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 진단‧치료에 새 바람 분다
피부암 진단‧치료에 새 바람 분다
  • 정리 한정선·장인선 기자ㅣ번역·감수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desk@k-health.com)
  • 승인 2021.11.1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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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들과 함께 하는 의학 대토론회] 피부암의 최신진단·치료동향

· 냉동치료, 표적치료제 등 치료법 다양해져
· 더모스코피, 효과적 진단도구로 자리매김
· 피부암진단 시 인공지능기술도 적극 활용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보건의료에 관한 한 전 세계가 더 깊이 머리를 맞대는 분위기입니다. 헬스경향은 언론사 최초로 다국어판을 운영하면서 해외에도 빠르게 국내 보건의료소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여기서 한 발 나아가 ‘세계 석학들과 함께 하는 의학 대토론회’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각종 질환에 대한 최신치료법부터 미래의학에 발맞춘 보건의료발전방향까지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보건의료석학들과 소통하면서 독자들께 더욱 폭넓은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일곱 번째 주제는 ‘피부암의 최신진단‧치료동향’입니다. 각국 석학들의 다양한 의견을 한눈에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허창훈 교수, 미르토 조지아 트라카텔리 교수, 시게토 마츠시타 교수, 리항 교수 

일반적으로 피부암은 다른 암만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자외선노출 증가, 고령화 등으로 피부암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추세다. 다행히 피부암은 수술로 완치할 수 있는 기저세포암이 90%를 차지한다. 그만큼 조기진단과 치료가 중요한데 피부암 역시 진단‧치료법이 다양해지면서 환자별 맞춤치료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토론참여자는 ▲허창훈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대한피부외과학회 부회장) ▲미르토 조지아 트라카텔리(Myrto Georgia Trakatelli) 그리스 테살로니키 아리스토텔레스대학교 피부과 교수(국제피부외과학회 이사) ▲리항(Li Hang) 중국 북경대학교 피부과 교수(중국 피부 및 면역임상연구센터 부국장) ▲시게토 마츠시타(Shigeto Matsushita) 일본 가고시마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2021 아시아피부외과학회 대회장) 등이다.

■토론 주요쟁점

피부암은 별다른 통증이 없는데다가 평범한 반점이나 결절에서 암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육안으로 구분하기란 매우 어렵다. 점이나 검버섯으로 쉽게 오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양한 진단장비 개발과 최신치료기술에 힘입어 정확한 진단은 물론 수술 전 종양의 경계까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의 풍부한 임상경험과 노하우, 발전된 의료기술이 접목돼 피부암 진단‧치료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 현재 각국의 피부암환자 추이는 어떤가.

한국 허창훈 교수(이하 허창훈)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피부암환자는 2016년 1만9236명에서 2020년 2만7211명으로 최근 5년간 40% 이상 증가했다. 피부암은 자외선과 연관이 깊어 레저 등 야외활동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유추된다. 면역력과 이상세포제거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인구 증가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그리스 미르토 조지아 트라카텔리 교수(이하 미르토) : 피부암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추세다. 유럽에서는 피부암이 풍토병(지역의 특수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병)화됐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자외선노출 증가뿐 아니라 오존층 변화 등 기후변화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중국 리항 교수(이하 리항) : 중국 역시 피부암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중국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피부암은 나이 들수록 발병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앞으로 환자는 더 늘 수밖에 없다. 야외활동 증가 등 국민의 생활방식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또 피부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거에는 그냥 넘겼던 증상도 피부과에서 정확히 확인하려는 국민이 늘다 보니 더 많이 진단되고 있다.

일본 시게토 마츠시타 교수(이하 시게토) : 일본 역시 자외선노출 증가와 인구고령화의 영향으로 피부암환자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피부암을 알리는 미디어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잠재된 피부암환자들이 피부과를 찾는 빈도가 늘었다.

- 피부암수술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허창훈 : 수술 전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상태 점검과 종양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야만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조직을 완전히 절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더모스코피라는 피부확대경의 도움을 받거나 수술용 편광루페(수술용 확대경)를 이용, 피부표면에서부터 2~3mm 깊이까지 관찰해 종양의 경계를 명확히 확인한 다음 암조직만 완전히 절제하고 있다.

미르토 : 암조직의 완전한 절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복원을 위한 재건수술은 그 이후의 고민이다. 특히 각질형성세포계 종양은 재발경향을 보여 완전한 절제를 위해 경계부위 조절에 가장 많이 신경 쓴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수술방법은 모즈수술법(피부암발생부위의 조직검사결과에 따라 여러 차례에 걸쳐 수술부위를 넓히는 방법)이지만 여기서 변형된 다양한 수술법도 있다.

리항 : 환자가 처한 상황을 잘 파악해 맞춤치료계획을 세우는 데 중점을 둔다. 또 암을 완전히 제거해 피부를 건강하고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고령환자나 건강이 많이 악화된 환자는 생명을 위협하거나 삶의 질을 저하시키지 않는 수준에서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환자가 정말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세심하게 파악하고 수술효과를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기술을 동원한다.

시게토 : 암조직의 완전절제와 피부의 안전성 및 기능유지를 가장 중시한다. 특히 피부암수술은 정확한 절제뿐 아니라 기능적 측면과 미용적 측면까지 고려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수술하기 어려운 환자는 어떻게 치료하나.

허창훈 : 고령환자는 수술과정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심각한 기저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도 수술하기 쉽지 않다. 이 경우 개인적으로 냉동치료를 많이 시행한다. 물론 광역동치료도 있지만 광감작제를 바르고 한참 기다린 후 광선을 조사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통증도 상당하다. 반면 냉동치료는 통증이 있어도 수초 안에 치료 가능하다.

