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주 다문화가족도 우리 국민 …인식부터 바꿔야”
“해외 거주 다문화가족도 우리 국민 …인식부터 바꿔야”
  • 추미현 객원기자 (qiumeixian@k-health.com)
  • 승인 2023.12.2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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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인사이트] 설규종 청운학교 이사장

단일민족국가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우리나라의 인구변화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습니다. 바로 다문화가족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의 보건복지문제, 거주문제 등 숨겨진 이면을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다문화 인사이트’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다문화가족 및 현장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와 함께 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봄으로써 추후 다문화사회로 성장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설규종 이사장은 “해외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해외 재외국민이란 인식을 갖고 이들을 바라봐야 실질적인 지원정책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규종 청운학교 이사장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중국을 선택했으며 개인의 성공을 넘어 더 큰 꿈을 펼치고 있다. 그는 푸근한 인상만큼이나 정감 넘치는 말투로 재외국민과 그 자녀들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다. 청소년들을 글로벌 리더로 육성하기 위해 기꺼이 길잡이가 돼준 설규종 이사장. 미래세대의 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프런티어(개척자)의 삶을 살고 있는 그를 만나 중국에서 이주민으로 살아가는 얘기를 들었다.

- 현재 청운학교 이사장과 청운한글학교 교장직을 맡고 있다. 두 학교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현재 중국에는 중국 정부와 한국 정부로부터 공식 인가된 학교 14개 곳이 있다. 청운한국학교는 그중 하나로 산동성 청도시에 있는 한국학교이다. 재외국민 자녀들이 한국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한국 교육부의 정규과정을 준수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다문화가정 포함) 국적을 보유한 자녀들만 입학할 수 있고 유치원생부터 초·중·고생까지 총 705명(2023년 3월 기준)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청운한글학교는 주말 한글학교이다. 다문화가정 자녀와 중국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한글과 한국문화를 교육하는 특별학교이다. 현재 청운한글학교에는 약 100여명의 학생이 주말에 등교해 교육받고 있으며 수업은 지역사회 학교 선생님들의 봉사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은 중국학교에 오래 다니면서 한국어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과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한국 정규교육과정에 편입하기 위해 꼭 필요할 뿐 아니라 한국문화를 배우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학교 운영에 어려움은 없나. 
 
미래세대를 위해 질 좋은 교육환경을 꾸준히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이러한 뜻에 많은 교민이 공감해 최근 20여 년 만에 학교를 신축했다. 또 감사하게도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재외한국학교 지원확대를 위한 방안도 많이 건의해준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환경과는 다른 점이 많다 보니 어려움은 존재한다. 한국 정부에서 매년 건물임대료 및 학교장 파견 등 일정부분 지원을 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해 학생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매우 크다. 또 한글학교는 재외동포청으로부터 지원되는 소정의 금액으로 자체 운영이 어려워 지역사회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의 재외한국학교 지원확대방안과 신축지원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 학생·교사·교직원들을 위한 보건복지 혜택은 어떤 것이 있나.

개인이 갖고 있는 한국 의료보험을 통한 지원이 전부이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인 바람은 한국의 병원협회나 의사협회와 연계할 수 있다면 소속 회원들이 주기적으로 의료봉사를 와줬으면 하는 것이다. 건강강좌나 건강상담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재외국민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보건복지 혜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중국에서 이주민으로 살아가면서 특히 힘들었던 점은.
 
다양한 부분이 있겠지만 해외에 나온 것은 세계화 시대에 따른 생활권 확대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자녀세대의 교육문제, 즉 교육의 질과 교육비 부담 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의료접근성의 문제도 있다. 간단한 질병은 현지 의료에 기대야 하는 실정이지만 중국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다 보니 의료비 부담이 크다.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문화 지원 및 사회기반 비용 지원도 문제이다. 문화 부분은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해외 자영업자들에게까지 정부의 다양한 사회교육 지원과 기업지원프로그램 혜택이 제외돼 있다는 사실이다. 

- 해외 거주 국내 다문화가족을 위해 국가가 지원해야 할 사항은. 

일단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문화가족을 어떻게 지원할까’가 아니라 그들이 ‘대한민국의 해외 재외국민’이란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의 이른 해외 진출로 현지에서 태어나 한국어가 서투른 자녀나 국제결혼으로 인한 다문화자녀나 어떤 차이가 있나.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태어난 일부 안타까운 자녀들에 관한 생각을 다문화라고 인식하는 데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인식의 변화가 먼저 있어야 그에 맞는 법이나 정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에 이민청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일단 재외국민으로서 갖고 있는 최소한의 권리의 범위 안에서 벗어나지 않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글학교에 대한 일정 지원이 있듯이 소규모 다문화센터 등에 지원을 활성화해 그들이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각시켜주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인 것 같다.

- 향후 중국 내 한국 다문화가족이 지역사회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려면.
 
우리는 현재 재외동포의 활약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문화·경제영역 확대 등 공공외교의 중요성에서 동포사회의 힘은 무한대라고 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동포사회에서 자녀들의 현지국가화는 매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다문화가정의 2세들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깊이 느낄 수 있게 관심을 가져야 하고 필요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 아이들은 양국의 언어, 사회,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미래의 중요한 자산으로 다양한 부분에서 크게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 지난해 ‘백두화랑단’을 창단하고 현재 ‘민주평통’ 중국부의장을 맡고 있는데. 

백두화랑단은 통일신라시대에 큰 역할을 했던 화랑의 모티브를 인용해 ‘백두에서 한라까지’ 이어지는 통일캠프를 만들어나가자는 꿈을 키우고자 창단했다. 민주평통 역시 대한민국의 역사 및 통일문제에 대해 함께 소통하고 고민하는 모임으로 중국청도협의회장으로서 4년(재임)째, 부의장으로서 2년째 봉사하고 있다. 두 단체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청소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중국 내 청소년은 물론 전 세계 청소년들과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필요성을 느꼈다. 청소년들과 더 많은 교류 기회를 만들고 대한민국의 역사는 물론 한반도 통일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리더들을 양성할 수 있는 단체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 끝으로 한인 다문화가족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이제 다문화가정이라는 지칭어를 빼고 ‘우리 대한민국 재외국민’으로서 함께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또 많은 유관부서, 소규모 단체 봉사자 분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울러 중국 재외동포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우리는 현지에서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영역을 키워나가는 일원으로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위한 민간외교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우리가 함께하는 사회에서 양보와 미덕을 중심으로 화합해 나가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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