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영 교수의 꿀잠비책] 어떤 자세로 자야 건강에 가장 좋을까
[정기영 교수의 꿀잠비책] 어떤 자세로 자야 건강에 가장 좋을까
  • 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ㅣ정리·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4.02.0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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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시간, 질 좋은 수면, 사회활동시간에 맞춘 일주기리듬(수면타이밍)이 적절해야 한다. 또 양질의 수면을 위해서는 수면자세가 중요한데 종종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어떤 자세로 자는 것이 건강하고 양질의 수면을 하는 데 도움이 될까? 그저 나 편한 대로 자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특정 수면자세가 건강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모든 동물들은 잘 때 특정한 자세를 하고 잔다. 박쥐는 거꾸로 매달려 자고 기린은 서서 자며 플랑밍고는 한 발을 들고 잔다. 또 해달은 물에 뜬 상태로 사람처럼 누워서 여럿이 손을 잡고 잔다.

동물들의 종 특이적인 수면자세는 진화과정에서 적응과 생존을 위해 최적화된 결과일 것이다. 잘 때는 모든 신체가 편안해야 한다. 하지만 수면자세는 단지 편안함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포식자의 위협으로부터 빠른 대응, 체온조절, 유대감 형성 등의 기능과 연관된다. 사자와 같은 포식자들의 수면자세는 배를 깔고 엎드려 잠으로써 필요 시 빠르게 뛰쳐나갈 수 있게 한다. 또 큰 위협이 없기 때문에 배를 드러내놓고 옆으로 누워 자기도 한다.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는 편하게 옆으로 늘어져 자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 가장 흔한 수면자세는 옆으로 누워 자는 모습인데(전체 수면시간 중 54%) 특히 옆으로 누워 다리를 배쪽으로 웅크린 자세, 소위 말하는 태아형 자세가 가장 흔하다. 옆으로 누워서 다리를 쭉 펴고 자는 통나무형 자세는 이보다는 좀 적다. 반듯이 누워 자는 수면자세는 약 1/3정도이고(37%) 엎어져 자는 경우는 7% 정도로 가장 적다.

사람의 수면자세는 어느 한 자세로 고정되지 않고 하룻밤 새 다양한 자세를 취하면서 잔다. 흔히 깊이 자면 반듯이 누워 자고 옅은 잠은 옆으로 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세는 특정 수면단계와는 무관하게 나타난다.

수면 중 자세변경 횟수는 나이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 자세를 변경하는 횟수를 보면 10대까지는 시간당 4번 정도이지만 20~30대는 2~3번, 더 나이가 들면 시간당 2번 정도로 나이 들수록 점차 자세변경이 줄어든다.

어려서는 옆으로, 반듯이, 엎어져 자는 비율이 거의 동일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엎어져 자는 자세는 점차 없어진다. 또 노년기로 갈수록 옆으로만 자는 시간이 늘어난다. 옆으로 자는 비율은 대체로 여성이 남성보다 나이에 관계없이 많은 편이다.

어느 자세로 자는 것이 가장 건강에 좋은가 하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각 수면자세의 진화적 측면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들을 살펴보자. 가장 많은 옆으로 자는 자세는 복부의 중요한 장기를 노출시키지 않아 포식자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다. 또 기도가 잘 유지되고 음식물이 역류하지 않는 이점이 있다.

폐쇄성수면무호흡환자는 똑바로 누워 잘 때 기도가 더 잘 막히는 경향이 있어 옆으로 자면 도움이 된다. 역류성식도염환자도 반듯이 누우면 복부압력이 증가해 식도역류가 증가할 수 있어 옆으로 자는 것이 좋다. 특히 위와 식도의 해부학적 관계 및 중력 방향 등을 고려할 때 위식도역류가 있는 경우 왼쪽으로 자야 증상이 감소하기 때문에 왼쪽으로 자는 것이 좋다.

옆으로 자기는 척추배열을 중립상태로 유지시켜 일반적으로 척추건강에도 좋을 수 있지만 만일 옆으로 잤을 때 척추에 통증을 느낀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임신부는 복부압력 증가로 수면무호흡, 식도역류가 잘 생길 수 있어 옆으로 자는 것이 가장 좋다. 영국에서 발표된 연구를 보면 좌측 옆으로 누울 때에 비해 우측이나 등으로 누운 경우 1.7~2.5배 정도 사산위험이 증가했다. 소규모연구라 대규모 후속연구가 필요하지만 임신부는 가급적 왼쪽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반듯이 누워 자는 자세는 복부의 주요 장기를 노출시키는 자세이기 때문에 포식자의 위협은 물론 기도막힘이 더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옆으로 자는 자세보다 척추건강에는 더 좋을 수 있어 척추문제가 있다면 반듯이 자는 것을 추천한다. 엎어져 자는 경우는 대부분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고 자게 되는데 목과 척추에 부담이 되고 호흡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듯이 누워 자는 자세는 영아의 돌연사 예방에 도움이 된다. 옆으로 재우거나 엎어지게 재우는 것은 돌연사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적어도 12개월까진 아이를 반듯이 누워 재울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수면자세는 개인의 선호도 및 생리적 상태 등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엎어져 자는 것보다는 옆으로나 반듯이 누워 자는 것이 건강에는 더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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