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돌봄-복지’ 삼박자 갖춘 이곳…“여기는 태백병원입니다” 
‘의료-돌봄-복지’ 삼박자 갖춘 이곳…“여기는 태백병원입니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1.0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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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휴병상 활용 연내 ‘태백요양병원‘ 개소
지역소멸위기 속 고령화시대 출구 찾아
성기원 병원장은 “요양병원 개소 후에는 의료부터 돌봄, 복지서비스까지 삼박자를 갖춘 태백병원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사명감을 갖고 지역주민의 곁을 오래도록 지키겠다”고 밝혔다.
성기원 병원장은 “요양병원 개소 후에는 의료부터 돌봄, 복지서비스까지 삼박자를 갖춘 태백병원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사명감을 갖고 지역주민의 곁을 오래도록 지키겠다”고 밝혔다.

바스락바스락. 은행잎이 나부끼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릴 만큼 너무나도 고요했다. 기차로 장장 4시간이 걸려 도착한 이곳 태백. 과거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중심지였지만 폐광의 가속화로 현재는 상주인구가 크게 줄고 남은 인구마저 30% 가까이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그래도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산재전문병원으로 1983년 개원, 80여년간 지역주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지역 유일의 공공병원으로 한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온 것. 최근에는 인구감소에 따른 유휴병상을 활용해 요양병원을 구축하는 등 고령화사회 정말 필요한 공공병원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주변이 참 조용하죠? 그런데 이게 태백만의 매력입니다. 우리 병원만이 가진 장점도 분명하죠. 한 번 출발해볼까요?”

기자가 마치 먼 우주로 여행 오는 느낌이었다고 말하자 성기원 태백병원장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소음성난청 특별진찰이 이뤄지는 이비인후과 ▲호흡재활치료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등 3가지를 병원의 장점으로 꼽으며 앞장서 길을 이끌었다.

■특별진찰 원스톱서비스로 업무효율성, 환자 만족도↑

근로자가 산재 인정을 받으려면 재해조사-특별진찰(업무관련성평가)-장해판정 등 크게 세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여건상 모든 과정을 공단 병원에서 시행할 수 없다 보니 특별진찰은 대학병원에서 받는 등 과정이 분산돼 있다. 때문에 병원마다 업무처리기간이 6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로서는 참 답답한 노릇이다. 

이에 공단은 산하 병원에 전문가를 채용, 병원에서 특별진찰이 이뤄질 수 있게 독려하고 있다. 이 강력한 의지에 발맞춰 태백병원 역시 두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 7월 이비인후과를 개설하고 전문의와 청각사 등을 채용해 소음성난청 특별진찰을 시작한 것. 9월에는 직업환경의학과 과장을 새롭게 초빙해 근골격계 특별진찰도 시행하고 있다. 재해조사부터 특별진찰, 장해판정까지 태백병원에서 모든 절차가 이뤄지는 원스톱서비스가 드디어 구축된 것이다.   

“소음성난청은 현재까지 800건 이상 접수돼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한 달에 100~110건 정도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이 눈으로도 보여 저희도 아주 만족스럽죠.” 

성기원 병원장이 청각검사가 진행되는 이비인후과 부스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마침 환자의 검사가 진행 중이라 사진 촬영은 조심스럽게 진행했다. 부스에서 청각검사를 마치고 나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바로 자세한 진찰을 받을 수 있다. 근골격계 특별진찰은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직업환경의학과를 중심으로 신경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의료진이 다학제진료를 통해 정확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태백병원만의 강점 ‘진폐 집중재활프로그램‘

진폐증환자들이 호흡재활치료실에서 각자의 운동강도에 맞게 열심히 재활치료에 임하고 있다. 
진폐증환자들이 호흡재활치료실에서 각자의 운동강도에 맞게 열심히 재활치료에 임하고 있다. 

러닝머신 위를 걷는 환자부터 열심히 근력운동 중인 환자까지. 헬스장을 방불케 하는 이곳은 진폐증환자들을 위한 호흡재활치료실이다. 오직 태백병원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풍경. 태백병원은 진폐증환자에 특화된 호흡기중심 재활의료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연구·개발했다. 이른바 진폐 집중재활프로그램이다. 현재 내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한 물리치료사, 간호사 등 호흡기재활분야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호흡재활치료(운동), 심리재활(원내), 사회재활(원외) 등을 체계적으로 시행 중이다. 

“진폐증은 기본적으로 완치가 어려운 병이라 일반 산재환자처럼 직업 복귀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재활치료는 꼭 필요합니다. 호흡곤란 등 불편한 증상을 완화하고 심리적인 회복을 도와 삶의 의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근교로 함께 놀러 가는 나들이 프로그램은 단연 인기랍니다. 장기간 입원생활로 지친 환자들의 기분을 업(UP) 하는 활력소나 다름없는 것이죠.”

스마트 카드를 운동기구에 삽입하면 환자가 할 수 있는 운동량이 화면에 안내된다. 정대석 실장이 다리 근력운동기구 화면에 뜬 환자의 운동량을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 카드를 운동기구에 삽입하면 환자가 할 수 있는 운동량이 화면에 안내된다. 정대석 실장이 다리 근력운동기구 화면에 뜬 환자의 운동량을 설명하고 있다.

성기원 병원장의 속 시원한 설명에 탄력을 받은 정대석 재활치료실장이 이번에는 ‘스마트 카드시스템’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그러고 보니 환자들은 저마다 카드를 손에 꼭 쥐고 이동하고 있었다.  

