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복잡한 통과 기준 의료관광객 유치 ‘발목’
너무 복잡한 통과 기준 의료관광객 유치 ‘발목’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9.1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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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有名無實) 의료정책] ⑧외국인환자유치기관 평가·지정제
우리나라 의료관광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외국인환자유치기관 평가·지정제’를 정립했지만 복잡한 인증체계와 의료사고 등을 이유로 유명무실해졌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 의료관광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외국인환자유치기관 평가·지정제’를 정립했지만 복잡한 인증체계와 의료사고 등을 이유로 유명무실해졌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고령화, 경제성장, 의료기술 발달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의료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 의료관광산업은 향후 10년간 매년 2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고부가가치사업입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16년 6월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 ‘외국인환자유치기관 평가·지정제(KAHF)’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현장과 맞지 않는 평가기준으로 각 병원은 외국인환자유치기관 평가·지정제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선진의료기술과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로 의료관광객이 급증하는 추세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9 외국인환자유치실적 통계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6만201명이던 의료관광객은 매년 23.5% 증가해 2019년 49만7464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불법브로커의 지나친 수수료 챙기기, 병원 간의 지나친 경쟁 등으로 각종 문제를 일으키면서 오히려 국격을 하락시키는 일이 잦았다. 이에 정부는 의료관광객이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2016년 ‘외국인환자유치기관 평가·지정제(이하 KAHF)’를 제정했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게도 의료기관은 KAHF에 전혀 관심이 없다.

■복잡한 인증체제, 의료기관 득 안 돼

국내 의료기관이 KAHF를 외면하는 이유는 복잡한 통과기준 때문이다. 외국인환자 특성화체계, 환자안전체계 등 2개 영역, 총 152개 조사항목으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현지평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심의를 거쳐 지정기준을 충족할 경우 KAFH인증마크가 부여된다.

문제는 평가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이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 실제로 KAFH 충족을 위해서는 ▲병원소개 자료 ▲외국인환자 진료실적 ▲서비스내용 ▲주요시설 ▲병원규정집 ▲당일 외국인환자명부 등 여러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이때 항목점수는 10점 만점으로 전체평균 8점 이상이어야 통과된다. 사실상 모든 항목을 적정수준까지 충족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서류가 통과돼도 현장조사를 통해 담당자면담·의무기록, 관련서류, 보호자면담 등 절차가, 또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기관은 의료서비스부문 평가를 면제받을 수 있지만 평가비용을 각 의료기관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재인증을 포기한 상태다. 현재 KAFH인증의료기관 1510곳 중 7개만 재신청한 상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은 1월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은 ▲제도명칭을 ‘평가·지정제’에서 ‘평가·인증제’로 바꿔 정책의 선명성 개선 ▲국가 및 지자체의 인증기관에 대한 운영비용 지원 및 홍보 강화 ▲인증유효기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종성 의원은 “KAFH제도 자체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외국인환자의 병원선택기준이 되지 못한다”며 “코로나19로 외국인환자가 줄어든 지금이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인 만큼 유명무실했던 이 제도를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KAHF 인증 전 엄격한 잣대 필요

KAHF 받기 위해서는 외국인환자유치 의료기관으로 먼저 인증 받아야 한다. 하지만 ‘2020년 1·2분기 외국인환자유치기관 목록’에 환자사망사고를 일으킨 병원 다수가 포함된 것이 드러나면서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외국인환자 의료사고피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9년 외국인환자유치 허용 이후 지금까지 약 230만명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는데 의료사고는 2015년 22건에서 2019년 43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보건복지부의 책임이 크다. 현행법상 과거 중대한 과실로 처벌받은 병원이라도 의료배상공제조합, 책임보험 등에만 가입돼 있으면 의료기관 선정에 문제가 없다. 또 의료사고 발생 후 피해보상제도 역시 정립되지 않았다. 현행법에 외국인환자유치 의료기관 지정취소사유는 적시돼 있지만 의료사고 등 각종 의료법위반행위가 빠져 있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복지부는 외국인환자유치 시 적정수수료율을 상급종합병원 15%, 종합병원 및 병원 20%, 의원 30%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반해도 법원의 확정판결 전까지는 제재할 수단이 없다. 뒤늦게 복지부가 새 KAFH적용기준을 발표했지만 의료사고에 관한 대응방안은 전혀 없었다.

메디시티대구협의회 차순도 회장은 “의료관광은 한국의료의 신뢰성이 걸려있기 때문에 자격관리, 의료분쟁 예방, 불법브로커 근절 등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의료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병원 자체적으로 윤리성을 길러야 하고 사고발생 시 적극적인 피해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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