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나는 대한민국 치과의사다 ①판치는 광고, 휩쓸리는 병원
[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나는 대한민국 치과의사다 ①판치는 광고, 휩쓸리는 병원
  •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4.0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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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얼마 전 ‘내과 박원장’이라는 드라마가 종영했다. 극 중에서 배우 이서진은 파격적인 변모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개원의의 고충’이라는 소재를 담고 있는 만큼 동업자 입장에서 시원하게 웃을 수 없었다.

현재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세계 경기가 침체해 있다. 의료계 역시 이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실제로 코로나19 검사 및 처방으로 혜택을 본 의사는 매우 소수뿐 월급받는 의사의 일자리는 적어졌다. 모순적인 것은 일자리가 적어진 만큼 개원의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경기도 안 좋은데 치과는 늘어났고 환자는 줄어들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자가격리와 거리두기 등으로 예약취소가 증가했으며 치과를 방문하는 환자는 더욱 줄어들었다. 결국 기존 치과나 신규 치과 모두 마케팅에 사활(死活)을 걸게 됐다.

실제로 서울뿐 아니라 각 지역의 규모가 있는 치과들은 이미 한 달에 1억~2억원씩 마케팅 비용을 쏟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 사실은 이미 치과의사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다.

이때 꼭 기억해야 하는 광고가 있으니 바로 ‘DB마케팅’이다. 유명 포털사이트나 SNS를 하는 도중 나오는 치과광고 배너를 클릭하면 전화번호를 입력하라고 나오는 것이 바로 DB마케팅이다. 이때 번호를 입력하면 마케팅 회사는 잠재적인 환자의 전화번호를 수집, 고객사인 치과에 전화번호 1개당 5만~20만원의 비용을 받고 판매한다.

이것은 마케팅에 목 매야 하는 치과에게는 ‘악마의 유혹’이다. 치과는 마케팅 업체를 통해 잠재적인 환자의 전화번호를 구입한 후 수십 명에서 많게는 이십 명이 넘어가는 콜센터 직원을 이용해 환자에게 1·2·3차 콜드콜 등이라고 불리는 절차를 통해 계속 전화를 돌린다. 결국 이러한 행위는 잠재적인 환자를 병원에 방문시켜 실제 환자로 변환시킨 후 콜센터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한다.

이때 병원에서 근무하는 상담실장들은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설명하고 의료행위가 끝나면 성과급을 받는다. 결국 DB마케팅을 활용하는 병원은 항상 환자가 많을 수밖에 없고 결국 그 업무는 진료실 치위생사들과 의료진에게 양도된다. 이는 높은 이직률로 연결돼 DB마케팅을 활발하게 하는 병원일수록 급여와 성과급이 높다.

이렇게 한 명의 환자를 마케팅으로 데리고 오기 위해 사용되는 비용은 생각보다 매우 높다. 콜센터 직원과 상담실장, 진료실 치위생사와 의사 모두 성과급으로 얽혀 있고 소화할 수 있는 숫자보다 훨씬 많은 신규환자가 방문, 결국 신규환자를 모집하기 위해 몇 억원씩 지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시대가 급변하면서 새로운 마케팅 수단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도 한 가지 수단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직업윤리’다.

한 명의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라면 가장 필요한 진료가 무엇인지 진심으로 고민하고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얼마나 할애할 수 있는지 본인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 한 병원을 책임져야 하는 개원의로서 고민은 크겠지만 적어도 의료의 질은 떨어뜨리지 말자.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강조한다. 너무 많이 광고를 하는 병원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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