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가 알려주는 중독성약물 A to Z] 담배는 ‘중독성약물’…금연, 선택 아닌 필수인 이유
[배현 약사가 알려주는 중독성약물 A to Z] 담배는 ‘중독성약물’…금연, 선택 아닌 필수인 이유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12.0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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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중독성약물을 얘기할 때 담배는 절대 빼놓을 수 없다. 금연캠페인은 국민건강증진법을 토대로 1995년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래로 약 30년째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보건복지부 대표 건강증진사업이다. 담배 속 니코틴, 타르 이야기는 정말 수없이 많이 들어봤을 것이고 2차·3차 간접흡연에 대한 이야기 또한 귀가 따갑도록 들었을 것이다.

아마도 담배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없지 않을까? 필자 또한 일선 학교에 중독성약물 교육을 나가보면 매번 받은 금연교육 때문인지 고학년이 될수록 담배에 대한 폐해를 너무 잘 알고 있었고 흡연자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을 체감하게 된다.

수없이 많은 캠페인과 교육 등을 통해 흡연율이 현저하게 줄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년 국민건강통계 국민건강영양조사 제8기 자료를 인용해보면 국내 전체 흡연율은 1998년 35.1%에서 2021년 19.3%로 23년 만에 14.8%p 감소했다. 실로 엄청난 실적이다.

1990년대 세계 상위권에 있었던 우리나라 흡연율도 현재는 OECD 평균에 거의 근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흡연율이 남성에게서 더 높은 경향이 있었던 것만큼 감소세도 훨씬 가팔랐다. 같은 기간 66.3%에서 31.3%로 절반이 넘게 줄었다. 담배를 피우던 두 명 중 한 명은 이 기간 동안 담배를 끊었다.

물론 캠페인이 처음 시작된 10년보다 이후 18년간의 감소 폭은 많이 줄었지만 어쨌든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고무적이다. 문제는 여성과 청소년 흡연율이다. 여성은 1998년에 비해 오히려 소폭 상승했고(6.5%에서 6.9%) 청소년 흡연율도 캠페인 초기보다는 낮아졌지만 2020년 이후 6% 이상을 유지하는 등 최근 몇 년간 답보상태다. 분명 흡연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흡연율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절대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연령대에 따른 흡연율 추이

여성과 청소년 흡연율은 건강상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23년 국정감사에서는 2020년에서 2022년까지 흡연 관련 질병으로 진료받은 10대 여성 청소년이 4배 이상 늘었다고 발표되기도 했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문제는 남성 전유물로 생각됐던 것이 차츰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은 첫 흡연 경험시기가 어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2022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중학교 청소년 중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에 흡연을 경험한 청소년이 6.9%나 된다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이라니 정말 너무 깜짝 놀랄 일이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현재까지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시작하는 담배는 결국 이들을 만성흡연자로 만들기 쉽다. 특히 청소년 흡연은 가족이나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미국 소아과 의학저널에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부모가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경우 비흡연 부모의 자녀보다 흡연할 가능성이 15배 높아지며 손 위 형제, 자매가 흡연을 하는 경우, 손아래 형제, 자매의 흡연 가능성이 6배가 증가한다고 나타났다.

초등학교 전에 흡연을 경험했다는 것은 대부분 가정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흡연은 부모에 의해 대물림, 또래 무리와 집단화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청소년 흡연에 대한 부분은 부모교육과 교우관계의 교육에도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담배 모양을 감추고 있는 담배가 진짜 문제

기존 담배형태(궐련형)가 아닌 액상형 전자담배는 흡연율을 올리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한다. 담배회사에게는 희소식이겠지만 국민에게는 아주 나쁜 소식일 테다. 이뿐 아니라 일체형, 일회용으로 나오는 전자담배도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한 번만 해볼까’라며 흡연에 호기심을 보이는 청소년을 유혹한다. 앞서 인용한 서울시 조사에서도 대부분 청소년들은 불로 태우는 궐련형이 아닌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냄새로 담배를 피우는지 아닌지를 구분하던 모습은 이제 시대극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된 것 같다.

청소년들이 몰래 담배를 피우면 알아낼 방법이 묘연하다. 어른들이 수없이 많은 유혹을 만들어 놓고 금연은 개인의 의지력으로 하라니. 학생 금연교육을 나갈 때마다 학생들은 “어른들은 그렇게 나쁘다는 담배를 왜 만들어 팔아요?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도 문제지만 이걸 만들어 파는 게 더 문제 아니에요?”라고 말하곤 한다. 어른의 욕심이 만든 이 모순적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얼굴이 벌게 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자담배는 담배 외에 다른 중독성약물을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2022년 12월 군부대에 액상대마를 피운 군인들이 적발됐는데 이들은 대마를 피우고 나서 행동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발각됐던 것이다. 겉보기만으로는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이트약물로서 담배의 숨은 위험성

담배는 담배 자체가 갖고 있는 건강상의 유해성을 넘어 다른 약물을 사용하기 쉬워지는 게이트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 큰 문제점이 있다. 2016년에 나온 마크 미넬리 연구발표 ‘게이트웨이 가설 및 조기 약물사용’에 의하면 흡연 및 알코올에 대한 조기노출이 후기 청소년기의 중독성 약물사용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담배를 일찍 배우면 다른 약물을 사용하는 허들이 낮아지고 이것은 마약류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약과의 전쟁을 본격적으로 선포한 현재 우리가 청소년 담배나 알코올 사용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건강 유해성 넘어 약물문제로 접근해야 할 때

담배가 폐암이나 천식, 폐쇄성 폐질환 등을 일으킨다는 등 담배에 많은 성분들이 인체에 해롭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것이다. 이에 담배회사는 타르를 줄인다거나 유해물질을 정제해서 보다 안전한 담배를 만든다는 소리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담배 속 니코틴은 신경계에 작용하고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중독성약물임에는 틀림없다. 또 형태에 따라 다른 마약류를 감추는 도구가 되기고 하고 청소년에게는 마약류에 쉽게 빠지게 만드는 유혹제가 되기도 한다. 인체에 독성을 유발하는 물질을 아무리 제거한다 하더라도 담배는 절대 안전해질 수 없는 ‘약물’인 것이다.

담배는 마약안전지대가 아닌 우리에게 개인건강에 대한 이슈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전성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특히 자녀를 키우고 있는 가정이라면 내가 벗어나지 못하는 담배의 굴레를 다시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고 그것이 약물에 쉽게 진입하는 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꼭 해주시길. 금연. 이러니 어찌 보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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