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영 교수의 꿀잠비책] 건강한 수면으로 행복한 일상을!
[정기영 교수의 꿀잠비책] 건강한 수면으로 행복한 일상을!
  • 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ㅣ정리·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09.07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잠이 보약이라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잘 자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와중에 여러 속설까지 난무해 도대체 어떻게 하면 잘 잘 수 있는지 고민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격주 목요일마다 연재될 <정기영 교수의 꿀잠 비책>이 바로 그 고민을 해결해줄 것입니다. 정기영 교수(서울대병원 신경과)는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으로서 국민 스스로 수면의 중요성을 느끼고 일상에서 수면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든든한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저서 <잠의 힘-상쾌하고 개운한 하루를 만드는 슬기로운 수면생활>을 출간, 국민과의 소통창구를 넓혔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꿀잠 사수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사람은 대략 인생의 1/3을 자면서 보낸다. 수면은 인간의 연속적인 단일 활동 중에서도 아마 가장 긴 시간이고 단 하루도 거를 수 없는 신체기능이다. 잠은 숨 쉬고 음식을 먹고 배설하는 것처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다. 꿀잠을 자고 나면 아침에 개운하고 의욕과 활력이 넘치며 낮에 졸리거나 피로하지 않다.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가짐도 생긴다. 건강한 수면은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건강한 수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면시간(양) ▲수면의 질 ▲밤-낮의 하루주기(타이밍) 등 이 세 가지 요소가 모두 건강해야 한다. 이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머리가 맑지 않으며 낮에는 졸리고 무기력해진다. 또 밤에 쉽게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는 증상도 겪을 수 있다. 결국 잠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삶의 질이 낮아진다.

수면문제가 장기화되면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뇌졸중 등 신체건강이 위협받고 우울감, 불안감, 자살사고가 높아지는 등 정신건강도 안 좋아진다.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치매 발생위험이 높아지는 등 인지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수면의 양 또는 수면시간은 하룻밤에 얼마나 자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최적의 수면시간은 나이에 따라 다르며 같은 연령대라도 개인차가 크다. 사람의 뇌 성장 및 발달상태에 따라 필요한 수면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성인의 적절한 수면시간은 7~9시간이다. 초등학생은 9-11시간, 중고등학생은 8-10시간은 자야 적절하다고 본다. 65세 이상 노인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7~8시간은 자야 건강에 좋다. 필요한 수면시간보다 적게 자면 신체·정신건강이 나빠지고 인지기능도 최선으로 수행하기 어려워진다.

단 우리가 여기서 알아둬야 할 점은 너무 많이 자도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많이 자면 사망률이 높아지고 각종 만성질환에 더 잘 걸린다. 따라서 수면시간과 사망률과의 관계를 그래프로 그리면 U자형 커브를 보인다. 특히 5시간 미만, 10시간 이상은 위험도가 확실히 증가하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적게 자거나 많이 자는 것은 생명을 단축시킨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그런데 7~8시간 정도 충분히 자는데도 졸리거나 피곤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유는 바로 수면의 질에 있다. 양질의 잠을 자야 아침에 몸과 마음이 개운하고 활력이 생긴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야 양질의 수면 또는 좋은 수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선 자면서 깨지 않아야 한다. 한번 잠들면 아침까지 깨지 않고 자야 잘 잤다고 느낀다. 또 뇌의 대사물질들을 청소시켜주는 서파수면과 정서에 중요한 꿈꾸는 단계인 렘수면이 충분히 나와야 한다.

자기 직전까지 일이나 놀이로 뇌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뇌가 완전한 수면모드로 전환하기 어렵다. 과음, 과식, 격렬한 저녁운동 등도 수면 스위치를 켜는 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불면증 등 다양한 수면장애는 수면 중 미세각성을 유발하고 수면의 연속성을 방해해 깊은 수면에 접어들지 못하게 한다. 한마디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수면의 양·질과 함께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지도 수면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모든 생명체는 지구의 자전주기에 맞춰 생존하도록 진화했다. 뇌의 시상하부의 시교차상핵에 있는 생체시계는 신체 내 모든 시스템이 낮밤 주기에 맞춰 활동할 수 있게 조율한다. 이 생체시계가 언제 자고 언제 깰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야간근무를 하거나 해외여행을 하는 경우 자신의 생체시계와 신체활동 사이에 타이밍이 어긋나게 되고 이로 인해 우리 몸의 모든 생체시스템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하루주기가 맞지 않으면 업무, 공부 운동 등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

이 중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수면-각성주기 시스템이다. 잠들기 어렵고 낮에 졸립고 무력감을 느낀다. 잠을 자도 생체시계에 맞춰진 최적의 시간대에 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면의 질은 좋지 않다. 하루주기가 맞지 않으면 수면의 양과 질에 문제가 생기며 결과적으로 수면건강을 위협받는다.

사람의 생체시계 주기는 24시간보다 약간 긴 24시간 15분 정도이다. 만일 아무런 빛이 없는 동굴 속에서 생활하게 된다면 생체시계에 의해 매일 15분 정도씩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된다. 생체시계는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아침에 30분 정도 강한 햇빛에 노출되면 24시간 주기로 리셋된다. 아침에 햇빛을 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잠은 모든 사람이 매일 경험하는 일상이지만 신체·정신·인지건강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때로는 비싼 돈을 지불하며) 운동하고 식단에 신경을 쓰며 체중을 관리하는 데 열을 올린다. 하지만 정작 잠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부터라도 잠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평소 잘 관리해 행복한 일상을 보내보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