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큼 잘하는 지역병원] 제주한라병원 “제주도, 의료 독립국을 만들겠습니다!”
[서울만큼 잘하는 지역병원] 제주한라병원 “제주도, 의료 독립국을 만들겠습니다!”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1.06.0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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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건수·성공률 서울 대형병원 못지않은 심혈관센터
제주권역외상센터, 365일 중증외상환자 지킴이 활동
의료혜택서 소외된 지역주민에 나눔봉사활동 실천해

본지가 지방의료 활성화를 위해 야심차게 시작한 ‘서울만큼 잘하는 지역병원’의 이번 대상은 제주한라병원입니다. 제주한라병원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내 몸처럼 돌본다는 뜻의 ‘이명아명’(爾命我命)을 원훈으로 1983년 12개 진료과목 150병상 규모로 개원했습니다. 

제주한라병원은 섬이라는 열악한 지리적 여건 속에서도 지역 내 최상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현재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의 건물 2동에 2개의 권역센터 및 17개의 전문센터, 25개 진료과와 586병상을 운영, 명실상부한 제주도 대표병원으로 거듭났습니다. 김성수 병원장의 안내로 병원 곳곳을 둘러봤습니다. <편집자 주>

김성수 병원장은 지친 기색 없이 원내 곳곳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기자를 이끌었다. 가히 ‘제주도를 의료 독립국으로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내세운 수장다웠다.
김성수 병원장은 지친 기색 없이 원내 곳곳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기자를 이끌었다. 가히 ‘제주도를 의료 독립국으로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내세운 수장다웠다.

비행기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낯설다. 코로나19로 인해 실로 오랜만에 비행기 몸을 실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에메랄드빛 하늘과 야자수, 제주의 상징인 돌하르방이 반긴다. 고작 한 시간 만에 다른 나라에 온 듯한 착각도 잠시, 바쁜 일정 탓에 여유를 느낄 시간도 없이 제주한라병원으로 이동했다. 

처음 접한 제주한라병원은 마치 휴양지에서 접한 병원인 것 같았다. 실제로 제주한라병원은 국가원수나 VIP가 제주를 방문할 때 긴급진료병원으로 지정돼 제주도 내 최고의료기관으로 인정받고 있을 뿐 아니라 여행지에서의 급한 사고에도 단단히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2011년 7월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후 2013년 응급의료기관평가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하고 2015년에도 2위를 기록하는 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제주한라병원. 여기에 관광도시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의료관광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0년 ‘제주특별자치도 의료관광 선도병원’으로 지정된 후 특히 중국 현지병원 및 의료기기 회사 등과 MOU를 체결해 의료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어 2014년 한라산에 인접한 중산간 자락에 20만㎡ 규모의 헬스리조트 ‘더위(THE WE’)를 건립했다. 더위는 호텔과 병원의 융합공간으로 호텔에 머물면서 건강검진, 수치료, 피부성형 등을 받을 수 있는 신개념공간이다.

병원 투어 전 김성수 병원장의 철학과 비전을 들을 수 있었다. “제주도를 의료독립국으로 만들겠습니다.” 힘주어 전달하는 그의 눈에서 굳은 결의와 함께 지역의료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의 신념이 깃든 신장투석실 전경.

■수익보다는 도민 건강 위한 ’신장투석실’

김성수 병원장의 전공은 신장내과다. 중앙대병원 재직 당시 투석을 위해 서울까지 올라오는 도민들을 보고 ’내가 고향에 내려가면 신장투석실은 꼭 만들어 내겠다‘라고 다짐하고 시작한 게 1984년이다.

제주한라병원 신장투석실은 제주도 최초의 신장투석실로 주 2~3번씩 꼬박 4~5시간을 병원에서 지내야 하는 환자들을 위한 김성수 병원장의 굳은 신념이 만들어낸 결과다. 

당시 교통편도 불편한 상황에서 서울로 왕복하면서 신장투석하는 제주도민들을 보며 경제적 파탄은 물론, 가족까지 무너지는 걸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투석하지 못해서 사망하는 제주도민은 더 이상 없어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던 것. 

