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아픈 아이들 어디로 가야하나…아동전문병원 부재의 시대
밤에 아픈 아이들 어디로 가야하나…아동전문병원 부재의 시대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6.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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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아동병원협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아동병원 60곳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의 결과 향후 5개월 안에 야간이나 휴일 진료시간을 줄일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병원은 71.4%였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아동병원 60곳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서 향후 5개월 안에 야간이나 휴일 진료시간을 줄일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병원은 71.4%였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국내 첫 아동전문병원이었던 서울 용산구 ‘소화병원’이 의사 부족으로 이달부터 휴일 진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소아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거나 축소한 병원은 한두 곳이 아니다. 지난해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소아응급실 야간 진료를 중단했고 이대목동병원도 외상환자가 아닌 소아 응급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응급실은 아예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중단했다. 또 순천향대서울병원 역시 소아 야간응급실을 중단했다.

■5개월 안에 소아 야간진료 어려워져

소아응급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월 5일 어린이날 고열을 앓던 다섯 살 어린이가 병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병원 5곳을 전전하다 길 위에서 목숨을 잃은 일이 있었다.

아이는 5번째 병원에서야 급성 폐쇄성후두염 진단을 받았으며 입원실이 없어 다음 날 새벽 귀가했다. 하지만 귀가 후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재차 119구급차에 탑승했지만 병원 도착 40여분 만에 사망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5월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5개 병원 중 한 곳에서라도 입원 치료가 가능했다면 5살 아이가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향후 5개월 안에 대부분의 병원이 진료시간을 줄일 계획이라는 것이다. 대한아동병원협회(이하 협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아동병원 60곳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조사결과 향후 5개월 안에 야간이나 휴일 진료시간을 줄일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병원은 71.4%였다. 그 이유는 진료 의사 감소(34.2%)와 근무 직원 이탈(32.9%), 중증응급환자의 전원 어려움(24.1%) 순이다.

■유명무실한 달빛어린이병원

사실 정부는 2014년부터 소아환자 야간 응급실 이용을 위해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달빛어린이병원에는 여러 문제들이 있다. 우선 10여년간 달빛어린이병원에 관한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소아가 야간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 사업 취지와 다르게 대부분의 달빛어린이병원에서는 야간·휴일진료를 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복지부는 2024년까지 달빛어린이병원을 100곳까지 확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것은 ‘병원 확충’이 아니라 ‘의료진 확보’라고 지적한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소청과 전문의가 부족해서 의사들이 소청과를 기피하는 것이 아니다”며 “대우 자체가 좋지 않기 때문에 병‧의원을 유지할 수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 행위는 오히려 소청과의사들을 궁지로 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성적자 어린이병원, 효율성 아닌 공공성 초점 맞춰야

소아응급실과 더불어 어린이병원 운영도 큰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2016년 7개소(▲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강원대병원 ▲전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를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했고 2020년에는 ▲삼성서울병원 ▲전남대병원 ▲충남대병원 등을 추가 지정했다.

하지만 어린이병원은 현재 만성적자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린이병원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모병원에 소속된 형태의 운영구조와 수가 등이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 교수가 발표한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식 지불제도 도입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어린이병원은 모병원에 소속돼 있어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반면 해외의 어린이병원은 대부분 독립된 법인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기관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운영 효율화 전략을 세울 수 있으며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를 정부가 인지, 다양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또 운영비에 대한 기부금 활용도 독립적이다.

또 전문가들은 어린이병원 운영이 잘되기 위해서는 ‘행위별 수가’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구팀이 어린이병원 적자 요인을 분석한 결과 환자는 감소하지만 중증도는 증가하는 상황이다. 현행 행위별 수가의 인상을 통해서는 전체 어린이병원 인프라 유지 비용을 보전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

결국 정부는 사후보상지불제도를 추진했지만 제대로 운영될지 미지수다. 이에 협회는 범부처 차원의 대책 마련과 국무총리 산하에 ‘소아필수의료살리기특별위원회’ 설치와 적절한 ‘보상’을 요구한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민선 교수는 “소아 진료는 효율성보다 공공성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같은 질환이어도 소아는 성인에 비해 시간과 노력이 더 소요되는 만큼 가능하면 독립적인 영역에서 모든 진료가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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