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지정된 병원 4곳뿐…갈 곳 잃은 중증치매환자
4년간 지정된 병원 4곳뿐…갈 곳 잃은 중증치매환자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5.2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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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의료정책] ④치매안심병원
현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 일환으로 치매안심병원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된 곳은 겨우 4곳에 불과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현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 일환으로 치매안심병원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된 곳은 겨우 4곳에 불과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문재인 정부는 2017년 9월 ‘치매국가책임제 대국민 보고대회’를 개최하면서 치매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치매국가책임제는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현 정부의 의지가 담긴 보건의료정책 중 하나로 2019년 치매안심병원을 지정, 행동심리증상(BPSD)으로 인해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중증환자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된 곳은 겨우 4곳(경북도립 안동노인전문요양병원, 경북도립 김천노인전문요양병원, 대전시립 제1노인전문병원, 경북도립 경산노인전문병원)뿐이다.

■갈 곳 잃은 ‘중증치매환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만65세 이상 치매환자는 84만명으로 10명 중 1명꼴이다. 심지어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2050년이면 노인치매환자가 15%에 달한다.

그간 치매환자는 종합병원, 요양병원 등에서 치료받았다. 하지만 인구고령화와 치매환자 증가 등을 이유로 치매전문병원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일본의 ‘치매전문병동’을 모티브로 삼아 2019년 치매안심병원 설립을 추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정된 병원은 4곳에 불과하며 환자가 몰리는 서울, 경기권에는 단 한 곳의 치매안심병원도 없다.

전문가들은 치매안심병원 설립이 더딘 가장 큰 이유로 ‘인력부족’을 꼽는다. 현재 치매관리법시행규칙 ‘치매안심병원 인력기준’에 따르면 신경과·신경외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1명 이상 필요하다. 또 치매환자 전담 간호사 24시간 운영체계를 갖추는 등 병동규모에 맞춰 인력을 확보하고 전담 작업치료사와 임상심리사도 1명씩 둬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치매전문병동 49곳 중 최소운영인력기준을 충족한 곳은 8곳뿐이었다. 예컨대 전남 공립무안군 노인전문요양병원에는 간호인력 8명만으로 치매전문병동을 운영하고 있었다. 치매전문병동이 치매안심병원으로 가는 과정임을 생각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또 다른 이유는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돼도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행동심리증상(BPSD), 섬망으로 입원한 치매환자를 집중치료해 90일 이내에 퇴원시킬 경우 입원기간 동안 요양병원 일당정액수가(1일 4만6590원) 외에 추가인센티브로 1일 최대 4만5000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인력부족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강선우 의원은 “복지부는 현재 치매안심병원 인력기준에 미달하는 요양병원으로부터 채용계획서를 받고 있지만 인력확보예정시기를 1∼2년 뒤로 적어내기 때문에 무용지물”이라며 “정부는 병동설치와 장비구입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가장 큰 문제인 인력기준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방신경정신과’ 포함에 의료계 반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최근 한방신경정신과 의사만 있어도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치매학회 등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신경과학회 홍승봉 이사장은 “치매환자는 낙상에 의한 골절, 외상성 뇌출혈, 위생관리 저하에 따른 욕창, 폐렴, 요로감염, 뇌전증 등 합병증위험이 높아 의료진의 전문역량이 중요한 만큼 한방에서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대한노인신경의학회 석승환 회장은 “치매안심병원에서 관리하는 환자는 중증치매환자로 인지기능저하와 심각한 정신행동증상을 갖고 있다”며 “이들 환자는 낙상, 골절 등 여러 위험이 있는 만큼 이번 개정안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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