“일종의 환자 개인 카드입니다. 운동 전 측정한 혈압, 산소포화도 등이 카드에 자동으로 기록돼 운동기구에 삽입하면 적합한 운동강도가 자동으로 설정돼 화면에 안내됩니다. 진폐증환자는 절대 무리해선 안 되기 때문에 세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 운동처방이 필요하죠. 우리만의 강점인 호흡재활만큼은 제대로 제공하고 싶어 일찍이 첨단시스템을 도입했답니다.” 

스마트 카드시스템은 직원들의 업무효율성은 물론 환자들의 의지와 성취감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자신의 운동능력을 직접 파악하고 그날의 목표를 거뜬히 달성하면서 하루하루 기분 좋게 재활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산소포화도 측정을 마친 어르신이 힘찬 구호와 함께 근력운동기구를 가뿐하게 들어올렸다.

“와 오늘은 괜찮으신데요. 강도에 맞게 잘 운동하시면 되겠어요.”

마침 한 어르신이 근력운동기구에 카드를 삽입한 후 오늘의 운동강도를 확인하고 있었다. “으쌰.” 어르신은 정대석 실장의 말에 안심하고 힘찬 구호와 함께 기구를 들어 올렸다. 

재활치료의 범위는 넓지 않아도 태백병원은 사각지대에 있는 진폐증 재활치료 등 다른 곳에서 시행할 수 없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거점병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자나 깨나 어르신들 지키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태백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가동률을 85% 이상 유지하며 보호자 없는 환자들의 손발이 돼주고 있다.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뒤이어 부지런히 이동한 장소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책임지는 심미혜 과장이 버선발로 성기원 병원장과 기자를 맞이했다. 

“태백은 65세 이상 인구가 30% 가까이 되는 초고령 지역입니다. 더구나 1인가구가 다수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현재 병상 가동률 85% 이상으로 순항 중이랍니다.” 성기원 병원장이 뿌듯한 어조로 말했다. 

심미혜 과장 역시 자부심을 내비쳤다. “거동하기 어려운 중증환자 분들까지 보살피긴 어렵지만 보호자가 노쇠하거나 없어서 도움이 꼭 필요한 환자 분들은 손발이 돼 드리고 있어요. 환자 분들도 저희가 힘들지 않게 스스로 운동도 하시고 건강을 빨리 회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신답니다.”

스테이션 앞에서 다른 업무를 보고 있던 한 간호사가 어르신의 한마디에 얼른 몸을 움직여 체중 측정을 도왔다.

이날은 낙상 예방을 위한 욕실 점검이 한창이었다. 심미혜 과장은 “욕실은 낙상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물기부터 신발까지 작은 것 하나 세세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일한 어려움은 간호인력 수급이라고. 하지만 야간전담간호사제와 인근 간호대학과의 간호장학제도 운영 등을 통해 인력문제도 슬기롭게 극복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성기원 병원장은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일인 만큼 서비스 운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체중 좀 재봐야겠네.” 어르신의 한마디에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간호사가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이들의 눈과 귀는 늘 환자들을 향해 있었다. 

■‘태백요양병원’ 개소로 의료부터 돌봄까지 든든하게

올 연말은 태백병원에게 더욱 특별하다. 태백요양병원이 연내 개소를 목표로 한창 마무리작업 중이기 때문. 태백병원 건물 안(4층 병동)에 마련되지만 의료법상 엄연히 독립된 의료기관이다. 5층에 위치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보고 내려오면서 요양병원의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태백병원 안에 마련되다 보니 요양병원 환자들도 종합병원의 의료서비스를 얼마든 누릴 수 있습니다. 돌봄서비스를 받으면서도 몸이 아플 때 신속하게 종합병원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응급환자 역시 태백병원 응급실로 바로 연계됩니다.” 

성기원 병원장은 “고령화시대 선도적인 요양병원 모델이 될 것”이라며 한껏 기대감을 표했다. 

태백병원 부설 케어센터 역시 직제 개편으로 요양병원 부설기관으로 편제돼 힘을 보탤 전망. 케어센터는 산재가 종결됐지만 보호자가 없는 진폐증환자들이 머물 수 있는 거주시설이다. 이곳 환자들도 몸이 아프면 언제든 태백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다. 

태백병원 로비에는 80여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미지 월이 조성돼 있다.

요양병원이 개소하는 만큼 감염관리시스템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워낙 호흡기질환자들이 많다 보니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전 직원이 돌아가면서 선별진료소 교대근무에 나섰다고. 덕분에 원내 감염 없이 무사히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었다.

감염병 대응을 진두지휘한 감염관리실 배미경 과장은 “요양병원은 감염병 취약시설인 만큼 내부에 감염관리 전담부서가 별도로 마련될 예정”이라며 “태백병원 감염관리실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감염병 대응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백요양병원이 개소하면 의료·돌봄·복지 삼박자를 갖추게 되겠네요.” 

투어를 마무리하면서 건넨 기자의 말에 성기원 병원장은 그간의 노력들을 상기하며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지역소멸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들이 하나씩 구체화돼 참 뿌듯합니다. 하지만 더 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주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뿐 아니라 함께 하는 의사들이 많아져야 해요. 젊은 의사들은 오려고 하지도 않지만 제 젊은 날을 생각하면 태백병원에서만 얻을 수 있는 보람이 있다고 꼭 얘기해주고 싶어요. 지역의 활력은 줄었어도 고령화시대 우리 의사들이 해야 할 역할은 더 분명해졌으니까요.” 

성기원 병원장은 환자들에게도 의사들에게도 태백병원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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