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의원 “스스로 목소리 낼 수 없는 아동들…먼저 다가가 귀 열어야”
김영주 의원 “스스로 목소리 낼 수 없는 아동들…먼저 다가가 귀 열어야”
  • 추미현 객원기자 (qiumeixian@k-health.com)
  • 승인 2023.11.2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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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인사이트] 김영주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단일민족국가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우리나라의 인구변화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습니다. 바로 다문화가족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의 보건복지문제, 거주문제 등 숨겨진 이면을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다문화 인사이트’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다문화가족 및 현장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와 함께 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봄으로써 추후 다문화사회로 성장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김영주 의원은 아동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일은 국제사회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주배경아동들이 건강하게 자라 미래 생산주역의 역할을 하려면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김영주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은 의료와 복지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인 우리 사회 약자들에게 유독 관심이 많다. 올해는 국회 헌정사상 첫 국회부의장 직속 자문위원회인 ‘빈곤아동 정책자문위원회’를 발족, 이주배경아동들을 위한 정책적 노력에 그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급격한 경제 발전과 국제 이동성증가로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보건복지서비스는 전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아동이 차별 없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경주하고 있는 김영주 의원을 만났다.

-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안 발의와 간담회 개최에 적극적이다. 세심하게 민생을 돌보는 원력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론 선진국 대열에 올랐지만 사회복지와 노동정책에 있어서는 아직 선진국 수준에 오르지 못했다. 더구나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소외계층의 그늘이 더 깊어지고 있음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 양부모가족의 아동빈곤율은 10.7%로 높은 수준이 아니지만 한부모가정의 빈곤율은 47%로 매우 높은 상황이다. 한부모가정 아이 둘 중 하나는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인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난이 세습돼 빈곤의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 가난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이러한 점에서 결국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차별과 불평등 완화를 위해 복지제도를 어떻게 구성하고 사회적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고민해야 한다. 정치에 입문할 당시 여성노동자가 사회적 약자였기에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운동’을 통해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의 벽을 허무는 역할을 했다. 정치 인생 내내 주어진 책무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 완화라고 생각하며 행동하고 있다. 정치의 본령은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내대표에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일하고 싶다고 요청해 복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이다. 

- 국회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부의장 직속 자문위원회인 ‘빈곤아동정책자문위원회’를 발족했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정치에 입문할 때도 그랬지만 국회부의장에 선출됐을 때도 우리 사회 약자 중에서도 가장 약자에 속하는 이들을 위한 의정활동을 성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동 그중에서도 빈곤아동이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라고 생각한다. 수원 영아살해사건으로 우리 사회에서 존재하지만 유령으로 살아왔던 미등록 아동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국회에서 많은 이해당사자가 목소리를 내지만 아동 스스로는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빈곤 아동문제는 국회와 정부가 먼저 다가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전까지 국회부의장 직속으로 자문위원회를 둘 수 없었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요청해 국회규칙까지 개정,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부의장 직속 빈곤아동정책자문위원회 발족했다. 빈곤아동정책자문위원회 활동을 통해 한부모가정 아동, 미등록아동, 이주배경아동 등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관심을 환기하고 제도개선과 예산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발족 이후 지속적인 전문가들의 토론과 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을 청취했고 그에 맞는 법안 발의 등에 힘쓰고 있다. 

- ‘위기임산부 및 아동 보호·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미등록 이주아동수도 늘고 있는데 사회시스템 배제는 여전하다.  

올해 6월 수원 영아살해사건 발생 이후 출생미등록 아동문제 해결을 위해 긴급하게 빈곤아동자문위와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학계, 관련 시민단체, 정부 등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 ▲상담기관이 위기임산부에게 직접 각종 지원 연계 ▲위기임산부의 상시적 상담 요청 권한 등 기존에 논의해오던 ‘보호출산제 보안 방안’을 만들어 ‘위기임산부 및 아동보호‧지원에 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미등록 이주아동의 문제도 심각하다. 아직 우리 사회에 있는 미등록 이주아동수가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인 실태조사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간단한 감기 치료에도 10만원이나 들어간다. 큰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라도 나면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의 재난적 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이들 아동의 부모 1/3이 아이가 아파도 치료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아동이 스스로 부모와 국적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아동의 건강권 보호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책무이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아동들이 차별받지 않고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하고 지원할 의무가 있다. 이에 지난 5월 아동의 국적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도록 하는 아동복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발의했다. 이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농어촌 지역의 고령화와 이주민 증가로 의료서비스 수요는 더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거주 인원으로는 수익성이 나지 않아 민간의료인프라는 갈수록 줄고 있다. 공공의료체계 확충은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그런데 최근 공중보건의사 지원 기피현상으로 2015년 3626명에서 2023년 현재 3175명으로 공중보건의가 줄고 있다. 공보의가 3~4개 지역을 돌아다니며 진찰을 보고 있는 상황인데 보건소에 상시 근무 공보의가 없는 상황까지 겹치면 그 지역에서 아픈 환자가 나오는 경우 그야말로 의료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공보의 지원 기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공보의 처우 개선법(농어촌 의료법)’을 대표 발의한 이유이다. 이로써 보건의료취약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이 향상되길 기대한다.

- 이주민이 증가하면서 그 자녀세대의 수도 늘고 있다.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구상하고 있는 정책은.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위기요인은 인구감소이다. 세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초저출생 국가가 됐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2050년이 되면 현재보다 34% 줄고 GDP는 2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가 줄면 장기적으로 생산과 소비, 경제성장률 감소로 이어진다. 이미 노동력 부족 현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조선업과 농어촌의 일손 부족을 메꾸기 위해 이주노동자에게 의존해 산업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돌봄문제 해결을 위해 이주가사노동자 등을 도입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이주민의 자녀세대들은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기에 향후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로서 생산과 소비를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들이 국내에서 차별받지 않고 우수한 인재로 자라나면 결국 우리나라가 우수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주민 자녀세대들이 우리 사회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그들의 특성에 맞는 교육과 취업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모국어와 한국어 둘 다 제대로 배우지 못해 진학 후 학습부진과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이주배경 자녀들의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하기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에는 보육단계에서부터 사회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 적응하고 자연스럽게 언어를 익힐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 이주민과 정주민이 어우러지는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사회통합정책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보다 먼저 이민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 대부분에서 문화적·종교적 차이로 인해 정주민과 이주민 간 갈등과 충돌을 겪었다. 앞선 국가들의 시행착오를 보고 우리 사회에 맞는 이민정책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민으로 인한 부작용도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인구감소로 인한 국가적 위기 대응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갈등이 예상되고 반감이 있다고 해서 외면하면 종국에는 더 큰 갈등과 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민정책과 사회통합에 있어서는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 부처간 협력이 안 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되지 못하는 것 같다. 이주민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이민청 설립에 대한 견해는. 

이주민 정책 관련 업무의 경우 외국인은 법무부, 다문화가정은 여가부, 이들에 대한 복지‧의료서비스는 보건복지부, 집행은 지자체로 나뉘어 있다. 총괄기능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실태조사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지원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분절돼 있다. 그러다 보니 행정서비스 접근이 원활하지 않은 이주민들을 지원제도가 있는데도 이를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에서도 이민청 설립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국제적 인권기준에 부합하는 이민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이민청 설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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