일렬로 늘어선 침대의 마지막 시선은 제주도 푸른 바다다. 오랫동안 지친 신장투석환자들의 마음까지 치료하려는 병원장의 진한 마음이 느껴졌다.    

■심혈관질환치료 메카 ‘심혈관센터’

처음 병원장의 안내를 받아 심혈관센터로 가기 전 제주도에서 유일한 인간유전자정보 전체를 빠르게 읽어내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유전정보검사(NGS)기관에 대한 짧은 설명이 이뤄졌다. 

이어 심혈관센터에 도착해 지금까지 4000례에 이르는 심뇌혈관질환중재시술을 진행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곳은 2007년 개심수술을 시작으로 2008년에는 27주 만에 860g으로 태어난 미숙아를 1600g으로 성장시켜 7cm 미만의 영아심장수술도 성공했다. 현재 연간수술건수는 물론 성공률 역시 서울의 대형병원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센터는 2009년 최첨단 컴퓨터단층촬영기(CT)인 ‘소마톰 드라이브(SOMATOM Drive) 256채널’을 국내에서 두 번째로 도입해 응급을 요하는 심장수술 등 심뇌혈관치료성공률을 크게 높였으며 2011년 심혈관중재시술 인증기관 및 인증의로 공인받았다. 또 2012년 심장부정맥치료를 위한 ‘심장전기생리검사기’를 도입, 가동 1년 만에 100례 시술을 달성한데 이어 ‘디지털혈관조영기’를 추가 도입하는 등 심혈관질환중재술의 영역을 더욱 확장했다.

김성수 병원장이 권역외상센터 내 하이브리드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시설은 혈관중재시술과 외과수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시스템으로 응급상황에 보다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중증뇌질환특성화센터 지정 ‘뇌혈관센터’

심혈관센터의 맞은 편에 위치한 뇌혈관센터는 2010년 정부로부터 ‘중증뇌질환특성화센터’로 지정받아 긴급시술이 가능한 ▲전문의 ▲장비 ▲진료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이에 구축 24시간 전문의가 상주하면서 ‘급성기 출혈성뇌혈관질환’과 ‘허혈성뇌혈관질환’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2년 제주도 최초의 신경외과수련병원으로 지정돼 도에서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신경외과 전문의를 배출하고 있다. 매년 1000건 이상의 신경외과수술은 물론 매년 100여 건의 뇌동맥류 및 뇌혈관기형수술, 권역외상센터 관련 두부 및 척추외상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혈관조영기를 이용한 뇌동맥혈관조영술은 물론 컴퓨터와 적외선카메라를 통해 환자의 병변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주는 미래형 최첨단 수술시스템인 ‘자동항법영상수술장비’도 도입했다. 또 2020년 통계청이 발표한 ‘뇌혈관질환 시도별 사망률’에서 제주도가 전국 최저를 기록한 것은 제주한라병원의 심-뇌혈관질환센터의 역할이 매우 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성기 뇌졸중적정성평가’에서 6년 연속 1등급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약 5년 전 중국 관광객이 불의의 사고로 신속하게 뇌혈관센터에서 응급수술을 마친 뒤 대략 6개월 정도 입원해 회복한 뒤 고국으로 돌아간 후담이 이어졌다. 이후 매해 제주한라병원을 찾아 진료를 본다고. 

도내 중증외상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데 큰 원동력이 되고 있는 제주권역외상센터. 

■중증외상환자 든든한 지킴이 ‘제주권역외상센터’

