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조기재활 넘어 산재예방 힘 쏟을 것”
“초고령사회, 조기재활 넘어 산재예방 힘 쏟을 것”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0.0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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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환자부터 지역주민까지 믿고 찾는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
안면환 병원장은 산재환자와 지역주민의 건강한 삶을 최우선으로 감염병 대응부터 재활·돌봄서비스까지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오셨어예? 비까지 오는데 먼 걸음 하셨네예.”

정겨운 경상도 방언을 구사하며 기자를 버선발로 맞이한 안면환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장. 덕분에 긴장이 사르르 풀렸다. 그는 들려줄 얘기가 많은 듯 원내 투어에 나서기 전 집무실에서부터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감염병전담병원으로 타 지역주민들까지 지켜

코로나19팬데믹은 창원병원에 여러모로 약이 됐던 시간이었다. 2020년 2월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했을 때 1차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 이 지역 코로나19환자 136명을 무사히 완치시켰다. 이후 2020년 12월 19일부터 2022년 5월 18일까지 2차 감염병전담병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 시기에는 전담병동 140병상, 간호통합병동 119병상, 중환자실 5병상을 운영하며 코로나19환자 3000여명을 전담치료했다.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준비하면서 감염병 대비훈련을 철저히 한 것이 신의 한 수였죠. 원내 감염 없이 역할을 완수했다는 것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저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쳐 이뤄낸 성과이기에 가장 먼저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현재도 창원병원은 코로나19 자율병원 병동을 운영 중이다. 국가 재난을 겪으면서 쌓은 노하우가 더해져 더 탄탄해진 감염병 대응시스템을 기반으로 말이다. 창원병원은 일상 회복 후에도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 6월 첫발을 내디딘 근로복지공단 부산의원은 집중재활치료는 물론 소음성난청 업무관련성 특진 등을 수행하며 창원병원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사진=고용노동부).

■부산의원 개원…부울경환자 접근성 개선, 업무효율성도 쑥↑

창원병원은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으로서 산재환자 재활에도 사력을 다해왔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부산진구에 재활의학과, 이비인후과, 직업환경의학과를 갖춘 근로복지공단 부산의원이 문을 열면서 환자들의 만족도는 물론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창원까지 오기 힘든 부산, 거제, 울산지역 환자들의 접근성 개선뿐 아니라 창원병원에 집중됐던 소음성난청 업무관련성 평가를 부산의원과 분담하게 된 것이다. 

“창원병원은 조선소가 많은 지역 특성상 업무관련성 특진을 통해 소음성난청 원스톱 장해판정제도를 선도적으로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환자들이 몰리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죠. 다행히 부산의원 개원 후에는 청력검사 대기기간이 5개월에서 2주 이내로 단축되는 등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부산의원은 창원병원의 노하우가 그대로 적용된 곳이니 언제든 믿고 찾아주세요.”

그의 표정이 든든한 동업자를 만난 것처럼 한결 편안해 보였다. 

■서예·다트교실 등 특화된 심리재활로 환자 만족도 업↑

치료사가 다리 환부를 공으로 마사지하고 있다. 환자는 익숙한 듯이 치료사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치료에 임했다. 

“원장님, 이제 환자들이 재활치료 받을 시간이라고 하네요.”

“오, 서두릅시다.”

신병철 창원병원 경영기획부 팀장의 신호에 안면환 병원장이 출발 손짓을 했다. 드디어 재활치료실을 둘러볼 차례. 여기서부터는 위인찬 재활치료실장이 동행했다. 

“헛둘, 헛둘.”

처음 발을 내디딘 곳은 운동재활치료실. 환자들은 각자 선택한 운동기구들과 한 몸이 된 채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특히 한 치료사가 다리 절단 환자의 환부를 마사지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위인찬 실장은 “절단 환자의 재활치료에서는 향후 의족 착용을 고려해 환부를 꾸준히 마사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심스럽게 사진 촬영 허락을 구했는데 오히려 환자는 개의치 않아 하면서 치료사와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다. 남은 재활치료실들을 둘러보려면 색안경부터 벗어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서예·문인화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들이 남긴 수작들. 이 작품들은 올해 7월 원내 전시회를 통해 병원을 찾는 모든 방문객들에게 공개됐다.

