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싼 진료’ 부르는 외래정액제의 함정
‘더 싼 진료’ 부르는 외래정액제의 함정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8.26 1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명무실(有名無實) 의료정책] ⑦노인외래정액제
노인외래정액제는 만65세 이상 노인이 의우너급 의료기관(의원, 보건소)을 이용했을 때 비용일부를 감면하는 제도다. 하지만 의료비 인상으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노인환자들이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노인외래정액제는 만65세 이상 노인이 의우너급 의료기관(의원, 보건소)을 이용했을 때 비용일부를 감면하는 제도다. 하지만 의료비 인상으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노인환자들이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의료정책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인구고령화’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9년 고령인구가 14.9%를 차지했고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67년에는 46.5%가 노인인구가 됩니다. 하지만 노인의 경우 중장년층에 비해 경제능력이 떨어져 의료비를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노인외래정액제’인데 정작 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노인환자들은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노인의료비 증가속도가 심상치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9년 12조3000억원이었던 만65세 이상 노인의료비는 2019년 35조8000억원으로 증가해 전체 의료비 86조5000억원 중 41.4%를 차지한 것. 더욱이 지난해부터 베이비부머세대(1955~1963년생, 약 730만명)가 노년층으로 접어들면서 노인의료비지출은 더욱 증가할 추세다.

다행히 과거보다 노인빈곤율은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노인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2018년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3.4%로 경제협력기구(OECD) 중 1위였다.

■3년째 제자리걸음인 노인외래정액제

정부는 2007년 노년층의 적정의료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 ‘노인외래정액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만65세 이상 노인이 의원급 의료기관(의원, 보건소)을 이용했을 때 비용일부를 감면하는 제도다.

세부적으로 보면 1만5000원 이하의 진료비는 환자본인부담금(약국 1만원 이하 1200원, 한의원 2만원 이하 2100원)이 1500원으로 동일하다. 단 진료비총액이 1만5000원 이상인 경우 일반환자와 동일하게 총 진료비의 30%를 부담해야 한다. 노인외래정액제 출범 당시에는 저렴한 의료비로 인해 노인인구 절반 이상이 이 제도의 혜택을 봤다.

하지만 2017년 3월 의료수가가 인상되면서 노인외래정액제에 문제가 생겼다. 노인이 주로 방문하는 의원급 초진비(初診費)가 3.1% 증가, 1만4860원에서 1만5310원으로 증액된 것. 결국 첫 외래진료를 받는 노인은 1500원이 아닌 4500원을 부담하게 됐다.

재진비 역시 마찬가지다. 재진비 자체는 1만950원이지만 많은 노인이 ▲치주질환 ▲무릎관절증 ▲등 통증 등을 호소하기 때문에 물리치료, 주사처방 등 추가치료가 병행되다 보니 기본진료비에 추가부담금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의 병원방문이 한층 어려워졌다.

이에 정부는 2018년 1월 노인외래정액제 단기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총 진료비가 1만5000원 이상일 때 일괄적으로 30%였던 본인부담액을 구간별로 쪼개 차등을 둔 정률제(1만5001원~2만원 10%, 2만원~2만5000원 20%, 2만5000원 이상 30%)로 조정한 것. 하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노인외래정액제 단기개선안 적용 후 노인진료비는 약 9000억원 증가했다.

가령 총 진료비가 2만5000원이면 환자본인부담금은 5000원이지만 2만5100원일 경우 30%에 해당하기 때문에 7530원을 부담해야 한다. 즉 1.5배 증가한 것이다. 이 때문에 빈곤층 노인은 2만5000원 미만의 치료를 의사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이에 20·21대 국회에서 현 1만5000원의 기준금액을 올리자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3년째 통과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노인외래정액제로는 늘어나는 노인의료비를 부담하기에 구조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에 노인외래정액제 개편 또는 폐지를 고려해 만성질환관리시범사업과 지역사회 1차의료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노인주치의제도’, 노인외래정액제 대안으로 부상

국내 대다수의 노인은 노후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만65세 이상 노인의 한 달 생활비는 평균 129만3000원이다. 하지만 51~60세 국민연금가입자 중 월 130만원 이상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8.4%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초고령시대를 고려해 2019년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19~2023년)’을 발표했다. 정부는 70세를 넘어선 국민건강수명을 고려해 정액제 적용연령을 ‘70세 이상’으로 높이고 정액·정률구간과 금액기준을 조정하는 등 정액제의 단계적 축소를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중 한 가지 대안이 ‘노인주치의제도’다. 노인환자가 평균 3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인주치의제도 도입 시 불필요한 진료와 지나친 약물투여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

이미 일본은 75세 이상 고령층을 위해 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한 바 있지만 실패했다. 노인본인부담금이 10%나 됐기 때문이다. 이후 일본은 방문진료와 간호스테이션, 지역포괄케어센터 등의 ‘가정방문 1차의료(HBPC)’를 도입해 노인의료비 증가를 관리하고 있다.

한림대동탄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는 “노인주치의제를 도입하려면 시범사업을 통해 공공·민간협력 운영모델을 먼저 개발해야 한다”며 “의료기관 간의 등록환자 경쟁, 주치의와 비주치의 간 본인부담금 차등 등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 하루빨리 시범사업에 돌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