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희망은 있다] ⑪암종불문치료제, 희소암 NTRK 유전자융합 폐암의 유일한 동아줄
[폐암, 희망은 있다] ⑪암종불문치료제, 희소암 NTRK 유전자융합 폐암의 유일한 동아줄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4.01.0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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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박세훈 교수는 “NTRK 유전자융합은 폐암에서 극소수만 발현되지만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된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박세훈 교수는 “NTRK 유전자융합은 폐암에서 극소수만 발현되지만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된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폐암은 1998년부터 20년 이상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폐암은 비소세포암과 암세포가 작은 소세포암으로 나뉘며 폐암의 약 85~90%는 비소세포폐암이다.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다양한 유전자변이가 원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EGFR 변이가 가장 많으며 이밖에도 KRAS, ALK, NTRK 등이 있다. 그중 NTRK(Neurotrophic tyrosine receptor kinase : 신경성 티로신 수용체 키나제) 유전자융합은 비소세포폐암에서 약 1% 미만의 빈도로 매우 희귀하게 나타난다. 타 암종과 NTRK 유전자융합으로 생기는 암의 큰 차이는 특정 세포나 신체 부위에 한정되지 않고 TRK 수용체가 있는 부위 어디에서든 종양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NTRK 유전자 융합은 성인과 소아를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행히 NTRK 유전자융합에 관한 치료제는 개발돼 있다. 바로 ‘라로트렉티닙’이다.

라로트렉티닙은 ‘암종불문치료제’다. 암종불문항암제 장점은 특정 치료에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라로트렉티닙은 NTRK 유전자융합이 확인되면 투약할 수 있다. 현재 NTRK 유전자융합 진단법으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과 형광동소보합법(FISH), 역전사 종합효소 연쇄반응(RT-PCR), 면역조직화학염색법(Pan-TRK) 등이 사용된다. 이 중 가장 널리 쓰이는 검사가 NGS다. NGS 검사에서 NTRK 유전자융합이 발견되면 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치료성적에 좋다. 박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NTRK 치료환경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 폐암에서는 유전자변이가 유독 많다.

변이가 많은 것보다 치료에 적용 가능한 돌연변이 유전자를 폐암에서 많이 찾은 것이다. 타 암종에서도 다양한 유전자돌연변이가 발견되지만 약이 개발되지 않아 폐암이 유독 유전자변이가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 지난 10년간 폐암치료제 개발로 환자생존율은 증가했지만 여전히 사망률 1위 암이다.

돌연변이 유전자와 사망률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다만 치료제가 있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발견되면 맞춤형치료를 진행할 수 있어 환자생존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 진단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했는데. 폐암에서 활용되는 진단법은.

맞다. 폐암환자의 경우 확인해야 하는 돌연변이 종류가 늘고 있다. 하지만 제한된 조직을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현실에 맞춰 보험이 되는 약제를 처방할 수 있는 돌연변이 확인을 위한 검사를 우선시한다.

보험이 되는 약제를 사용할 수 있는 변이가 발견되면 곧바로 치료를 시작한다. 해당되는 변이가 발견되지 않으면 추가로 정밀검사를 진행한다. NGS검사가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간단한 검사로 발견이 어려운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NTRK 유전자다. 이 경우는 꼭 NGS 검사가 필요하다. NGS 검사의 가장 큰 문제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략 2~3주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결과를 기다린 후 치료하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우선 치료에 들어간 다음 검사를 하는 것이 맞을지 매번 고민한다.

- 폐암에서 유전자변이가 발견되는 비율은.

폐암 중 선암에서 돌연변이가 주로 발견된다. 선암에서 많게는 대략 60~70%까지 다양한 종류의 변이가 나온다. 그중 가장 흔한 유전자변이가 EGFR 돌연변이다. 또 성별, 흡연여부에 따라 돌연변이 발현 비율이 다르다.

- NTRK 유전자융합은 폐암에서 극소수만 발현되는데 국내에서 발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빈도상 1% 정도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정말 드물다. 하지만 NTRK 유전자융합의 경우 환자에게 맞는 약이 개발돼 있다.

- NTRK 유전자융합 페암의 경우 세계 가이드라인과 국내 차이점이 있는지.

동일하다. NTRK 유전자융합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이드라인에도 NTRK 유전자융합이 확인되면 ‘라로트렉티닙’을 사용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다행히 NGS 검사는 국내 선암환자에서 급여가 적용된다.

- NTRK 유전자융합 폐암에서는 라로트렉티닙이 유일한 치료제다.

라로트렉티닙은 표적치료제다. NTRK 유전자융합은 그 기전에 의해 새로운 단백질을 형성한다. 이 단백질은 암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시그널을 보낸다. 이것을 발암유전자(Oncogene)라고 한다. 잘 알려진 EGFR, ALK 변이도 같은 기전으로 암세포의 성장에 영향을 준다. 이 시그널을 막는 것이 라로트렉티닙이다.

