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는 의사들] “제대혈유래면역세포치료제로 자가면역질환 해결사 될 것”
[창업하는 의사들] “제대혈유래면역세포치료제로 자가면역질환 해결사 될 것”
  • 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05.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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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이뮤니크 이영호 대표

과거만 해도 의사는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의료패러다임이 질병 치료에서 예방으로 변화하고 디지털기술이 의료현장에 적극 접목되고 있습니다. 이에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의료기술과 기기들을 연구·개발하고자 창업에 뛰어든 의사들이 많아졌습니다. 하나만 잘하기도 힘든 세상, 헬스경향은 ‘창업하는 의사들’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의사들을 차례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 주자는 이뮤니크 이영호 대표(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입니다.

이뮤니크 이영호 대표는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제대혈 기반의 면역조절T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며 “부작용 없이 면역세포의 균형을 맞춰 여러 난치성질환을 치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가면역질환은 신체를 지켜야 할 면역세포가 자신의 건강한 정상조직을 공격하며 발생하는 난치성질환이다. 이를 치료하려면 온몸의 면역세포 중 지나치게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자가반응성세포만 선택적으로 억제시켜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렵다. 따라서 몸의 전반적인 면역시스템을 억제하는 면역억제제를 사용 중인데 결국 정상면역세포기능까지 손상되기 때문에 환자는 일생에 걸쳐 약물부작용과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에 이영호 대표는 2021년 이뮤니크를 창립, 제대혈유래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 이뮤니크는 어떤 회사인가.

이뮤니크(IMMUNIQUE)는 면역(Immune)과 특별함(Unique)이라는 의미가 합쳐진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면역세포치료제 개발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또 제대혈(탯줄혈액)로 유명한 메디포스트의 자회사기도 하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은행을 운영하며 제대혈유래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뮤니크는 제대혈에서 유래되는 줄기세포치료제가 아닌 면역세포치료제만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해 자가면역질환, 면역결핍질환 등 난치병을 치료하고자 한다.

- 소아청소년과 명의로 저명하다. 이뮤니크 설립 계기는.

소아혈액 중에서도 제대혈에 관심이 깊다 보니 국제세미나에 연자로 많이 초청됐다. 그러던 중 2018년 열린 국제세미나에서 만난 미국 엠디앤더슨암센터의 교수가 조절T세포를 기반으로 한 면역세포치료제(이하 조절T세포치료제)를 공동 연구개발하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투자비가 발목을 잡아 제대혈은행 메디포스트에 이 건을 인계해줬다. 메디포스트는 2020년 면역세포치료팀을 만들고 조절T세포에 관해 연구한 끝에 2021년 분사를 결정했다. 더 전문적인 연구개발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메디포스트 측에서 자회사를 만들 때 대표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고민했지만 부작용이 없는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는 욕심에 이뮤니크를 맡기로 최종 결정했다.

- 제대혈유래면역세포는 다소 생소하다. 개발 중인 면역조절T세포치료제는 어떤 질환에 사용되나.

먼저 제대혈을 포함해 혈액 안에는 조혈모세포, 간엽줄기세포, 면역세포 등 다양한 성분이 있다. 면역세포 내에도 T세포, 조절T세포, NK(자연살해)세포 등 여러 성분이 있는데 이뮤니크는 제대혈 내 조절T세포가 갖는 특이항원을 다루고 있다.

조절T세포는 외부 자극으로 인해 인체 내에서 지나친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적절히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우리 몸의 면역체계균형이 깨지면서 오는 자가면역질환에 사용되는데 이식편대숙주질환(GvHD), 재생불량빈혈, 류마티스질환 등이 대표적이다. 조절T세포를 이용해 면역세포의 균형을 맞춰 병을 치료하는 원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 기존 치료제와 다른 특장점은. 

자가면역질환 치료 시에는 일차적으로 스테로이드요법을 시행한다. 하지만 부작용이 심해 이차적으로 항체치료제를 사용하고 있다. 항체치료제는 우리 몸에서 세포독성을 일으키는 물질이 기능을 못 하게 막는 역할을 한다. 최근 많이 사용 중인데 이 역시 일부 부작용과 함께 주기적으로 치료받아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개발하는 조절T세포치료제는 세포독성을 나타내는 물질을 아예 사멸시키는 원리다. 

또 면역세포치료제 중에 백혈병을 치료하는 CAR-T세포가 있다. 유전자조작을 한 CAR-T세포를 몸속에 넣어주면 백혈병세포만 잡아먹는데 대부분 자가를 이용했다. 조절T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대부분의 회사가 환자의 말초혈을 이용하는데 우리는 버려지는 제대혈을 기반으로 동종면역세포치료제를 만들고자 한다. 즉 냉동보관해뒀다가 환자가 생기면 누구에게나 쓸 수 있는 약을 개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이 이뮤니크의 큰 장점이자 차별점이다.  

- 동종면역세포치료제의 부작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나. 

다른 세포 같으면 거부반응을 일으키거나 환자의 장기를 공격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조절T세포는 세포특성 자체가 조절하는 세포이기 때문에 몸속에 들어가 다른 세포들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부작용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이 원리를 뒷받침하는 기초 연구결과들 또한 많이 나온 상태다.

-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느낀 어려움과 보람은.

병원에서 소아혈액환자와 종양환자들을 치료만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뮤니크 대표를 맡게 됐다. 정년이 1년 6개월 정도 남았는데 그 이후에도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데 애착이 간다. 또 지금까지 항암제치료, 항체치료, 조혈모세포이식 같은 아주 공격적인 치료방법을 써왔는데 면역조절T세포치료제를 개발하면 좀 더 아이들을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러한 점에 계속 보람을 느끼면서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 올해 이뮤니크의 계획이 궁금하다. 

이뮤니크는 연구개발기업이기 때문에 타임라인이 있다. 올해는 계속 연구하는 것이 목표이고 2025년에는 우리가 개발한 세포치료제를 기반으로 임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마침 정년퇴직시기가 2025년 2월이다. 현재는 겸직하고 있지만 2025년에는 회사에서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어 임상시험에 더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이뮤니크의 세포치료제가 임상시험에서 성공하고 2027~2028년 정도에는 코스닥 상장을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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