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영 교수의 꿀잠비책] 낮에도 꾸벅꾸벅…수면장애증상이라고?
[정기영 교수의 꿀잠비책] 낮에도 꾸벅꾸벅…수면장애증상이라고?
  • 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ㅣ정리·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10.1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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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건강보험공단 통계결과 최근 수면장애로 진료받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에만 116만명 이상이 진료받았는데 이는 최근 5년간 30%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수면장애 진료비 또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더 큰 문제가 숨어 있다. 성인 중 약 20%는 불면증에, 25%는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한 상태라는 것. 이러한 수치를 고려하면 실제 수면장애환자 중 병원에 오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결국 수면문제에 대한 국민인식이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연령별로는 특히 40대 이상이 수면장애 진료인원의 83.7%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수면장애로 고통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면장애는 결국 미래에 더 심각한 문제로 부상할 것이다. 실제로 수면장애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주요 선진국의 경우 국내총생산의 약 2% 정도를 차지할 정도 막대하다. 그런데도 수면장애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수면장애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려면 무엇보다 주요 증상을 알고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수면장애증상으로는 ▲불면증상 ▲수면 중 이상행동 ▲낮에 심하게 졸리는 증상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이 중 한 가지만 나타날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불면증상은 수면장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증상이다. 여기서 불면증이 아니라 불면증상이라고 구분하는 것은 불면증은 증상이자 진단명이 될 수도 있어서다. 불면증상은 잠을 잘 못 자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잠들기 어려운 입면장애, 수면 도중에 자주 깨는 유지장애, 새벽에 너무 일찍 깨는 경우까지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입면장애인 경우 일차성불면증, 하지불안증후군 등이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수면 도중 자주 깨는 경우는 수면무호흡증, 치매와 같은 퇴행성뇌질환, 내과적질환 등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새벽에 너무 일찍 깨는 경우는 우울증에 의한 불면장애나 노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주기리듬장애(초저녁에 잠들고 새벽 일찍 깨는 것)가 원인일 수 있다. 같은 불면증상을 겪고 있어도 언제 못 자는지에 따라 원인이 달라질 수 있어 구분해 알아두는 것이 좋다.

수면장애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주요 증상을 알아두면 조기발견·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낮에 지나치게 졸린 것 역시 수면장애증상일 수 있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밤에 자주 깨 낮에 심하게 졸린 주간졸림증이 나타난다. 수면 중 산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뇌가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수면시간이 너무 부족하거나 본인의 일주기리듬과 사회활동 시간이 일치하는 않는 경우에도 심한 주간졸림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밤에 충분히 자고 규칙적으로 일어나 일주기리듬이 정상인데도 낮에 심하게 졸음이 오는 수면장애가 있다. 바로 기면병이다. 기면병은 뇌에서 각성 유지작용을 하는 히포크레틴(또는 오렉신이라고도 불림)이라고 하는 물질이 생산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수면 중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도 수면장애의 중요한 증상이다. 단순한 이갈이, 잠꼬대에서부터 밤에 무의식 상태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몽유병까지 형태는 다양하다. 이 중 몽유병은 어릴 때는 흔하다가 자라면서 서서히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성인이 돼도 몽유병이 지속된다. 몽유병은 아주 깊은 단계의 수면 중 발생하는데 뇌는 잠들었으나 몸은 움직이는 상태로 단순 걷기부터 음식 먹기, 운전이나 성관계 등 복잡한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삽화 도중에는 뇌가 깊이 잠들어 기억이 전무하거나 아주 파편적으로만 남아 있어 밤새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따라서 간혹 법적인 문제에 휘말리기도 한다.

노인에서는 꿈꾸는 수면인 렘수면 중 꿈속 행동이 실제로 표출되는 렘수면행동장애가 가장 흔하다. 렘수면행동장애는 퇴행성뇌질환의 초기 신호로서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준다. 뇌전증 발작도 수면 중 자주 나타날 수 있어 수면 중 이상행동을 보인다면 수면장애 외에도 뇌전증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렇게 수면장애는 원인과 형태가 다양하지만 주요 증상을 알고 조기에 전문가와 상담하면 충분히 치료·관리할 수 있다. 건강한 수면은 건강한 삶의 핵심요소로 수면장애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이다. 정기적인 수면건강검진과 적절한 조치를 통해 국민 모두 편안하고 건강한 수면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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