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가 알려주는 중독성약물 A to Z] 사람들은 왜 중독성약물에 빠지는가
[배현 약사가 알려주는 중독성약물 A to Z] 사람들은 왜 중독성약물에 빠지는가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3.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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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야야, 쟤는 담배도 끊은 놈이야. 상종도 마라. 아주 독종이다 독종.”

‘담배 끊은 놈'은 아주 독한(?) 사람을 일컫는 관용구다. 관용구로 사용된다는 것은 대다수가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담배를 피우지 않을 텐데 그 힘듦을 어떻게 알 수 있다는 것일까?

담배 한 개 피, 커피 한 잔의 유혹

바로 주변에서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새해 다짐으로 금연은 빠짐없이 등장하지만 다음 해 다시 똑같은 목표를 잡는 사람들이 한둘이던가? 금연구역이 확대되면서 이제는 눈치를 봐 가면서 흡연구역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워야 하는데도 담배를 끊지 못한다.

담배뿐일까? 카페인 또한 그 유혹을 뿌리치기 매우 어려운 약물이다. 대표적인 카페인 음료 커피는 긍정적 효능과 부정적 효능이 매우 교차되는 대표 식품이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커피를 권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아이들의 뇌에 커피가 좋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이다. 몸이 아파 약을 타면서도 ‘커피를 먹지 말라’고 하면 그 어느 때보다 어두운 얼굴을 보이는 사람들. 대한민국은 과히 커피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다.

술은 또 어떤가? 우리나라는 음주가무의 나라가 아니던가? 어떤 모임자리라도 술이 빠지면 어색하기만 하다.

담배, 커피, 술 모두 쉽게 구할 수 있는 ‘약물’들이다. 맘만 먹으면 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끈질기게 우리에게 달라붙어 있을까? 이는 한 번 접하기 시작하면 이미 주도권이 약물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 약물들이 모두 머리에 작동해 변화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 작용은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그 효과를 느끼기 위해 지속적으로 약물을 찾게 된다. 이것이 바로 중독의 기전이다.

중독성약물 복용 후의 머릿속 변화 5가지

중독성약물 복용 후의 머릿속 변화를 아래와 같이 5가지로 정리해봤다.

보상경로 : 중독성약물은 뇌의 보상경로를 장악해 쾌감과 보상과 연관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넘치게 분비한다. 이것이 중독성약물을 계속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면 니코틴, 카페인, 알코올 모두 도파민 분비와 연관이 있을까? 그렇다. 연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커피는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하니 얼마나 피하기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각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차후 다루도록 하겠다.

도파민 수용체 : 중독성약물은 뇌 안의 도파민 수용체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킨다. 즉 뇌 수용체가 손상되는 것이다. 중독성약물을 복용하면 뇌가 고장 난다고 하는 것은 수용체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도파민에 대한 민감도를 저하시켜 시간이 지날수록 약물에 대한 욕구를 증가시킨다.

대뇌 전두엽 : 충동 통제 및 판단능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중독성약물로 손상을 입어 약물에 대한 욕구에 저항하거나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든다. 흐려진 판단력은 약물을 계속 찾게 만들고 윤리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약물에 대한 갈망으로 범죄적 행위를 서슴지 않는 것은 이러한 뇌기능 손상과 연관이 있다.

아미그달라 : 아미그달라는 대뇌 기저부에 위치한 해마와 인접한 구조로 감정과 기억 등의 처리에 관여한다. 아미그달라는 불안, 공포, 분노 같은 감정의 인지와 조절 나아가 사회적 상호작용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중독성약물은 아미그달라를 자극해 불안과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며 이는 약물을 갈구하는 것을 유발할 수 있다. 아미그달라의 기능에 이상이 있으면 감정이나 행동, 인지 관련 문제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해마 : 중독성약물은 기억 형성과 검색을 담당하는 해마의 기능을 떨어뜨려 기억력과 인지능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