한껏 자신감 가득차 이동한 곳은 병원에서 가장 자랑하는 ‘제주권역외상센터’다. 현재 제주도는 상주인구 67만여 명의 중소규모 도시지만 지속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지역이다. 이로 인해 렌터카, 전세버스, 선박, 항공 등 교통수단의 증가로 사고발생가능성과 실제발생건수도 늘고 있다. 특히 해양스포츠와 산악 레저가 가능해 각종 재난사고로 인한 중증외상환자 발생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섬이라는 특성상 의료자원 및 시설은 물론 외상분야의 기반이 내륙에 비해 취약했다. 이에 제주한라병원은 2016년 11월 보건복지부 공모를 통해 제주권역외상센터 우선대상자로 지정받은 후 국비 80억원 등 총사업비 약 200억원을 투입해 병원리모델링 및 외상센터 개설을 추진했다. 그 결과 현재 도민은 물론 관광객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3월 공식적으로 문을 연 제주권역외상센터는 도내 중증외상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든든한 지킴이역할을 하고 있다. 1년여 동안 900여 건의 크고 작은 중증외상환자를 책임지면서 사망률을 낮추는 데 힘쓰고 있다. 최근엔 지역특성을 반영한 제주지역외상체계 구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도내 모든 응급유관기관과 공유, 중증외상환자의 신속한 이송 및 처치를 위한 지역 내 응급기관 간 협업체계를 마련하기도 했다.  

제주도에서 유일한 하이브리드시설을 갖춘 곳은 우리뿐”이라며 “응급상황에 대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 현재 많은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긴급상황에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에 섬이라서 응급치료가 어려울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하이브리드시설 안 장비와 시스템을 일일이 설명하는 김성수 병원장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묻어났다. 

현재 제주권역외상센터는 ▲소생실 ▲진료구역 ▲외상통제실 ▲중환자실(20병상) ▲전용수술실(2곳) ▲전용병동(40병상) 등을 갖춰 365일 하루 24시간 내내 중증외상환자 도착 즉시 수술은 물론 모든 처치가 가능하다. 1분 1초가 생명과 직결되는 외상센터의 특성상 ▲외상응급 ▲외상외과 ▲외상흉부 ▲외상신경 등 분야별로 세부전문의를 확보하고 있다. 또 ▲엑스레이촬영실 ▲CT촬영실 ▲혈관조영실 등 중증외상환자 전용의료기기를 별도로 갖췄다.

김성수 병원장이 또 하나의 자랑거리인 암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한라병원 암센터는 산하에 11개의 세부 암 전문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신 암 치료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최첨단장비를 구축, 암환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심평원 진료평가 연속 1등급 ‘암센터’

김성수 병원장은 짧지 않은 시간 직접 설명하며 걸어다니느라 지칠 만도 한데 전혀 피곤한 기색없이 씩씩하게 암센터로 행했다. 제주한라병원은 2000년을 기점으로 11개 암 전문클리닉을 통해 수술은 물론 치료까지 전인적 관리가 가능한 전문암센터를 구축했다. 

2002년 백혈병환자 등 소아암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골수이식센터를 시작으로 2008년 꿈의 암 진단기로 불리던 ’PET-CT‘를 2008년부터 가동했다. 이후 2010년 ’자가말초 조혈모세포이식‘을 처음으로 성공, 도내 백혈병치료가능성을 열어 지역병원에서는 쉽게 도전하기 어려웠던 백혈병치료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2011년엔 국내에서 세 번째로 최첨단 방사선암치료기인 RMAB(Rapid Multi Arc with Brainlap)를 도입했다. 현재 제주한라병원은 암 종류 및 유형에 따라 복강경 또는 내시경수술, 간종양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항암제를 투여하는 간동맥색전술, 방사선치료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유방암 ▲대장암 ▲폐암 ▲위암 진료평가에서 연속 1등급을 받았다.

■의료봉사로 소외되기 쉬운 이웃사랑 실천

제주한라병원은 의료혜택에서 소외되기 쉬운 농어촌지역 어르신을 위한 의료봉사활동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주민의 건강증진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다. 이를 위해 2007년 사랑의 의료봉사단을 꾸려 제주 한림읍을 시작으로 약 10여 년 동안 농어촌지역 60여 곳을 방문해 거동이 힘든 어르신 5000여명에게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19세 미만의 아동 및 청소년, 지적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의료 및 심리, 법률적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김성수 병원장은 2019년부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주지역부의장을 맡아 남북교류협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러한 헌신적인 봉사로 적십자회원 유공장인 은장과 금장에 이어 명예장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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