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재활로 산재환자 마음까지 ‘토닥’…직원들은 책으로 마음의 양식 나눠
심리재활로 산재환자 마음까지 ‘토닥’…직원들은 책으로 마음의 양식 나눠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9.1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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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후 첫 리모델링 나선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
이용만 병원장은 “크고 화려한 병원보다는 환자와 직원들이 서로 사랑하면서 함께 희망을 노래하는 내면이 단단한 병원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1991년 개원 후 첫 리모델링이다 보니 참 쉽지 않네요. 하지만 환자와 직원들 모두 새롭게 탄생할 병원을 위해 서로 배려하면서 힘을 모으고 있어요. 다소 불편하시겠지만 오늘 여정에 후회는 없으실 거예요.”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이하 대전병원) 이용만 병원장이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양해부터 구했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라 원내 곳곳에 가림막이 처져 있었기 때문. 그래도 오랜 세월에서 오는 연륜은 무시 못 하는 법이다. 그는 대전병원만의 강점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자를 이끌었다. 

■수술부터 재활까지 신속하게, 심리재활에도 온 힘

전유선 과장은 산재환자뿐 아니라 지역주민도 얼마든지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만큼 부담없이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용만 병원장은 첫 번째 강점으로 산재환자와 지역주민 모두를 위한 내실 있는 진료체계를 꼽았다. 그중에서도 정형외과가 단연 강점이이라며 든든한 버팀목인 전유선 진료과장을 소개했다.

“인공관절수술부터 어깨관절경수술, 골절수술 등 다양한 정형외과수술을 모두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재활의학과와 힘을 합쳐 수술 후 재활까지 신속하게 받을 수 있죠. 오랜 세월 동안 합을 맞춰온 터라 ‘척하면 척’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협진이 원활합니다.”

전유선 과장의 막힘 없는 설명에서 그간의 내공이 느껴졌다. 현재는 새롭게 바뀔 수술실 환경에 발맞춰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그는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수술실 내 음압 환경 조성뿐 아니라 바로 옆에 집중치료실이 마련돼 수술-집중치료-재활의 전 과정이 지금보다 더 빠르고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아울러 그는 산재환자뿐 아니라 지역주민도 진료받을 수 있는 곳인 만큼 불편한 곳이 생기면 언제든 부담없이 대전병원의 문을 두들겨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대전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병동 환자들은 올해 8월 직접 만든 원예작품 30여점을 대전시 대덕구·동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2개소에 기부했다.

뒤이어 이용만 병원장이 소개한 진료과는 정신건강의학과. 대전병원은 공단 산하 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정신겅강의학과 입원병동을 갖추고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원예치료 전문가와 함께 매년 식물케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환자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지역 중독치료센터에 기증하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들의 정서 안정은 물론 성취감까지 높이는 효과를 거뒀지요. 산재환자를 위한 별도의 심리상담도 시행 중입니다. 사고 현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힘들어하는 분들이 매우 많거든요.”

진료과 특성상 내부를 직접 볼 순 없었으나 환자들의 마음까지도 제대로 보살피려는 병원의 의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근골격계 재활로 신체기능 회복, 미술치료로 성취감↑

한 환자가 척추심부근 및 균형능력 강화장비를 통해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이제 더 훌륭한 분들이 저희를 반겨줄 겁니다.”

“어서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용만 병원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재활치료실 배호원 실장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가 가장 먼저 소개한 곳은 근골격계 재활치료실. 헬스장을 방불케 하듯 많은 환자가 재활치료에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끈 것은 대전병원이 최근 도입한 척추심부근 및 균형능력 강화장비이다. 배호원 실장은 “환자가 자신의 발 움직임을 직접 보면서 움직이는 원판 위에서 균형을 잡는 훈련”이라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코어근육(척추심부근)을 키우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환자는 무중력 보행재활장비 안에서 열심히 재활훈련 중이다.

뒷 풍경은 더 놀라웠다. 한 환자가 매우 큰 풍선 안에 들어가 열심히 보행훈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 “저건 무중력 보행재활장비입니다. 마치 물속에서 걷는 것처럼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보행재활을 할 수 있죠. 최근에는 로봇재활도 많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러한 무중력장비도 환자들의 흥미와 치료의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답니다.”

환자들이 심리재활치료실에서 미술작품을 완성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다음으로 문을 두드린 곳은 심리재활치료실. 화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에서 환자들이 열심히 자신만의 미술작품을 완성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지자 심리재활치료실 한승호 과장이 서둘러 말문을 열었다.

