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끊이지 않는 마취사고소식은 큰 두려움이다. 크든 작든 이미 수술을 한 번 경험해본 사람들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마취는 한숨 자고 일어나면 되는 단순한 의료영역이 아니라 환자가 수술을 시작하면서부터 깰 때까지 수술의 전 과정에서 환자안전을 책임지는 전문의료영역이다. 이는 수술 후 회복실로 옮긴 환자의 의식을 면밀히 관찰하고 관리하는 것까지 포함되며 언제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는 비상상황에 대비한다.

이처럼 마취는 결코 간단하지 않는 의료과정을 통해 환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 코질환 때문에 코수술을 진행하는 경우에도 마취의 중요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GNG병원의 이성훈 이비인후과 전문의, 박희정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의 좌담을 통해 코수술 시 간과하기 쉬운 마취의 중요성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한정선 기자 : 최근 코의 기능문제 때문에 수술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코기능수술과 미용수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성훈 이비인후과전문의 : 주로 코막힘 때문에 호흡이 어려워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경우 수술을 고려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먼저 기능수술은 코 내부의 구조변형으로 인해 코막힘이 발생했을 때 수술로 이를 바로잡아 코막힘문제를 해결합니다. 또 미용수술은 콧대높이, 코끝모양 등 코의 외형을 개선해 콤플렉스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미용성형에 속합니다. 최근에는 기능수술과 미용성형을 동시에 하는 수술을 선호합니다.

한정선 기자 : 코질환수술법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성훈 이비인후과전문의 : 대표적인 코질환이 하비갑개비후, 비중격만곡증, 비밸브협착증인데 이는 코 내부구조가 변형되는 질환으로 약물치료가 어렵습니다.

먼저 하비갑개비후는 코 내부점막이 비대해져 코막힘을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고주파레이저를 이용해 크기를 줄이고 점막하절제술, 외향절골술을 통해 공간을 확보합니다. 하비갑개를 절제할 때 점막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무분별한 절제로 공간을 지나치게 넓히면 코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밸런스기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비중격만곡증은 코 중앙에 수직으로 있는 비중격연골이 C나 S형으로 휘어져 호흡을 방해하는 질환입니다. 비중격연골이 바르게 펴는 수술을 통해 코막힘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비중격을 교정할 때 지나치게 절제하면 중심을 잡아주는 비중격연골이 힘을 잃습니다. 이 경우 안장코, 천공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연골최소절제기술이 필요합니다.

비밸브협착증은 코의 지붕역할을 하는 상부에 공기가 통하는 공간이 좁아져 코막힘을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좁아진 비밸브는 비밸브재건술을 통해 기능을 회복할 수 있고 비중격만곡증이 동반된 경우 함께 개선해야 합니다.

한정선 기자 : 코수술 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한 이유는.

이성훈 이비인후과전문의 : 만일 의사가 오로지 수술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당연히 수술결과도 좋을 것입니다. 만일 코수술 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없다면 일단 수면마취만 가능합니다. 수면마취라도 수술하면서 환자의 마취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혈압, 맥박, 활력증후들을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한정선 기자 : 전신마취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있어야만 가능합니까.

이성훈 이비인후과전문의 : 전신마취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만 시행할 수 있는 전문영역입니다. 무엇보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해 전문적으로 교육받았기 때문에 문제발생 시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한정선 기자 : 수술 전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역할은.

박희정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 수술과정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마취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담당합니다. 수술 전 검사를 통해 마취가 가능한지 분석하고 수술 시 마취제 투입, 기도삽관 및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수술 후 환자의 안정적인 회복을 관리합니다.

한정선 기자 : 마취안전을 위한 수술 전 검사의 종류는.

박희정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 혈액검사, 소변검사, 심전도검사, 흉부엑스레이검사를 진행합니다. 검사결과와 환자의 과거병력, 건강 및 신체상태를 종합해 마취약물의 종류와 용량 등을 정하고 마취계획을 수립합니다.

한정선 기자 : 수술 전 검사결과 수술이 취소된 경우도 있나요.

이성훈 이비인후과전문의 : 본인도 몰랐던 질환을 발견해 취소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간수치가 높게 나오거나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심전도결과에 이상이 있어 전문 심장내과에서 진료받은 결과 심장병을 발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성의 경우 본인도 몰랐던 임신인 경우도 간혹 있었습니다.

한정선 기자 : 코수술 시 수면마취와 전신마취 중 어떤 것이 좋습니까.

이성훈 이비인후과전문의 : 코수술에 있어 비교적 간단한 수술은 수면마취를 합니다. 단 코뼈골절정복술의 경우 국소마취를 해야 하는데 이는 웬만한 장정도 견디기 힘들어 코통과 수술공포를 줄여주기 위해 수면마취를 진행합니다. 이는 비교적 짧은 수술에 유리합니다.

반면 수술이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큰 수술인 경우 수면마취도 가능하지만 전신마취가 안전합니다. 특히 코수술 중 기능수술과 미용성형을 동시에 진행할 경우 비교적 큰 수술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전신마취는 환자의 무의식적인 움직임이 없어 더 안전합니다.

한정선 기자 : 코수술은 꼭 전신마취를 해야 하나요? 만일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입니까.

박희정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 코수술 시 전신마취를 하면 완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가 돼 수술 중 깨어나지 않습니다. 또 기관삽관으로 피가 흘러도 기관 내 흡입을 방지하고 저산소증발생가능성을 줄여 보다 안전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한정선 기자 : 코수술을 위한 전신마취 진행과정은.

박희정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 먼저 수술 전 검사결과를 토대로 전신마취가 가능한지 확인 후 이상 없으면 수술실로 이동해 최종적으로 환자상태를 확인합니다. 이어 환자에게 천천히 숨을 깊게 쉬도록 하고 정맥마취제를 투여하면 1분 내에 마취가 시작됩니다.

이어 흡입마취제를 흡입시키면서 인공호흡을 시행합니다. 수술이 끝날 때쯤 마취제 투여를 중단하고 산소만 흡입시켜 환자의식을 회복시킵니다. 동시에 근육이완제를 반전시켜 자연호흡이 돌아오게 해 마취에서 깨어나게 합니다. 수술이 끝나면 회복실로 옮긴 후 혈압과 맥박, 산소포화도 등 활력징후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의식이 완전히 회복되면 병실로 옮깁니다

한정선 기자 : 전신마취의 위험성과 부작용은.

박희정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전신마취는 수술 전 검사를 하고 환자상태를 확인한 후 진행하기 때문에 전신마취 자체가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단 완전한 기계호흡이다 보니 시설적인 면에서 안전성이 검증된 마취기계와 정전에 대비한 전기시설 등만 제대로 갖춰졌다면 각종 위험요소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또 매우 희귀하지만 전신마취 시 응급상황으로 체온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악성고열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단트롤렌이라는 주사제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느낄 수 있는 부작용으로는 마취 후 기도삽관으로 인해 기도의 불편감이 한동안 있을 수 있고 치아가 흔들리거나 라미네이트가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수술 전, 수술 중, 수술이 끝난 후에도 환자상태를 관찰하니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정선 기자 : 일반인들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이성훈 이비인후과 전문의 : 병원 홈페이지 의료진소개페이지나 상담 시 병원에 문의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