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불가능한 난치암, 광역학치료(PDT)가 희망”
“수술 불가능한 난치암, 광역학치료(PDT)가 희망”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5.2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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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형일 세브란스병원 광역학치료(PDT) 연구센터장
김형일 센터장은 “광역학치료는 적절한 파장과 적절한 양의 빛을 조사해 활성산소를 생성, 종양을 사멸시킨다”며 “현재 복막암, 담도암, 췌장암 등 난치암에서 활발히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일 센터장은 “광역학치료는 적절한 파장과 적절한 양의 빛을 조사해 활성산소를 생성, 종양을 사멸시킨다”며 “현재 복막암, 담도암, 췌장암 등 난치암에서 활발히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암 치료법은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등 3가지이다. 하지만 최근 면역치료, 유전자치료 등과 함께 광역학치료(Photodynamic Therapy, PDT)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은 다소 생소하지만 광역학치료의 역사는 사실 오래됐다. 18세기 후반부터 과학적으로 개념이 정립됐으며 1903년에는 탄소아크광선요법으로 덴마크 의사 닐스 핀센이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광역학치료는 피부질환을 넘어 두경부암, 뇌암, 폐암, 자궁경부암, 전립선암, 유방암 등 점차 더 넓은 범위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난치암으로 꼽히는 췌장암, 복막암, 담도암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김형일 세브란스병원 광역학치료 연구센터장(위장관외과 교수)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 광역학치료란 무엇인가.

광역학치료는 빛을 이용한 치료법이다. 레이저치료와 많이 헷갈려하는데 엄연히 다른 치료법이다. 둘 다 레이저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레이저치료는 피부표면에만 작용하며 다른 물질이 필요 없다. 하지만 광역학치료는 ▲레이저와 같은 광원 ▲광감각제 ▲산소 등 3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다. 적절한 파장과 적절한 양의 빛을 조사해 광감작제를 활성화시키면 활성화된 광감작제가 직접 작용하거나 활성산소를 생성해 종양을 사멸시킨다. 광역학치료에 사용되는 레이저는 열을 발생하지 않아 환자는 아무런 느낌을 받지 않는다. 광역학치료는 30~40년 전부터 피부암환자를 대상으로 동유럽, 브라질 등 여러 국가에서 활발히 사용하고 있는 치료법이다.

- 광역학치료 시 광감작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들었다.

광감작제는 동물의 피에서 추출한 포르피린계 화합물로 만든 유도체이다. 광감작제를 정맥주사하면 혈액 속에서 LDL과 빠르게 결합해 전신으로 순환된다. 종양에는 정상조직보다 LDL수용체가 많이 분포돼 있어 광감작제가 오래 머문다. 또 종양주변의 미세혈관에는 대식세포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높아 광감작제가 정상조직보다 더 높게 축적된다. 이후 광감작제에 민감한 흡수파장을 가진 레이저광을 조사하면 광감작제가 광원에서 빛을 받아 종양의 신생혈관 형성을 차단해 종양세포를 사멸시킨다. 최근에는 최소침습치료법(복강경, 내시경, 흉강경 등)이 적용되면서 더욱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 난치암에서 광역학치료가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컨대 대장암은 5년 생존율이 93.9%에 이를 정도로 치료예후가 좋다. 문제는 ‘복막전이암’이다. 복막전이암은 암세포가 배 부위 복막 전체에 퍼져 있는 상태로 대장암이 주원인이다. 개복하면 암세포덩어리가 복막 전체를 뒤덮고 있는데 눈에 보이는 암 외에도 작은 암세포가 많고 혈관이 매우 적어 항암제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 광역학치료다. 광역학치료에 사용하는 광감작제는 종양세포와 결합하는 만큼 복막암에 효율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지난해 ‘복막암 마우스모델에서의 복강 내 PDT치료효과’에 관한 연구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복막암환자 사용에 앞서 시행한 비임상시험이지만 별다른 치료옵션이 없는 복막암환자에게는 희망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

- 담도암(담관암)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적인가.

담도암은 증상발현이 늦다. 따라서 진단 당시 암이 간문부 주위의 주요혈관과 신경에 전이된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수술이 어렵고 내시경을 통한 배액술과 췌담관우회술을 고려할 수 있지만 증상완화만 가능하다. 이때 대안이 광역학치료다. 담도는 간에서 만들어지는 답즙을 십이지장으로 보내는 관으로 빛이 일직선으로 뻗어나가기 좋은 환경이다. 치료 후에는 담관 내에 스텐트를 삽입해 암 조직이 다시 자라 담관을 막는 것을 억제한다. 담도암에서 광역학치료는 암을 국소적으로 제거하고 황달을 호전시키며 암 진행을 억제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담도암을 넘어 췌장암에도 의미 있는 결과를 얻고 있다.

- 광역학치료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조절할 수 있는 정도의 부작용만 있다. 광감작제에 의한 전신부작용으로 피부광과민성이 생길 수 있고 광감각제 투여 후 환자는 거의 모든 빛에 피부과민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빛 노출에 대한 단순지침만 숙지하면 위험성은 매우 낮다.

- 광역학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지금까지 광역학치료는 소수의 환자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또 지금까지 외과치료가 주를 이룬 만큼 연구가 더딘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의료트렌드는 환자의 회복기간을 단축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최소침습수술’과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표적지향치료’가 확대되는 추세다. 여기에 적합한 치료법이 광역학치료다. 또 최근 광역학치료는 진단기술 발달과 새로운 광과민제 개발로 인해 특정질환에서는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광역학치료는 시술 자체가 간편하기 때문에 다른 치료법과 병행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될 수 있도록 연구에 박차를 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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