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검사·바이오마커, 암 잡아낼 원투펀치
유전자검사·바이오마커, 암 잡아낼 원투펀치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9.16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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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들과 함께 하는 의학 대토론회] 정밀의료 최신지견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보건의료에 관한 한 전 세계가 더 깊이 머리를 맞대는 분위기입니다. 헬스경향은 언론사 최초로 다국어판을 운영하면서 해외에도 빠르게 국내 보건의료소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여기서 한 발 나아가 ‘세계 석학들과 함께 하는 의학 대토론회’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각종 질환에 대한 최신치료법부터 미래의학에 발맞춘 보건의료발전방향까지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보건의료석학들과 소통하면서 독자들께 더욱 폭넓은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이번 주제는 ‘정밀의료’입니다. 각국 종양내과학회 소속 석학들의 다양한 의견을 한눈에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치료’중심의 의료패러다임이 ‘예방’중심으로 옮겨갔다. 특히 암종 제한 없이 특정유전자변이에 따른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이 개발되면서 맞춤형치료라고 불리는 정밀의료가 대두되고 있다.

이번 토론참여자는 ▲이탈리아 주세페 쿠리글리아노 밀라노 대학교수 ▲미국 진 칠리 소리아 파리 스켈레 대학 교수 ▲일본 나카무라 요시아키 국림암센터 교수 ▲박경화 고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미국 제드 월척 뉴욕 메모리얼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 교수 등이다.

■토론 주요쟁점

지금까지 암치료는 외과수술에 편중돼 있었다. 하지만 의료기술 발달로 수술이 아닌 ‘유전자검사’(차세대염기서열분석 : NGS)를 통해 원인유전자, 즉 ‘바이오마커’를 찾아 암을 예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 기술은 고형암뿐 아니라 희귀암 같은 유전질환까지 예방, 사회경제적 부담을 낮출 것으로 기대되면서 각국은 NGS와 바이오마커 연구에 온 힘을 쏟고 있다.

- 코로나19로 암 환자 임상시험의 패러다임이 변했다.

이탈리아 주세페 쿠리글리아노 교수 :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코로나19는 암 환자, 의료진들에게 치료의 불확실성을 가져왔다. 모든 연구기관에서 코로나19가 암 환자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 이에 ASCO, ESMO 등 여러 전문기관에서 암 환자를 위한 치료지침권고안을 발표했다.

이 권고안은 임상시험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원격진료상담, 지역공동연구센터에서 정기검사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또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기구(EMA) 역시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임상실험을 가속화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임상학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바뀔 것이다.

미국 진 칠리 소리아 교수 : 코로나19백신이 이처럼 빨리 개발된 것은 의료기술의 진일보를 뜻한다. 여기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이 바로 ‘항암제’다. 과거 항암제는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모두 공격했다. 하지만 유전자기술 발달로 암 전이에 관련된 분자메커니즘을 목표로 하는 약물,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유전자를 목표로 한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면서 부작용은 낮아졌고 암 환자의 생존율이 개선됐다. 또 내성과 부작용이 낮은 면역항암제가 개발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15년 사이에 이뤄졌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암 역시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에 착안, 암 예방 바이오마커를 타기팅한 임상도 진행 중이다.

- 바이오마커는 어디까지 연구됐나.

일본 나카무라 요시아키 교수 : 20년간 맞춤형치료를 뜻하는 정밀의료가 계속 발전하고 있다. 정밀의료의 핵심은 ‘유전자검사’다. 유전자검사로 원인유전자, 즉 바이오마커를 찾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현재 암치료 시 유전자검사를 권고한다. 일본뿐 아니라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와 유럽종양학회(ESMO) 등에서도 권고하고 있다. 같은 암이라도 원인유전자가 달라서다.

이 추세에 따라 현재 표적치료제 승인도 종양위치보다는 특정 바이오마커의 존재규정에 근거해 승인되고 있다. 일본은 바이오마커 연구를 위해 2015년 ‘GI-SCREEN’을 설립, 위암환자를 대상으로 원인유전자에 따른 치료, 임상시험을 진행해 빅데이터를 구축 중이다. 최근에는 이 연구를 대장암까지 확대했으며 인공지능을 접목해 데이터오차를 줄이고 있다.

한국 박경화 교수 : 아직 모든 암에서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치료보다 부작용이 적고 환자생존율을 확실히 올려준다. 이때 바이오마커는 ▲약물타깃의 존재를 확인하는 ‘타깃마커’ ▲병의 유무를 진단하는 ‘진단마커’ ▲특정약물에 대한 반응군과 비(非)반응군을 구별하는 ‘예상마커’ ▲약물치료효과를 감시하는 ‘대리표지자마커’ ▲질병의 예후를 알려주는 ‘예후바이오마커’ 등 4가지로 구분되는데 종양부분에서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한국은 2016년부터 바이오마커 발굴에 힘쓰고 있으며 2019년 5월부터 고형암환자 표준치료 후 약물반응률이 없을 경우 NGS분석기법을 활용한 유전자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국가, 인종별로 특정암 발병률이 높은 것을 감안해 2017년 6월 ‘K-마스터(MASTER)’라는 국가산업을 추진, MMS시스템을 개발해 암유전자 빅데이터 구축에 힘쓰고 있다. MMS는 암과 직접 연관 있는 400개 유전자의 설명서다. 현재 55개 상급병원이 참여해 유전자검사를 진행 중이며 이 데이터가 구축되면 암치료로 소비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줄어들 것이다.

-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면역항암제는 뭔가.

미국 제드 월척 교수 : 면역항암제는 암 자체를 공격하는 기존항암제와 달리 인공면역단백질을 체내에 주입, 면역세포가 선택적으로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여러 암종에서 사용 가능하다. 최근 ▲악성흑색종 ▲비소세포폐암 ▲신장암 ▲방광암 ▲두경부암 등으로 적용범위가 확대됐다.

이중 연구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악성흑색종이다. 악성흑색종의 경우 유전자검사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유전자변이(BRAF, NRAS, NTRK 등)가 확인됐다. 하지만 고가인 만큼 표준치료의 효과가 미미한 경우 유전자변이 확인 후 사용한다. 악성흑색종에서 현재 연구 중인 면역항암요법으로는 ‘이필리무맙+니볼루맙’이 있다.

이 병용요법은 과거 20% 미만이었던 악성흑생종의 5년생존율을 50%이상으로 올렸다. 부작용 역시 매우 적다. 하지만 독성으로 인한 치료중단, 장기간 임상에서 발견된 내성은 여전히 문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기초 및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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