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심장·정형부문은 세계 상위권…소아과는 붕괴 직전
암·심장·정형부문은 세계 상위권…소아과는 붕괴 직전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6.15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美 뉴스위크 조사결과, 소아 부분 순위 계속 하락
의료계, 정책 의료현장 모른 채 병원 확충에 집중
119구급대를 이용한 소아청소년환자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반면 소아과전공의 수는 매년 감소하며 소아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119구급대를 이용한 소아청소년환자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반면 소아과전공의 수는 매년 감소해 소아의료체계 붕괴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지적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소아의료체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이은 어린이병원의 진단 축소로 환자들이 갈 길을 잃은 것.

소아는 예상하지 못한 응급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병원들은 소아를 위해 야간·휴일에도 진료를 이어간다. 하지만 야간·휴일 진료가 가능한 소아응급실은 사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거점병원을 담당하는 국립대병원 역시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응급환자를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국민의힘)이 13일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소아응급진료 현황’에 따르면 119구급대를 이용한 소아청소년환자는 2020년 1만4110명에서 지난해 2만3956명으로 69.8% 급증했다.

이에 반해 소아과전공의는 감소하고 있다. 국립대병원 소아과전공의는 2020년 29명, 2021년 26명, 2022년 22명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특히 올해는 14명으로 3년 만에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또 올해 전국 국립대병원 소아과전공의 정원은 44명인데 지원자는 14명에 불과했다. 서울대병원 10명, 전남대병원 2명, 충북대병원·전북대병원 각 1명 등이다. 3년 연속 전공의를 받지 못한 국립대병원도 3곳에 달한다.

김병욱 의원은 “저출산 장기화, 굳어진 저수가 등을 이유로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극에 달하며 현재 의료현장은 붕괴 직전까지 왔다”며 “의대정원 확대, 수가 인상 등 적극적인 방안으로 의료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아 부문 7위로 전체 부문 중 가장 낮아

우리나라의 소아의료체계의 문제는 해외 설문에서도 극명히 드러났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2023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 병원 임상분야별 순위’ 평가에서 소아과 위기가 여실히 확인된 것.

뉴스위크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와 함께 전 세계 주요 의료 전문가들의 추천과 환자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병원 순위를 발표한다.

이번 조사는 올해 2~3월 의료종사자 8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상 국가는 우리나라와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과 태국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 9개국이다.

소위 ‘빅5’ 병원(▲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은 심장, 내분비, 신경, 암, 정형 등 5개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우수성을 입증했다. 반면 소아 부문에서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2곳만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로 소아 부문에서는 서울대병원이 1위, 서울아산병원은 7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서울성모병원 21위, 이대목동병원 22위, 고려대안암병원 23위 등에 이름을 올렸다.

■인프라 확충에만 집중한 정부정책…의료계 반응은 싸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3월 중증소아를 진료하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를 현재 10개소에서 14개소로 추가 지정하고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전공의들이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 등에 소아 전문의 배치기준을 강화하고 소아진료 보상을 확대했다. 야간이나 주말에 소아 진료를 받는 부모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현재 37개소인 달빛어린이병원을 100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이밖에도 소아의 갑작스러운 증상에 대해 의료인이 24시간 전화상담을 제공하는 ‘24시간 소아전문 상담센터 시범사업’을 올해 하반기 중 실시한다. 24시간 소아전문 상담센터는 증상 상담, 처치방법 안내뿐 아니라 응급 및 야간·휴일 운영 의료기관 안내 등을 병행한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소아의료체계 붕괴의 근본적인 문제는 병원 등 인프라 부족이 아닌 ‘인력난’이기 때문. 실제로 소청과 세부 분과로는 감염, 내분비, 소화기영양, 신경, 신장, 신생아, 알레르기·호흡기, 혈액종양 등이 있는데 지원자가 극히 적다. 대한소아심장학회에 따르면 2021년 소아심장을 진료하는 세부전문의는 고작 10명뿐이었다. 또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에 따르면 현재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는 67명뿐이다.

대한아동병원협회 이홍준 정책이사는 "정부가 달빛어린이병원을 100곳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지만 진료현장에서의 반응은 오히려 지정 반납을 고려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며 ”정부는 인프라 확충보다는 진료현장을 직접 살펴본 후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