습관이 되거나 남용될 위험이 높은 중독성약물

앞서 살펴본 머릿속 변화는 주로 도파민을 증가시켜 나타나는 것이다. 도파민을 증가시키는 약물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페인, 알코올, 니코틴뿐 아니라 나비약으로 유명한 비만약 펜터민,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공신약(공부의 신 약) 메틸페니데이트, 통증을 완화하는 트라마돌 등이 있다. 이들 모두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켜 흥분 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뇌의 흥분을 억제하는 약물도 습관이 되거나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이 대표적이다. 뇌의 흥분을 억제하는 약물에 왜 중독되는 걸까? 이는 현대사회의 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대인은 다양한 이유로 불안과 흥분 등의 상황 속에 놓이고 여기에 계속 스트레스를 받는다. 만성적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가바수용체 기능이 억제돼 가바가 제대로 작용하지 못한다. 가바 수용체는 뇌에서 가바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로 작용하며 이는 뇌에서 진정과 안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가바 수용체에 문제가 생기면 뇌에서 불안과 긴장감이 증가하며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과 적절한 조절이 이뤄지지 않아 항상 경계모드에 있게 된다.

이러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뇌의 흥분을 억제하는 약물은 바로 가바 수용체에 작용한다. 때문에 약물을 사용하고 나면 안정감, 편안함 등을 느끼게 된다. 대중에게 주목받고 있는 연예인들이 불면과 불안증에 시달리고 프로포폴과 같은 약물에 빠지는 것도 바로 이런 기전과 관련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왜 처음과 같은 느낌을 느끼지 못하나

중독성약물은 뇌 신경전달물질이나 수용체에 작용한다. 뇌 수용체는 매우 민감한 구조로 다양한 약물이나 자극을 받게 되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망가지는 것이다.

마약류를 예로 들면 처음 약물 사용 후 느꼈던 쾌감 또는 안정감은 약물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데도 절대 느낄 수 없게 된다. 이를 내성이라고 한다. 내성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더 많은 양을 사용하는 것이다. 마약 중독자들의 가장 많은 사망원인은 바로 이로 인해 발생하는 호흡억제다. 호흡억제는 약물 과다사용으로 치사량을 넘어버렸기 때문에 발생하는 증상이다. 

만일 여기에 무서움을 느껴 약을 중단하면 어떻게 될까? 정신적으로 약물을 사용하고 싶은 갈망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통증, 감각 이상 등 다양한 금단증상으로 고통받게 된다. 마약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쾌락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나중에는 약물중독으로 인한 고통을 잊기 위해 계속 하게 된다고 말한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늪이 바로 약물중독인 것다.

이처럼 마약류를 사용한 중독은 처벌대상인 동시에 뇌 기능을 손상시켜 버리기 때문에 치료영역으로 봐야 한다.

청소년은 더욱 위험하다

필자는 담배, 커피, 알코올과 같은 흔히 볼 수 있는 ‘약물’에서부터 얘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마약류와 수면제 같은 향정신성의약품까지 이야기하게 됐다.

차차 말하겠지만 우리가 기호식품처럼 사용하는 것들도, 마약류로 사용되는 것들도 모두 뇌 신경에 작용한다. 이것들은 중독성이 강하고 의존성이 생긴다고 하는 부분에서 보면 같은 ‘약물’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약물들은 뇌 신경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청소년에서 더욱 위험성이 높다. 청소년은 뇌신경을 흥분시키는 약물을 접하면 다른 중독성 행위에 빠지기 쉽다는 연구보고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게임중독과 같은 행위 중독과 약물중독은 매우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 따라서 약물중독에 대한 예방교육은 소아청소년에서부터 강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마약류가 합법적으로 처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합법적으로 마약류를 구입할 수 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뿐 아니라 비만치료제인 펜터민까지 사실 구하고자 하면 마약류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러한 한국의 현실은 중독성약물에 대한 우려를 갈수록 키우고 있다. 우리가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약물들부터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중독성약물이 또 다른 다른 중독성약물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칼럼에서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얘기를 이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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