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하는 의대 교수들…환자들 “죽어나가야 종지부 찍을 건가”
‘사직’하는 의대 교수들…환자들 “죽어나가야 종지부 찍을 건가”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4.03.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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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화제안에도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됐다. 이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우리의 목숨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희생돼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사진=한국환자단체연합회).
정부의 대화 제안에도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됐다. 이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우리의 목숨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희생돼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사진=한국환자단체연합회).

전국 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대화 제안에도 오늘(25일)부터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의료공백은 피할 수 없게 됐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대부분에서 소속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 일부 의대는 총회를 통해 ‘일괄 사직’형태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고려대의료원 교수들은 오전 총회를 통해 일괄 사직서를 제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또 울산의대 교수 767명 중 절반이 넘는 433명이 의대증원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연세의대 교수들도 오후 6시 비대위에서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대의대 교수들은 오늘 긴급 총회를 열고 사직서 제출 시기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교수 비대위)는 성명을 내고 “정부의 의료개혁은 이제 의료개악임이 자명해진 만큼 오늘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며 “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의 요구는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철회와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 협의체 마련 등 2가지다.

성명에는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 19개 대학이 참여했다.

이밖에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역시 의대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백지화 등 8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의대협의 요구안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증원 정책 전면 백지화 ▲의정‧동수의 의‧정 합의체를 구성해 법제화된 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 ▲현 사안에 대한 정부의 책임 시인 후 투명한 조사와 대국민 사과 추진 ▲의료행위 특수성·전문성 인정과 환자 안전 관리 위한 제도 도입 ▲필수의료의 명확한 정의 논의와 국제 비교를 통한 합리적 수가 체계 마련 ▲건강보험 보장성의 바람직한 분배를 위한 의료전달체계 확립 대안 제시 ▲인턴·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 재논의 ▲휴학계에 대한 공권력 남용 철회와 휴학 사유와 관련한 법적 근거 마련 등이다.

울산의대 교수 767명 중 절반이 넘는 433명이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울산의대 교수 767명 중 절반이 넘는 433명이 의대증원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한편 이 가운데서도 일부 의료진은 사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단국대병원 이미정 소아청소년과장은 ‘청년의사’를 통해 ‘사직을 망설이는 L 교수의 답장’이라는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이미정 교수는 단국대 의대 교수 회의에서 사직서 제출 논의 당시 소아암환자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해도 당장 의료현장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환자들은 교수들이 병원을 떠날까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연합회)는 “우리의 목숨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희생돼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연합회는 2월 26일부터 3월 20일까지 회원들을 대상으로 환자 불편·피혜사례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31명의 환자가 진료연기, 취소 등으로 피해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조혈모세포이식술과 항암치료, 심장질환자 수술 연기사례도 포함돼 있다.

연합회는 “초유의 강대강 대치에 더는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은 단 한 번도 환자 중심으로 운영된 적이 없었고 이번 의료대란도 그 연장선에서 벌어진 참극”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보건의료 재난위기 ‘심각’ 단계 기간 동안에는 소속된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의사 진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개원의가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아닌 수련병원 등에서 파트타임으로 진료가 가능하다.

현행 의료법 제33조제1항에 따라 의료인은 원칙적으로 의료기관 내에서만 진료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현장 인력의 피로도 누적에 따라 의사가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의료법 제33조제1항 제3호 예외 규정에 근거해 이번 보건의료 재난위기 ‘심각’ 단계 기간 동안에는 소속된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의사 진료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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