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불안·잦은 고생…‘레지던트 5년차’ 오명
고용 불안·잦은 고생…‘레지던트 5년차’ 오명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7.2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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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有名無實) 의료정책] ⑥입원전담전문의

복지정책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인구고령화’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9년 고령인구가 14.9%를 차지했고 2067년에는 46.5%가 노인인구가 됩니다. 문제는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중증·입원환자 역시 늘었다는 것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입원전담전문의제’인데 외국과는 다른 의료환경으로 인해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인구고령화로 입원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를 도입했지만 낮은 수가, 상설기구 협의체 부재, 고용 불안정성 등의 이유로 인력충원에 문제가 생겼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는 1989년 도입된 전국민건강보험 덕에 의료접근성이 높고 환자부담금은 적다. 하지만 의료의 질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특히 2016년 ‘전공의수련환경법’ 시행에 따라 전공의근로시간이 주 평균 80시간 이하로 제한되면서 입원환자 관리에 공백이 생겼다. 이에 정부는 ‘입원전담전문의’를 돌파구로 판단했다.

■미국과 다른 의료환경으로 차질

우리나라는 2016년 전문의가 없는 야간 및 휴일입원환자의 안전을 강화하고 전공의인력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4년간 시범사업으로 운영해온 ‘한국형 입원전담전문의(이하 입원전담의’)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입원전담의는 병동전담근무의사를 뜻한다. 따라서 병동과 인접한 곳에 상주해야 하고 근무시간에 타 업무를 병행해선 안 된다. 하지만 4년이란 시간이 무색하게도 입원전담의제도는 ▲낮은 수가 ▲상설협의체 미구성 ▲인력 ▲제도권정착 등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 입원전담의제도는 미국의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1966년 도입한 이 제도를 통해 ▲환자·보호자만족도 증가 ▲재원기간 감소 ▲재입원율·사망률 감소 ▲입원비용 감소 등의 효과를 얻었다. 미국의 경우 사보험체제, 입원환자 보상에 대한 포괄수가가 인정돼 이 제도도입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입원료보상수준이 낮고 단일보험자로 모든 요양기관이 적용되는 전국민건강보험으로 인해 병원에서 입원전담의를 도입해도 경제적 실익을 얻을 수 없는 실정이다.

현재 입원전담의관리료는 의사배치수준에 따라 수가모형이 3가지로 구분되며 전담의당 환자가 최대 25명으로 제한된다.  ▲1형 : 주 5일형 25명이하 정규수가 1만5750원 ▲2형 : 주 7일형(주간) 17명인 경우 2만3390원 ▲3형 : 주 7일형(24시간) 10명인 경우 4만4990원으로 책정돼 있다. 즉 입원환자에 대한 포괄수가가 인정돼 경제적 이익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병원이 이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의미다.

대한입원전담전문의협의회 정은주 회장(세브란스병원 외과전담전문의)은 ““3형의 경우 수가가 낮아 많은 병원에서 주간근무형태인 1형을 선택하고 있어 야간환자 관리문제가 계속된다”며 “최근 입원전담의학과가 설립됐지만 상설기구협의체 부재, 잦은 고생 등 애매모호한 제도로 제도의 취지가 무색한 만큼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가보다 중요한 제도정착

시범사업을 통해 입원전담의제도의 실효성은 입증됐다. 2019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입원전담의 시범사업 참여병동 환자만족도는 비참여기관에 비해 2∼3배 높았고 위해환경은 16.3% 감소했다. 하지만 본 사업이 시작된 현재 입원전담의 모집 자체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시범사업 중인 2019년에도 전국 10개 국립대병원 중 전북대병원만 정원을 채웠다. 또 최근입원전담의 5명이 퇴직한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상시채용에 들어가 일반의사들의 2배 가까운 연봉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전무한 상황이다.

정부는 제도도입 당시 “해당제도가 특정전문과목만을 위한 제도가 돼서는 안 된다”고 얘기했지만 오히려 이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에 비해 입원환자의학이 덜 정립된 데다 분과전문의로 이뤄져 입원전담의가 전공의대체인력으로 여겨진다. 결국 ‘레지던트 5년차 취급’ ‘단위계약’ 등을 이유로 입원전담의를 기피하게 된 것. 인력공백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를 받았던 입원전담의지만 오히려 인력공백을 겪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입원전담의제도는 입원환자가 증가하는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제도이지만 제도의 안정성과 고용불안정성 등을 이유로 전공의들이 지원을 기피하고 있다. 이에 내과학회와 외과학회는 자체적으로 분과전문의제도 설립, 입원환자의학 관련 세부학회를 육성하고 기본역량 및 교육체계 등을 자체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서울아산병원 김준환 내과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전담의는 대체인력이 아닌 입원환자를 집중적으로 진료하는 전문가”라며 “의료현장에서 레지던트 5년차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입원전담의가 전문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표준화해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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