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는 의사들] 정밀의료시대, ‘나’를 아는 것이 힘…유전체정보에 답 있죠
[창업하는 의사들] 정밀의료시대, ‘나’를 아는 것이 힘…유전체정보에 답 있죠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6.0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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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박웅양 지니너스 대표

과거만 해도 의사는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의료패러다임이 질병 치료에서 예방으로 변화하고 디지털기술이 의료현장에 적극 접목되고 있습니다. 이에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의료기술과 기기들을 연구·개발하고자 창업에 뛰어든 의사들이 많아졌습니다. 하나만 잘하기도 힘든 세상, 헬스경향은 ‘창업하는 의사들’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의사들을 차례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네 번째 주자는 박웅양 지니너스 대표입니다. <편집자 주>

박웅양 대표는 “유전체정보를 분석하면 암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전략을 제시할 수 있고 일상에서도 자신에게 적합한 건강관리방향을 세울 수 있다”며 “유전체시장은 앞으로 우리 모두가 주목하고 발전을 확대해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DNA는 그 사람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정보입니다. 모든 사람의 DNA를 분석해 누구나 건강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 이것이 지니너스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과거만 해도 DNA(유전자의 유전정보단위) 하면 과학자들의 소관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개인의 유전체정보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치료하는 정밀의료시대가 도래하면서 의사이면서도 과학자인 의사과학자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박웅양 지니너스 대표는 기초과학과 임상, 두 영역에서 고루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의사과학자이다. 일찍이 DAN분야에 뛰어든 그는 이제 한 기업의 대표로서 유전체분석을 통해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 그간 여러 분야에서 부지런히 달려왔다. 창업까지 뛰어든 계기는. 

서울대 의대 재학시절, 생화학을 전공하던 중 DNA와 유전자분석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때부터 관련 연구에 몰두해왔다. 이후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장을 맡으면서 환자 진료에 유전체정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여기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병원 밖 사람들까지 유전체를 분석, 보다 많은 사람의 삶과 건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이에 창업을 결심했고 유전체연구소 연구원 6명과 함께 분사해 유전체분석 전문기업 지니너스를 세우게 됐다. 

- 왜 유전체에 주목해야 하나.

DNA는 한 사람이 가진 고유한 생물학적 특성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정보이며 이것을 총체적으로 모아놓은 것이 유전체다. 따라서 유전체를 자세히 분석하면 질병을 진단·예방·치료할 수 있다. 또 자신이 어떤 유전형인지 알면 생활습관을 개선해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유전자 분석기술의 발전으로 현재는 단 한 번의 검사를 통해 수백 개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낼 수 있으며(차세대 염기서열분석, NGS검사) 2017년부터 NGS검사에 기반한 암 유전체 진단검사는 건강보험 급여 아래 시행되고 있다. 

- 지니너스의 대표 서비스가 궁금하다. 

우리나라 암환자 중 40~50%가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에 암 유전체 진단분석서비스 ‘캔서스캔(암 조직검사)’와 ‘리퀴드스캔(혈액검사)’을 대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한마디로 암환자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표적할 수 있는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찾아주기 위한 서비스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암 유전체 진단분석서비스 중에서는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에 공급했으며 최근에는 유럽에서 체외진단의료기기로도 허가받았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현재 유전자 검사전문업체인 랩지노믹스와 함께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 이러한 서비스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암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최적의 항암제를 찾아 보다 효과적인 치료 길을 열어줄 수 있다. 화학항암제는 정상세포의 분열을 방해해 부작용을 일으켜 환자를 괴롭게 한다. 만일 유전체검사로 환자가 가진 암 유전체의 특성, 즉 화학항암제가 잘 안 듣는 변이를 가진 환자라는 것을 미리 알면 고통스러운 화학항암제가 아닌 다른 치료전략을 안내할 수 있다. 

특히 우리의 서비스는 한국인 암환자 2만명의 유전체정보를 기반으로 개발돼 암환자들에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해줄 수 있다. 또 단순히 유전체 분석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자세히 해석해 정리한 하나의 리포트를 제공, 병원과 제약기업들이 답을 찾지 못했던 정보를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 지니너스의 차별화된 유전체 분석기술이 있다면. 

개별 세포를 하나씩 분석하는 싱글셀 분석기술이다. 암조직에는 암세포와 T세포, 대식세포, B세포, 섬유아세포 등 여러 종류의 세포가 복잡하게 섞여 있으며 각각 특성도 다르다. 무엇보다 암세포는 이러한 여러 세포의 비율과 상호작용에 의해 자라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전략을 위해서는 각각의 특성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싱글셀 분석기술은 바로 이를 가능케 한다. 즉 기존의 분석기술은 유전체 전체를 보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싱글셀 분석기술로는 암조직 내 세포 종류를 구분하고 개별세포를 하나씩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암조직 내 면역세포 위치와 암세포와의 상호작용은 물론, 암환자의 항암치료반응에 관련된 면역세포의 특성과 분포를 파악할 수 있어 면역항암제의 처방전략을 더 효과적으로 짤 수 있다. 

지니너스는 유전체 전체를 보는 기존의 분석검사는 물론 싱글셀 분석검사, 조직슬라이드검사 등을 모두 시행하고 있으며 서비스 의뢰 목적에 따라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그간의 성과도 궁금하다.

지니너스는 2018년 설립돼 2021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유전체시장이 주목받으면서 지난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글로벌시장에 진출해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지니너스가 유전체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해 우리나라의 기술과 의료데이터의 가치를 세계무대에 증명해 보이고 싶다.  

-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외국과의 교류도 필요하지 않나. 

우리나라는 일찍이 건강보험을 통해 암환자의 유전체진단검사를 가능케 했다. 세계적으로도 선제적인 시도를 한 덕분에 많은 의료데이터를 빨리 축적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해외와 협력해 연구개발을 확대하면 신약 개발 등에서 좋은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 

유전체데이터는 인종마다 다르지만 질병은 동일하다. 국가 간 의료데이터를 공유하면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내 이에 맞는 신약을 더 많이 개발할 수 있다. 기업에는 그만큼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많아진다. 정밀의료시대 유전체시장이 더욱 발전하려면 국제적인 협력이 꼭 필요하다. 

-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유전자검사에 대한 염려와 오해가 많은데. 

유전자검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적극 알리는 등 전문가들이 나서 인식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나를 좀 더 잘 파악해 건강을 관리해야겠다’고 국민 스스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예컨대 알코올분해효소타입이 술을 잘 못 먹는 경우라면 음주습관을 바꾸고 아세트아미노펜 과다섭취 시 간독성이 나올 수 있는 유전형이라면 진통제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유전체정보를 활용해 좀 더 스마트하게(똑똑하게)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현재는 물론 미래를 살아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노력이다. 

- 끝으로 선배 창업가로서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창업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자 국민건강과 삶에 도움이 되는 사회적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좋은 병원과 풍부한 의료데이터 등 유전체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유전체시장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우리가 지닌 잠재력을 세계무대에 펼치고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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