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영 교수의 꿀잠비책] 생애주기별 수면관리
[정기영 교수의 꿀잠비책] 생애주기별 수면관리
  • 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ㅣ정리·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10.0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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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사람생애의 수면시간을 평균하면 하루 약 8시간 정도이다. 하지만 수면은 생물의 다른 기능처럼 삶의 여정 동안 변화한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하루에 7~8시간을 자는데 이중 약 25%는 렘수면, 나머지는 비렘수면 단계로 이루어진다. 비렘수면은 1단계의 가장 얕은 수면부터 3단계, 즉 가장 깊은 수면으로 나뉜다. 3단계 수면(또는 서파수면)은 전체 수면시간의 약 10%를 차지한다. 오후 11~12시쯤 잠들고 오전 7~8시쯤 일어나며 낮에는 낮잠을 자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수면의 양과 질은 태어난 후 청소년기까지 급격하게 변한다. 신생아는 하루에 약 16시간을 자며 렘수면이 전체 수면시간의 5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때는 수면패턴이나 주기가 형성돼 있지 않아 아무 때나 자고 깨는 것을 볼 수 있다. 생후 2개월 정도 되면 아기는 대부분 밤에 12~13시간을 자고 낮에 3~4시간의 잠을 잔다. 유아기에는 하루에 3~4번의 낮잠을 자는데 5세가 되면서 낮잠이 줄고 밤에만 자는 수면패턴이 형성된다.

수면시간은 유아기에 12시간, 학령기(6~11세)에 10시간 정도로 줄어들며 청소년기에는 8~9시간 정도로 더욱 줄어든다. 깊은 수면인 서파수면은 유아기에 30% 정도 차지하지만 청소년기에는 20%로 줄어들어 노년기에는 10% 미만으로 감소한다.

생체시계에 의한 낮과 밤의 패턴도 나이에 따라 변화한다. 낮과 밤의 패턴변화는 생체시계의 작용에 따라 나타난다. 생후 6개월째 되면 멜라토닌 분비량이 성인수준으로 증가하고 사춘기 이전까지는 아침에 일어나는 습관이었던 아이들도 사춘기가 도래하면서 점차 밤에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20대 후반부터는 다시 일주기가 앞당겨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노화와 함께 더욱 강화되며 노년기에는 일찍 잠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많은 노인이 초저녁부터 일찍 자고 새벽에 일찍 깨는 이유는 노화에 따른 생체시계의 생물학적 변화에 의한 것이지 나이가 들면서 특별히 부지런해져 그런 것이 아니다.

이렇듯 수면은 삶의 모든 단계에서 변화하는 과정을 보이는데 수면변화는 우리 삶의 질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린 시절에 충분히 자는 것은 성장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생아에서 렘수면 비율이 성인보다 높은 것은 렘수면이 뇌의 발달과 학습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학동기에 서파수면 단계에서 왕성하게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뇌와 신체조직의 성장에 기여한다. 영재교육에 돈을 들이기보다 아이들의 잠이 부족하지 않게 배려하는 것이 부모의 의무이자 뇌 발달에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부모들이 3세 미만의 어린 아이들(특히 1세 미만)을 재울 때 환한 조명 아래서 재우는 경우를 종종 본다. 눈을 감고 있어도 빛은 망막에 일부 도달하고 이것은 일주기리듬을 형성하는 시기에 매우 좋지 않다. 또 어릴 때 자면서 조명에 노출되는 경우 나중에 백내장 위험이 증가한다고 연구결과도 있어 아이들을 재울 때는 반드시 어두운 환경에서 재우는 것이 좋다.

사춘기에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면발달과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은 원래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초등학교 때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등교를 해야 해 수면발달과정이 역행한다. 수많은 학생들이 아침에 생체시계 리듬보다 일찍 일어나야 해 고통스러워한다.

미국에서 중고등학생들의 등교시각을 30분 늦추었더니 학생들의 수면시간이 늘어났고 안녕감이 좋아지고 성적도 향상이 되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국내에서도 경기도에서 학생들의 등교시각을 9시로 늦추었더니 졸거나 지각하는 학생이 줄었고 전반적인 행복감이 높아졌다는 보고가 있다. 학생들의 학교 시작 시각을 어른들의 시계가 아니라 학생들의 생체시계의 리듬에 맞춰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노인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한 번에 오래 자지 못하고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많은 노인이 8시간 자야 건강하고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자신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잠을 더 자려고 불필요한 노력을 기울인다. 수면은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 자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자려고 불필요한 노력을 하다보면 점차 불면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현대사회의 모든 활동시간은 성인의 생체시계에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일반 성인들은 활동에 큰 불편을 겪지 않는다. 다만 이 시기는 수면무호흡증·하지불안증후군·불면증 등 다양한 수면질환이 잘 발생하기 시작하는 연령대이기에 이유 없이 피곤하고 졸리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수면부족과 함께 수면질환은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나이에 따라 변하는 수면은 삶의 단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변화를 잘 이해하고 구성원 간에 상호존중하며 나이에 따른 수면변화양상을 고려해 사회제도나 규칙 등을 부합시키는 것이 그 사회 전체의 건강과 건전성을 위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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