- 폐암은 뇌전이가 빈번하다. 라로트렉티닙의 혈액뇌장벽(BBB) 투과 비율은.

라로트렉티닙 임상결과를 보면 굉장히 쉽게 알 수 있다. 연구에는 뇌전이환자들이 꽤 들어가 있다. 이때 전신 침투한 비중추신경계 전이 환자반응률과 중추신경계 전이 환자들에게서 뇌병변의 반응률을 비교해야 한다. 둘 다 비슷한 수준의 반응률이 나타난다. 약의 기전상으로도 그렇지만 임상적 효과로 봤을 때도 BBB를 잘 통과하는 것처럼 보인다.

- 라로트렉티닙 사용 유무에 따른 예후 차이는.

당연히 예후에 차이가 있다. NTRK 유전자 융합에 대한 표적치료를 안 한다면 환자는 세포독성항암제 또는 면역항암치료만 받게 된다. 라로트렉티닙을 사용한 임상결과에서 치료반응기간이 3년 정도로 나온다. 해당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는 추가로 3년간 질병을 조절할 수 있는 기간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 폐암4기에서도 라로트렉티닙 사용이 가능한지.

당연하다. 라로트렉티닙은 계속해서 복용하는 약이다. 초기 부작용 확인을 위해 2~3주에 한 번씩 확인한다. 데이터에 따르면 라로트렉티닙에 반응한 환자는 거의 3년 가까이 반응률이 지속된다. 초기 반응 확인 이후에는 2~3개월에 한 번 반응평가와 부작용 확인을 하면 된다.

- 폐암4기라고 진단받으면 심적으로 힘들다. 환자들에게 권유하는 생활방식은.

중요한 질문이다. 4기 진단을 받은 환자 중에 두세 달 동안 외출은 안 하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더욱 심했다. NTRK 유전자 융합 폐암의 경우 라로트렉티닙 같은 좋은 약들이 있고 다른 일부 돌연변이에도 좋은 표적 치료제가 개발돼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좋다. 오히려 지나치게 과민반응하면 전체적인 치료 측면에서 더 안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표적항암제의 가장 큰 문제는 내성발현률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반응지속기간은 대략 33개월 정도로 약 3년이다. 다른 표적항암제에 비해서도 라로트렉티닙은 우수한 쪽에 속한다.

- NTRK 유전자융합 폐암환자 완치 사례가 있는지.

완치라는 개념은 4기 말기환자들에게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환자들 중 완전관해가 됐다는 임상데이터를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완전관해는 영상검사상 종양이 관찰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환자들은 반응이 정말 좋은 케이스다. 이렇게 좋은 반응을 보인 환자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반응이 유지됐는지 또한 중요하다. 완치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오랜기간 동안 질병에 의해 고통받거나 병이 커지지 않고 다른 치료를 할 필요가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기간이 긴 시간 유지되게 하는 것이 치료목표다.

- 라로트렉티닙 복용 시 주의사항은.

약이 잘 반응해 몸이 좋아지면 만족하지 않고 뭔가를 더 보조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일부 다른 치료 또는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하시는 분들이 대표적인 예다. 라로트렉티닙은 안전하고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약이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치료를 병행하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 폐암도 다학제진료를 진행하는지.

삼성서울병원은 폐암환자의 항암치료를 혈액종양내과에서 하고 있다. 혈액종양내과는 다양한 다국적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고 최신 급여 기준이나 허가기준의 상황 변경에 빠르게 반응해 적절한 치료를 환자들에게 제공한다. 이렇게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다학제진료가 매우 잘 돼 있기 때문이다.

폐식도암센터에 혈액종양내과가 소속돼 있는데 흉부외과, 호흡기내과에서 진단을 해주면 병리과에서 적절한 검사를 진행한다. 결과에 따라서 혈액종양내과에서 치료를 시작한다. 검사가 나올 시점에 맞춰서 환자가 방문하면 NGS 검사유무, 치료시점 등을 즉시 판단해 최대한 치료가 지연되지 않게 하고 있다.

- 폐암 치료환경 개선에 관한 제언 부탁한다.

희망을 잃지 않고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또 임상시험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라로트렉티닙 같은 약들은 불과 5년 전에는 미래 임상시험에 사용된 약이었다. 현재는 이 약으로 환자들이 표준 치료를 받고 있다. 5년 전 라로트렉티닙을 사용했던 환자는 임상에 참여했기 때문에 미래의 치료제를 미리 사용할 수 있었다. 좋은 임상시험이 있고 담당 의사가 거기에 맞춰 신중히 판단해서 제안하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니 편견 없이 받아들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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