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뇌혈관질환 방아쇠 ‘이상지질혈증’…일찍 관리할수록 득
심뇌혈관질환 방아쇠 ‘이상지질혈증’…일찍 관리할수록 득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9.14 1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심뇌혈관질환 예방 위한 콜레스테롤 관리’ 정책토론회 개최
김재택 이사장이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환영사를 통해 정책토론회를 마련한 이유에 대해 밝히고 있다.

우리 국민의 주요사망원인으로 꼽히는 심뇌혈관질환. 2021년 기준 연간 심뇌혈관질환자는 289만7000명, 진료비는 6조9866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심뇌혈관질환자의 증가세가 예상된다는 것.

이러한 와중에 2018년 2년이었던 이상지질혈증 국가검진주기가 남성은 24세, 여성은 40세부터 4년 주기로 지원되는 것으로 바뀌면서 국민 심뇌혈관건강이 크게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상지질혈증은 심뇌혈관질환의 중요한 원인질환으로 건강한 사람도 2년마다 검사가 권고되는데 되레 검진주기가 늦춰진 것. 더구나 현재 우리나라는 식습관의 변화 등으로 젊은 이상지질혈증환자 증가세가 뚜렷해져 조기진단·관리에 더욱 고삐를 당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이상지질혈증 관리의 중요성을 짚어보고 검진주기에 관한 정책적 변화를 요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14~16일까지 진행되는 국제학술대회 ICoLA2023에 발맞춰 14일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콜레스테롤 관리’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김재택 이사장은 “7월에 발표된 제2차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에 처음으로 이상지질혈증이 언급된 것은 심뇌혈관질환 예방에서도 이상지질혈증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정부에서도 인지했다는 뜻깊은 신호”라며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우리 학회가 국민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더욱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토론회 개최의 취지를 밝혔다.

■콜레스테롤 질 관리도 중요…조절 목표는 개별화해야

김신곤 교수는 콜레스테롤의 양과 질 모두 주목해야 하며 수치 조절 목표는 개별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상지질혈증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인 지질, 즉 콜레스테롤의 농도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특히 콜레스테롤 중에서도 LDL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 또는 HDL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가 이상지질혈증에 해당한다.

이에 보통 LDL콜레스테롤은 나쁜 콜레스테롤, HDL콜레스테롤은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졌으며 국민들도 이렇게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 이 통념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콜레스테롤은 양뿐 아니라 질에 따라서도 심뇌혈관질환 위험도가 달라지기 때문. 

고려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는 “LDL콜레스테롤은 저밀도 지단백질로 불리는데 이보다 더 표면적이 좁고 밀도가 높아 혈관 벽 쪽으로 가라앉는, 즉 질이 나쁜 초저밀도 지단백질(sdLDL콜레스테롤)에도 주목해야 한다”며 “실제 중성지방수치가 올라가면 LDL콜레스테롤수치는 올라가지 않지만 질적으로 나쁜 LDL콜레스테롤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또 HDL콜레스테롤을 뺀 공격인자의 총합을 의미하는 ‘non-HDL콜레스테롤’에도 주목해야 하며 죽상경화성 지단백 입자의 외곽을 이루는 아포지단백(ApoB)을 측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김신곤 교수는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 목표는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개별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당뇨환자 등 심혈관질환의 고위험군은 더 엄격한 지질조절이 필요해 매년 콜레스테롤 검사가 필요하며 콜레스테롤 수치 변동성이 심한 경우 역시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최소 2년에 한 번 검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극 나선 이상지질혈증 관리, 뇌졸중 예방 원동력

김범준 교수는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도 이상지질혈증의 조기진단과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지질혈증은 다양한 심혈관계 합병증을 일으켜 조기진단·관리의 중요성이 크다. 그중에서도 뇌졸중(뇌경색, 뇌출혈)은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꼽힌다. 지질이 혈관 벽에 쌓이면 염증을 일으키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혈전이 떨어져 나와 뇌혈관을 막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범준 교수는 “이상지질혈증이 잘 조절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뇌경색 발생위험이 낮고 설령 발생하더라도 신경학적 이상 비율이 적다는 연구보고들이 많다”며 “의료현장에서도 뇌졸중 예방을 위해 이상지질혈증환자를 잘 찾아 그에 맞는 콜레스테롤 관리를 권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인식 높이고 검진주기 2년으로 다시 바꿔야

박재형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검진주기를 다시 2년으로 전환하고 국민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성에도 국민 인식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콜레스테롤수치를 아는 국민이 많지 않을뿐더러 진단받더라도 관리 수준이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고려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박재형 교수는 “실제로 최근 급성심근경색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 중 이상지질혈증 검사를 단 한 번도 받지 않은 환자가 있는가 하면 수치가 높았을 때 바로 조치하지 못해 총 콜레스테롤수치가 높은 상태로 오랫동안 유지된 환자도 있었다”며 현실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박재형 교수는 “오히려 이상지질혈증을 방치해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하면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비용이 증가해 국가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이상지질혈증 검사와 조절시기는 이를수록 좋은 만큼 개인의 건강은 물론 국가를 위해서도 검진주기를 다시 2년으로 바꿔야 한다”고 피력했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박지은 사무관이 이상지질혈증 국가검진에 관해 도출된 여러 의견에 대해 종합 발언하고 있다. 

한편 패널토론에서는 이상지질혈증 관리에 대한 보다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현재 이상지질혈증 검사는 국가검진에 포함돼 있지만 자신이 검사대상인지는 직접 공단사이트에서 조회해야 알 수 있다. 남성은 24세 이상부터, 여성은 40세 이상부터로 검진 지원시점도 다른 상황이다.

서울행복내과 이창현 원장은 “이 때문에 자신이 왜 이상지질혈증 검사 비대상인지 역으로 묻는 환자들이 많다”며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이상지질혈증은 별다른 확진검사가 없어 병이라고 인식하는 환자들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젊은 이상지질혈증환자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조됐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이상학 교수는 “지금 당장 문제가 없어도 젊을 때 이상지질혈증이 발생하면 나이 들었을 때 심혈관계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을 국민이 인식해야 한다”며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청소년, 젊은층에서 이상지질혈증환자 증가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이들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도 많은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모든 의견에 대해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박지민 사무관은 “건강검진은 타당성연구, 비용효과성평가 등 여러 절차를 거쳐 정책적 변화가 이뤄진다”며 “이 과정에서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거치기 때문에 절대 정부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건강검진정책은 건보재정을 고려해 추진할 수밖에 없는 만큼 더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학계에서 업데이트되는 연구자료에 대해서는 현재 검진업무를 담당하는 질병청 조직에서 계속 추가 분석을 진행하고 있어 학회 차원에서도 언제든 최신 연구자료를 제공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