 다양한 위험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개인의 위험인자를 고려한 골절위험 평가도구를 만들어 위험도가 높은 경우 골다공증 치료를 적극 권고하고 있다.

- 대한골대사학회는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골다공증 지속치료에 대해서는 매년 강조하고 있는데. 

현재 국내 급여기준은 골다공증 치료 중 골밀도가 –2.5보다 조금이라도 높아지면 약제에 대한 급여가 즉시 중단된다. 하지만 골다공증 골절 예방을 위해서는 꾸준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약물치료 후 골밀도가 –2.4 정도 수준으로 높아지더라도 다른 골절 위험인자들을 고려했을 때 골절위험이 높은 환자라면 보험적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국내 의료진의 핵심 견해이다. 환자의 골절위험도를 함께 평가해 의료진 판단하에 골다공증 지속치료가 이뤄지는 해외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환자 골절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골밀도가 충분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 

※ 참고 : 골밀도검사에 대한 결과는 숫자로 나타나며 이를 T-점수(T-score)라고 함. 0을 정상치로 둘 때 숫자가 플러스로 커질 경우 골밀도가 높은 것이며 마이너스로 커질수록 골밀도가 낮은 것.  ▲-1.0 이상이면 정상 ▲-2.5 에서 -1 사이면 골감소증 ▲-2.5 이하이면 골다공증으로 진단

- 학회의 여러 노력들로 주목할 만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건강검진결과서 서식이 개정됐다고.  

당뇨병과 고혈압 유병여부를 알 수 있는 데는 국가건강검진의 역할이 크다. 결과서에 혈당과 혈압이 숫자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숫자로 결과서를 받으면 수검사 스스로 심각성을 파악할 수 있고 의료진도 당장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골밀도검사 역시 구체적으로 골밀도수치를 표시해 결과를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골다공증은 골밀도수치(T-점수)에 따라 치료방향과 전략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안내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 다행히 이러한 의견을 정부가 빠르게 수용해 올해 1월 1일부터 국가검진 결과통보서에 골밀도수치가 숫자로 표기되고 있다. 

- 환자들도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나.

안타깝게도 아직 골밀도수치에 대한 인식이 낮은 상황이다. 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골밀도수치가 어느 정도일 때 골다공증인지 아는 환자는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결국 혈당이나 혈압처럼 골밀도수치가 무엇인지 잘 알아야 골다공증의 심각성을 더 잘 이해할 것이다. 이에 학회 차원에서도 세계 골다공증의 날(10월 20일)을 앞두고 골밀도수치, 쉽게 말해 뼈 점수(T-score)에 대한 국민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 국가건강검진 후 사후관리 부분도 강조되고 있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해 제언한 바 있는데 구체적인 설명 부탁한다. 

골밀도검사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골다공증을 발견한 환자들의 성공적인 사후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사후관리로는 검진기관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인력 교육을 강화하고 현재 시행 중인 만성질환 사후관리대상 문자 알림서비스에 골다공증을 포함, 해당 환자들에게도 별도의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안내문자를 발송해주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검진결과서를 받더라도 골다공증을 그냥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만66세의 경우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이 문자로 안내되는데 이때 골밀도검사의 중요성도 함께 알려야 한다. 골밀도검사를 국가검진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과 골다공증 유소견자는 꼭 치료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 검진 효과는 물론 서식 개정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공단에서도 사후관리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원활한 사후관리를 위해서는 대학병원-지역의료기관-보건소 간 협력도 중요할 것 같다. 

골다공증으로 진단받은 모든 환자가 사실 대학병원에서 진료받을 필요는 없다. 집과 가까운 1‧2차 의료기관에서도 얼마든지 진료받을 수 있다. 골절위험도가 높지 않은 초기 골다공증 환자들은 1차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으며 골절위험이 매우 높거나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 등은 대학병원에 진료 의뢰를 고려해볼 수 있다. 

특히 보건소는 전문검진기관은 아니지만 대학병원 수준의 좋은 골밀도장비로 고위험군에게 무료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국민이 많고 보건소마다 검사기준이 다른 상황이다. 이에 최근 학회는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서울시 모든 보건소에 골밀도검사 관련 표준지침을 마련해 배포, 관련 인력들의 교육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비록 시작은 서울시이지만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다른 지역으로의 확대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약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 남은 하반기에는 어떤 정책 개선에 힘쓸 계획인가.

국가건강검진에서 골밀도검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건보공단에서 필요로 하는 사항들에 적극 협력할 예정이다. 또 현재 질병관리청, 대한의학회와 함께 1·2차 의료기관을 위한 골다공증 진료지침 한국어판을 만들고 있다. 이 진료지침이 발간되면 1·2차 의료기관의 의사들에게도 골다공증 최신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또 올 하반기에 대한골대사학회는 앞서 언급한 서울시와의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뼈 점수 바로알기 캠페인 등을 통해 국민인식을 높이는 노력도 지속할 것이다. 

- 끝으로 골다공증과 관련한 당부의 메시지 부탁한다.  

골다공증은 절대 노인만을 위협하는 질환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10~20대의 비타민D 부족이 뚜렷하다. 뼈 건강은 마음만 먹으면 어릴 때부터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관리할 수 있다. ▲뼈에 부하를 주는 운동 꾸준히 하기 ▲뼈에 좋은 영양분 고루 섭취하기 ▲금연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이 들어 스스로 걸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비단 골다공증만이 문제는 아니겠지만 뼈는 우리 몸을 지탱하는 중심축인 만큼 평생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관리해야 한다. 골다공증은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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