“이곳은 사고 트라우마로 마음이 힘든 환자들이 재활하는 곳입니다. 능동적인 작업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것이죠. 비록 몸을 움직이는 역동적인 재활은 아니지만 지금 이 환자들의 내면에선 그 누구보다 역동적인 재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승호 과장은 어느새 환자들의 완성작이 심리재활치료실을 꽉 채웠다면서 뿌듯해했다.

■직무상담부터 모의작업훈련까지 한곳에서

실제 모의작업훈련 전에는 직무상담의 일환으로 환자의 신체능력을 평가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배호원 실장이 아직 소개해줄 공간이 두 곳이나 더 남았다면서 서둘러 기자를 안내했다.

그 첫 번째 곳은 대전병원 재활치료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직장복귀지원프로그램실작업장 환경을 그대로 재현해 산재환자들이 자기 직무에 맞는 신체능력을 회복하는 곳이라고. 산재환자들에게는 마지막 관문 같은 곳이다. 

작업현장을 그대로 재현해 환자들이 자기 직무에 맞는 수행 동작을 직접 훈련해볼 수 있다.

배호원 실장은 “직무상담을 통해 환자의 신체능력을 평가한 뒤 실제 모의작업훈련을 실시한다”며 “중량별 자재 옮기기부터 계단 오르내리기까지 현장에서 실제 수행하는 작업에 필요한 신체동작들을 꾸준히 훈련한다”고 설명했다.

직장 복귀 전 마무리단계이다 보니 환자들의 훈련 의지가 대단해요. 훈련장비 하나도 현장에 맞게 구비해 환자들의 만족도도 크고요. 저희 대전병원은 공단 연구에도 선정돼 산재환자들에게 미치는 직업재활효과에 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배호원 실장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맞춤수부재활로 환자 삶의 질까지 업↑

마지막 코스는 대전병원 재활치료실의 꽃인 수부재활치료실이다. 대전병원은 손의 기능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일찍이 체계적인 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수부재활을 특화했다.

현장에서는 필사부터 손 마사지기, 치료사의 1:1 수부도수치료까지 각양각색의 수부재활이 이뤄지고 있었다.

한 환자가 필사훈련을 하고 있다. 너무도 바른 글씨에 일동 감탄했다.

“힘줄·인대 손상부터 골절·절단까지 환자들의 부상 부위와 정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지요. 직업도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입니다. 글씨를 많이 써야 하는 직업이라면 필사훈련을, 근력을 많이 필요로 한다면 치료사의 1:1 수부도수치료와 컴퓨터 프로그램·장비를 통한 수부재활훈련을 시행합니다.”

수부재활치료실 연현숙 과장이 자세한 설명을 통해 기자의 이해를 도왔다. 그는 “비단 직장에서뿐 아니라 손은 우리 삶의 매우 중요한 신체부위인 만큼 환자를 위한 맞춤치료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부터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열심히 수부도수치료를 받은 한 어르신이 손을 움직이면서 치료사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나 이제 혼자 오므렸다 폈다 하는 것도 돼요. 많이 좋아졌죠?”

치료사에게 1:1로 치료받고 있던 한 어르신이 힘차게 손을 움직여 보였다. 어르신은 작은 동작 하나에도 아이처럼 행복해했다. 치료사가 직접 손으로 시행하는 수부도수치료가 어르신에게는 안성맞춤 치료였던 것이다. 

■책으로 직원들과 소통의 문 활짝…함께 희망 노래

“다채로운 재활치료실도 신기했지만 대전병원 특유의 온기가 느껴졌어요. 비결이 있나요?”

원내 투어를 마친 뒤 이용만 병원장에게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병원장에 부임 후 리더십에 대한 부담감이 컸어요. 평소 책 속 좋은 글귀들을 따로 메모해두곤 하는데 리더십에 대한 답도 책에서 얻었지요. 조직은 구성원이 함께 성장해야 의미가 있다 보니 저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전 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책 속 글귀를 따로 인쇄해 업무공간에 붙여놓는 직원들이 많아졌다고.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는 피드백도 종종 받는다고 했다.

이용만 병원장은 직원들의 이름을 직접 적은 편지를 동봉해 책을 선물한다. 기자도 대전병원 방문을 기념해 책을 선물받는 영광을 누렸다. 

“독서경영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해요. 제가 책에서 지혜를 얻었듯이 직원들도 책을 통해 좋은 기운을 얻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일했으면 하는 바람 하나였습니다. 그래야 환자들에게도 좋은 기운을 전해줄 수 있으니까요.”

리모델링은 2024년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용만 병원장은 그때 꼭 다시 병원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래도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 올해 그가 직원들에게 선물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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