두 번째 장소는 심리재활이 이뤄지는 작업치료실. 그곳에는 서예와 문인화 작품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창원병원은 마음이 다친 환자들을 위한 12주 과정의 서예·문인화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공단 산하 병원 중 오롯이 창원병원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특별코스라고. 특히 창원병원은 외부 인력을 고용하지 않고 서예와 문인화를 배운 차윤준 치료사가 재능기부를 통해 환자들에게 무료로 가르침을 선사하고 있다. 

“1:1 재활치료를 할 때는 환자들의 현재에 맞춰 치료했는데 심리회복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환자들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소망이 담긴 글귀, 그림을 담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드린 것 같아 매일이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차윤준 치료사는 환자들과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리면서 진심어린 소감을 전했다. 

환자들의 작품은 올해 7월 원내 전시회를 통해 내원객들에게 전면 공개됐다. 안면환 병원장은 “전문가 못지않은 수작이었다”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무것도 없던 화선지가 멋진 글씨와 그림으로 채워졌듯이 메말랐던 환자들의 마음에도 분명 새 살이 돋아났을 것이다. 

한 환자가 과녁을 향해 다트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

다음 장소에도 비밀병기는 숨어 있었다. 그곳에서는 치료사와 환자들이 팀을 이뤄 다트를 하고 있었다. 창원병원은 2019년 공단 산하 병원 최초로 재활스포츠 ‘다트 교실’을 시작했다. 배출한 수료생만 벌써 236명. 다트교실 역시 창원병원 응급의학과에 근무 중인 국내 최초 다트 프로선수 김명우 과장이 중심이 돼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날 다트교실을 진행 중이던 문성배 치료사는 “환자들이 다트를 통해 활력을 되찾고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할 때 오히려 더 큰 힘을 얻는다”며 “다트교실은 치료사와 환자 모두 만족하는 우리 병원의 마스코트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나이스.” 

열심히 다트교실을 수강 중이던 환자가 보기 좋게 점수를 올리자 문성배 치료사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환자들은 원판을 향해 날아가는 다트에 사고 당시 아픈 기억과 근심을 훌훌 털어버리는 듯했다.  

치료사가 스마트글러브를 착용하고 가상현실시스템을 이용한 수부재활치료 시범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글러브에는 환자의 손가락별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내장돼 있다.

가상현실시스템을 이용한 수부재활치료도 단연 인상깊었다. 이 치료는 사람의 손가락 모양을 그대로 본뜬 일명 스마트글러브를 착용하고 화면에 비치는 손가락 모양을 그대로 따라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위인찬 실장은 “일반 사람은 정말 쉽게 할 수 있는 사소한 동작일지 몰라도 수부재활환자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동작”이라며 “스마트글러브에는 환자들의 손가락별 움직임을 하나하나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내장돼 있어 다양한 손 동작을 취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수부재활장비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떨어지는 공을 바구니로 받으려면 장비를 이쪽저쪽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게임과 함께 할 수 있는 수부재활장비도 돋보였다. 떨어지는 공을 바구니로 받아내는 게임으로 공이 떨어지는 방향에 따라 장비를 신속하게 이동해야 바구니가 움직인다. 감사하게도 기자는 체험 기회를 얻었는데 장비를 움직이는 데 꽤 많은 힘이 필요했다. 위인찬 실장은 “환자들이 이쪽저쪽으로 장비를 움직이면서 손의 힘을 기르고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부상정도에 따라 치료기간은 다르지만 게임과 함께 하니 환자들이 한결 즐겁게 치료에 임한다”고 말했다.  

한 환자가 치료사의 안내에 따라 직업능력평가를 받고 있다.

재활치료실의 마지막 여정은 직장복귀훈련실. 이곳 역시 운동재활치료실만큼이나 활기가 넘쳤다.  

위인찬 실장은 사인물을 차례로 가리키면서 “직업능력평가를 통해 환자의 직무와 신체능력을 평가한 뒤 실제 업무환경과 유사한 환경에서 모의작업훈련을 하고 부족한 부분은 신체기능향상 훈련을 통해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공사장에서 일하던 환자가 현장에서 운반하던 자재와 비슷한 중량의 물건을 지고 보행재활을 하고 있다.

