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영 교수의 꿀잠비책] 만성불면증 원리 알면 극복의 길이 보인다
[정기영 교수의 꿀잠비책] 만성불면증 원리 알면 극복의 길이 보인다
  • 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ㅣ정리·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11.0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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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불면증, 이 단어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불면증하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태'라고 간단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불면증은 훨씬 복잡한 문제를 지닌다.

먼저 불면증을 의학적으로 정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전제가 있다. 첫째, 잘 기회가 충분해야 한다. 즉, 잘 시간과 환경이 제공된 상태여야 한다. 둘째, 불면으로 낮에 기능장애가 동반돼야 한다. 자지 못해도 낮 동안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면 불면증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불면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불면증이라고 한다. 시작의 원인이 어떻든 불면증을 방치하면 만성불면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사실 누구나 한두 번은 삶의 스트레스나 긴장 등으로 하루 또는 이삼일 정도 못 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삶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하루 이틀 정도 못 자면 수면압력이 높아져 스트레스나 긴장이 있더라도 자게 된다. 하지만 일부는 일시적으로 못 잘 때 반드시 자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잘못된 수면방법을 강구한다.

예로 어제 못 잤으니 오늘은 좀 더 일찍 누워 더 자려고 노력한다거나 잠이 안 오니 누워서 TV·유튜브 등을 시청하며 잠을 청해 보려는 것 등이 있다. 이러한 방법은 오히려 잠을 오지 않게 한다. 스트레스를 일으켜 몸과 마음의 긴장과 각성을 높일 뿐이다.

또 낮에는 피로하니 아무것도 안 하고 주로 누워있거나 틈만 나면 자려고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 이 경우 며칠간 잠을 못 자면 이러다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기 시작하고 이 걱정이 ‘스트레스 악화→각성고조→불면 악화 및 지속’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급기야 온종일 못 자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오늘은 어떻게 자야 하나 하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침실 또는 침대를 보거나 생각만 해도 긴장과 각성이 높아진다. 그 결과 침대=불면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박히는데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화된 학습을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만성불면증환자들은 스스로 자고 싶을 때는 못 자는데 강의를 듣거나 지하철에 앉아 있는 등 자려고 하지 않을 때는 자기도 모르게 잠깐 그것도 꿀잠을 잔다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한마디로 스스로 잠에 대한 제어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불면증을 일으키는 악순환 고리는 외적인 것이 아니라 잠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행동으로 오기 때문에 올바른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면의 악순환 고리는 외적인 것이 아니라 잠에 대한 지나친 집착 그리고 불면을 극복하려는 잘못된 습관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과정을 잘 이해하면 불면증을 극복할 수 있다.

더불어 자기 전 술 한 잔은 가장 대표적으로 잘못된 불면증 대처방법이다. 술은 처음에는 수면유도에 약간 도움 되지만 술이 깨면서 수면이 유지되지 않고 서파수면과 렘수면을 억제한다. 수면제 또한 불면증을 만성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기에 반드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불면증이 만성화되는 과정을 이해하면 불면증을 극복하는 길이 보인다. 만성불면증은 잠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행동에 의해 학습된 질병이다. 따라서 잘못된 습관을 올바르게 잡고 불면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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