또 피부암이 표면에 얇게 발생한 환자에게는 이미퀴모드라는 면역조절약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단 이 약제는 진물이 심하게 발생할 수 있어 치료 전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표적치료제도 개발됐는데 아직 국내에서는 구하기가 어려워 현장에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미르토 : 피부암수술을 꺼리는 고령환자에게는 방사선치료를 고려한다. 또 재발위험이 높거나 치료가 쉽지 않은 피부암에 대해서는 최근 개발된 표적항암제를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기저세포암에는 비스모데깁, 편평세포암에는 펨브롤리주맙 등을 사용한다. 환자의 종양특성에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선택하기 위해 항상 고민한다.

리항 : 피부 깊이 침투하지 않은 표재성피부암에는 광역동치료를 주로 시행한다. 외래에서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고 비교적 많은 논문을 통해 치료효과가 증명됐기 때문이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재발환자에서는 방사선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시게토 : 피부암유형과 치료승인범위에 따라 다르다. 대표적으로 이미퀴모드라는 면역조절약제는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표재성피부암(표재성기저세포암, 보웬병 또는 편평세포상피내암)과 수술하기 어렵거나 다른 여러 질환이 동반된 부위, 특히 얼굴과 다리 아래 부위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비록 이 약제는 일본에서 광선각화증에 대해서만 사용승인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수술 외 치료법으로 선호한다.

방사선치료는 나이가 너무 많거나 위험부담이 커 수술할 수 없는 진행성 편평세포암환자에게 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또 일본 피부외과 전문의들은 진행성 흑색종환자에게 항암요법을 시행할 수 있어 최근 근거를 많이 확보한 면역관문억제제 또는 표적치료제도 사용한다.

- 의료기술발전에 힘입어 피부암 진단‧치료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피부암 진단에 있어 최신동향은.

허창훈 : 한국에서는 2017년 더모스코피라는 기술이 신의료기술로 선정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더모스코피는 피부의 세부구조물을 수십 배 확대해 볼 수 있는 피부확대경으로 조직검사 없이 피부암을 쉽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이에 더모스코피가 국내 임상현장에도 도움이 되도록 최초의 한글교과서 ‘동양인의 더모스코피’를 집필한 바 있다.

최근에는 ‘레이저 유도 플라즈마 분광(LIPS, Laser Induced Plasma Spectroscopy)’ 기술과 인공지능기술을 기반으로 피부암 의심부위를 비침습적으로 실시간 진단하는 기기 개발에도 참여했다. 기기의 성능평가결과에 따르면 민감도 95%, 특이도 87%로 피부암을 판별할 수 있어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줄이고 환자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미르토 : 더모스코피가 중요한 진단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 피부과 의사에겐 청진기와도 같다. 또 최근에는 조직을 떼지 않고 생체 그대로 종양유무를 검사할 수 있는 공초점현미경(Confocal Microscopy)과 광간섭단층촬영(OCT, Optical Coherence Tomography), 고주파초음파 등이 개발됐다. 이 새로운 진단기술들은 인공지능기술과 접목돼 현장에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인공지능기술에 의한 피부암진단은 지난 몇 년간 눈부시게 발전했으며 곧 피부과 의사를 대체할 것으로까지 예상된다.

리항 : 흉터를 최소화하는 최소침습진단기술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여러 기법이 개발되고 있다. 또 피부암 진단속도를 높이기 위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일반인이 피부암을 자가진단할 수 있는 방법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시게토 : 유럽 각국에서는 수술 전 공초점현미경검사와 광간섭단층촬영 또는 이 두 가지를 결합한 진단기술이 무증상피부암의 조기발견을 위해 권장되고 수술계획 수립 시에도 신뢰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본에서는 정식 허가되지 않았다. 이에 일본에서는 더모스코피와 초음파검사를 일반진단도구로 많이 사용한다.

- 피부암의 최신치료동향도 궁금하다.

허창훈 : 최근 해외에서는 방사선치료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비흑색종피부암은 표면방사선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방사선치료는 차폐(외부로부터 빛, 열 등을 차단하는 것) 등 안전성문제로 외래에서 직접 하기 어려웠지만 점점 경량화돼 이제는 차폐되는 작은 방만 있으면 시술할 수 있을 정도다. 이에 방사선과로 의뢰하지 않고 피부과에서 직접 치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또 이스라엘에서는 라듐224에서 방사되는 알파선을 이용한 치료법도 개발됐는데 곧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카이스트와 함께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X선 암치료장비 개발에 참여한 적도 있다.

미르토 : 수술이 불가하거나 전이된 피부암치료를 위한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 등이 많이 개발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전신요법의 하나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리항 : 피부암치료에서 흉터는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절개를 최소화하는 최소침습수술이 더욱 늘 것으로 생각된다. 피부암종별로 맞춤화된 치료법과 빠른 치료를 돕는 장비도 꾸준히 개발될 것이다. 무엇보다 많은 환자가 혜택을 보려면 이러한 변화들과 발맞춰 치료비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시게토 : 피부암수술에서 중요한 점은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수술법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의 피부외과 전문의들은 현재 기저세포암에서 더 좁은 경계부위로 수술했을 때의 결과(JCOG2005)와 손발톱 흑색종에서 손가락을 절단하지 않고 보존했을 때의 결과(JCOG1602)에 대한 다기관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흑색종은 손발가락에 많이 발생하고 기저세포암은 색소가 훨씬 많은 등 동양인의 피부암은 서양인과 다른 특징이 있다. 따라서 아시아 피부외과 전문의들은 나라별로 특징을 잘 이해하고 아시아인의 피부암에 적합한 새로운 치료기술 및 가이드라인을 확립할 수 있도록 서로 적극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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