그때 지게 같은 것을 메고 열심히 보행재활 중인 한 환자가 눈에 들어왔다. 위인찬 실장은 “공사장에서 일하던 분으로 실제 현장에서 운반하던 자재와 비슷한 중량의 물건을 지고 보행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번에는 뒤쪽을 보라고 손짓했다.

소방관으로서 다시금 책임을 다하기 위해 환자는 등이 흠뻑 젖을 정도로 재활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한 젊은 환자가 언뜻 봐도 정말 무거울 것 같은 원통을 어깨에 지고 열심히 훈련 중이었다. 환자의 직업은 소방관. 그러고 보니 소방관들의 어깨에는 화재현장에서 구출해낸 소중한 생명과 산소통이 자리한다. 환자는 현장 복귀에 대한 뜨거운 의지를 내뿜으면서 옷이 흠뻑 젖을 만큼 재활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저마다 다른 훈련 중이었지만 환자들의 모습은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한데 조화를 이뤘다. 아마 직장 복귀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서로를 응원하면서 땀 흘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적의 안전시스템 갖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간호 간병통합서비스를 운영 중인 42병동 중앙 스테이션. 따뜻하고 밝은 색감의 디자인과 ‘한번 더 경청하고 한번 더 설명하기’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위인찬 실장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마지막 목적지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 병동(42병동)에 다다랐다.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병동 안내를 맡은 간호부 김현화 팀장과 최민정 간호사가 역시나 따뜻한 미소로 기자를 맞이했다. 내 집에 들어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창원병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역사는 꽤 오래됐다. 2017년 2월 51병동을 시작으로 현재 3개 병동에서 총 119병상을 운영 중이다. 

“모든 병동을 다 관리하시려면 힘드시지 않나요?” 

기자의 물음에 김현화 팀장은 “간호사(58명), 간호조무사(15명), 요양보호사(12명) 등 총 85명의 충분한 인력이 힘을 합쳐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서비스평가에서 95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획득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저희 병원은 간호사 경쟁률도 치열해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 전문 간호인력이 오롯이 그 역할을 다해야 하는데 참 감사할 따름이지요. 환자 분들도 그 마음을 느껴서인지 잘 따라와 주신답니다.”

안면환 병원장이 뿌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힘을 실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침대 위에는 환자들이 응급상황 시 간호사를 바로 호출할 수 있는 긴 줄이 매달려 있다(왼쪽). 병실 중앙에는 보조 간호스테이션이 설치돼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인력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 평소에는 간호 인력이 상주해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한다(오른쪽).

신기하게도 샤워실부터 병실, 중간 스테이션까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의 모든 시설은 환자들의 안전과 편의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최민정 간호사는 “낙상 예방을 위해 샤워실 물기는 자나깨나 항상 점검하고 침대 위에는 긴 줄을 설치해 환자들이 바로 잡아당겨 간호사를 호출할 수 있게 했다”며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곳곳에 안전시스템을 배치하는 데 가장 주력했다”고 말했다.    

“보호자들도 저희를 가족처럼 믿고 맡겨주신 것이니 작은 것 하나까지 신경 써야죠. 진심은 통한다고 하잖아요. 하하하.”

김현화 팀장과 최민정 간호사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들은 환자들과 진짜 가족처럼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있었다. 

■초고령사회 목전…이제 산재예방에도 집중할 때

안면환 병원장은 조기재활을 통한 직장 복귀뿐 아니라 꾸준한 안전교육을 통해 산재를 예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면환 병원장은 못내 아쉬움이 남는지 원내 투어를 마친 후 창원병원의 향후 계획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산재환자의 치료와 직장복귀 훈련에 초점을 뒀다면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현시점부터는 산재의료에서도 예방의학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치료해 직장으로 복귀시키는 것을 넘어 업무상 사고나 누적 손상의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아죠”

그는 산재의료에서의 예방의학 핵심은 낙상예방과 신체동작교육 등을 꾸준히 실시해 근로자가 처음부터 안전의식을 갖고 일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병원 혼자 힘만으론 안 될 겁니다. 산재예방만큼은 산업안전공단 등 유관기관과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죠. 저희 창원병원이 초고령사회 산재의료의 좋은 선례를 한 번 만들어보겠습니다.”

창원병원은 환자들과 함께 한 발짝 앞선 미래를 내다보면서 하루하루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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