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는 의사들] “환자가 중심인 ‘디지털치료제’, 건강한 세상 이끄는 매개체 될 것”
[창업하는 의사들] “환자가 중심인 ‘디지털치료제’, 건강한 세상 이끄는 매개체 될 것”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7.0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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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강성지 웰트(WELT) 대표
어릴 때부터 줄곧 과학자를 꿈꿨다는 강성지 대표. 의사가 된 후에도 자신을 의학자라고 생각하면서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사는 미래를 좀 더 빨리 오게 할 순 없을지, 그 과정에 자신이 기여할 순 없을지 항상 고민했다고 한다. 마침내 그 업(業)을 이룰 수 있는 직(職)을 찾아 디지털치료제 개발기업 웰트를 이끌게 됐다. 

“디지털치료제는 우리에게 딱 맞는 길을 미리 안내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불행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해줄 것입니다. 마치 길을 헤매지 않고 좀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말이죠. 또 의사에게는 환자를, 환자에게는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

대뜸 던진 질문에도 거침없이, 그것도 적절한 비유를 섞어 디지털치료제를 설명한 강성지 웰트 대표. 좀처럼 와닿지 않던 디지털치료제의 개념이 명확해져 무릎을 ‘탁’ 치게 됐다. 그는 타고난 공학자적 기질이 있어 스스로를 의학자라고 생각, 우리 몸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이해하는 데 훨씬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이러한 자신의 노력 덕분에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사는 미래가 좀 더 빨리 온다면 상상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다고. 장맛비를 뚫고 강성지 대표를 만났다. 

-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돈을 벌겠다는 목표로 창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나는 ‘이 일을 왜 해야 하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특히 한 번 사는 인생, 이 사회에 뭐라도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었다. 물론 의사로서도 사람들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지만 내 안에 숨쉬고 있는 공학자적 기질로 생로병사를 연구하고 몸이 작동하는 법을 찬찬히 풀어보는 의학자로서의 길을 가고 싶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바탕이 결국 사업이라고 생각해 호기롭게 첫 도전을 했는데 생각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쓴맛을 본 이후 삼성전자에 입사했고 사내 벤처프로그램을 통해 스핀오프(분사)해 지금의 웰트가 탄생할 수 있었다. 

- 이력이 남다르다. 현재 직업에는 만족하는지.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공보의, 의사, 삼성전자 등 여러 직업을 경험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 인생을 걸고 할 만한 업(業)을 여러 직(職)을 통해 구현한 것일 뿐 늘 같은 일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현 정착지에 만족한다고 묻는다면 내 업을 수행하기에 가장 좋은 직을 찾은 것 같다. 물론 내 업을 수행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직이 있다면 또 도전정신이 꿈틀댈 것 같지만(웃음).

- 왜 디지털치료제를 택했는지 궁금하다.  

이미 사람들은 다양한 디지털기기(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그 기기들은 사람을 중심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친숙한 스마트워치를 한번 생각해보자.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곤 하지만 단지 스마트워치에 심박수 재는 기능이 탑재돼 있어 그 역할을 하는 것이지 오롯이 그 사람의 질병 치료와 건강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워치는 아니란 의미다. 

디지털치료제는 환자가 중심이다. 즉 환자에게 처방된 디지털치료제가 “한 시간 뒤에 당신에게 심근경색이 올 수 있으니 지금 응급실로 가세요”라든지 “발작이 올 수 있으니 (운전하고 있다면) 운전을 멈추세요” “오늘은 발작위험이 높으니 약을 더 꼼꼼히 챙겨 드시고 휴식을 취하세요”라고 정확히 안내해줄 수 있으면 당장의 질병이나 건강관리뿐 아니라 죽음도 극복, 궁극적으로 영생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결국 의사는 환자를, 환자는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디지털치료제는 바로 이를 가능케 하는 훌륭한 도구이자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실현해 보이고 싶었다. 

강성지 대표는 “질병을 치료하고 환자가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려면 결국 의사는 환자를, 환자는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며 “디지털치료제는 이를 가능케 하는 훌륭한 도구이자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첫 산물로 불면증 디지털치료제 ‘웰트아이’를 개발했다. 국내 두 번째로 식약처 허가를 받는 성과까지 거뒀는데.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불면증이 첫 타깃이었지만 결코 수면장애에만 초점을 맞춰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하려는 것은 아니다. 웰트아이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다. 불면증을 시작으로 점점 질환군을 넓혀 여러 디지털 소프트웨어들이 정말 환자 중심으로 작동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 환자의 순응력(기기에 적응해 사용하는 능력)을 높이는 것도 관건이다. 

세대 간 디지털격차는 분명 풀어가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고령층에게 디지털치료제 사용을 억지로 강요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웰트의 디지털치료제 역시 고령층에겐 처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디지털기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대상을 중심으로 먼저 사용하게 하고 점차 사용대상을 넓혀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 한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제약회사와의 협업 행보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가 바이오강국으로 거듭나려면 결국은 디지털 제약회사의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약회사는 약에 대해 누구보다 전문가이지만 환자에게 잘 맞는 효과적인 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그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 개개인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디지털치료제는 바로 그 수단이 될 수 있다.  

신생기업들이 전기차 개발로 전통기업을 역전할 기회를 만들었듯이 앞으로 디지털치료제 개발기업과 제약회사, 즉 디지털 제약회사가 만들어낼 시너지가 우리나라를 바이오강국으로 이끌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뜨겁다. 기업 입장에서 제언한다면. 

디지털치료제 처방은 분명 의료현장의 새로운 시도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제도들을 고민하고 정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 관리부서인 식약처의 역할부터 수가, 건강보험 적용까지 디지털치료제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아직 섣부르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미 병원 밖에는 디지털 세상이 펼쳐쳤다. 병원 안에서의 상황도 고민하지 않으면 결국 지금보다 더 큰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다. 

- 창업을 준비 중인 의사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의사가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내가 생각하는 의사란 환자가 좀 더 오래 사는 방법을 찾아 시간을 선물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내 환자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환자를 이해하고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디지털치료제를 택했다. 존경하는 선배이기도 한 지니너스 박웅양 대표님처럼 그 수단이 유전체가 될 수도 있다.

어떤 분야를 타깃으로 하든 결국 많은 사람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려는 목표는 동일하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들이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과 환경 안에서 시너지를 내면 정말 영생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먼 미래라고만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내가 매일매일 미래를 상상하면서 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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