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나는 대한민국 치과의사다 ②치솟는 진료비, 홀쭉해진 지갑의 진실
[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나는 대한민국 치과의사다 ②치솟는 진료비, 홀쭉해진 지갑의 진실
  •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4.13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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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치과는 기분 좋은 곳이 아니다. 이가 갈리는 느낌과 날카로운 기계소리가 치료를 두렵게 할뿐더러 진료가 끝나면 홀쭉해진 지갑은 덤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치과진료비는 비싼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치과진료비 구성요소에 대해 알아야 한다.

먼저 임대료다. 치과 역시 수익이 남아야 먹고산다. 문제는 최근 건물값이 급상승하면서 이와 맞물려 임대료도 매우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서울을 예로 들겠다. 서울의 동대문 쪽 구도심에 새로 개업한 후배에 의하면 70평 정도 되는 신축건물의 임대료가 월 1600만원 정도라고 한다.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 개업한 지인 역시 100평 정도 되는데 임대료가 1200만원 정도라고 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일반적으로 병원 월매출의 7~10% 정도가 임대료로 소요된다.

임대료도 급상승했지만 최저임금 역시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많은 자영업자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이때 최저임금의 상승에 관한 가치판단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 단 제대로 준비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상황이 겹쳤다. 최저임금의 상승은 치과에서 근무하는 데스크 코디네이터와 치위생사의 급여에 큰 영향을 끼친다.

실례로 갓 졸업한 치위생사 1년 차 선생님의 신규급여가 지난해 졸업한 치위생사 2년 차 선생님의 기존급여보다 높은 일이 벌어졌다. 서울의 중심지에 있는 치과병원의 경우 월매출 20~25% 정도가 인건비로 지출되며 최근 시행되는 바뀐 근로기준법의 연차 규정이나 초과근무 금지 등으로 이 비율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또 치과기공소 비용도 무시하지 못한다. 치과에서 하는 진료의 상당 부분이 크라운, 임플란트, 보철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치과기공소는 필수불가결하다. 물론 임플란트나 틀니를 많이 하는 치과와 소아환자를 위주로 보는 치과의 차이는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기공소에 지불하는 비용은 월매출의 8~15% 정도이다.

치과에서 사용되는 기자재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치과에서 사용되는 기자재는 매우 많다. 임플란트 하나에만 소요되는 기자재에는 이칼날, 나일론실, 임플란트 픽스쳐, 임플란트 커서스크류 또는 힐링어버트먼트, 골이식재, 콜라겐 막 등 수도 없이 많다.

신경치료라는 간단한 치료를 받을 때에도 리버댐 시트, 나이타이, 수용성칼슘, NaO CI, 생리식염수, 페이퍼포인트, 가타퍼쳐, 실러 등 매우 다양한 재료가 있어야 한다. 일회용품을 재사용하지 않고 유럽기준의 소독용품을 구비해 사용하고 있는 필자의 병원을 예로 들면 이 비용은 월매출의 약 5% 정도를 차지한다.

게다가 신규 환자 유입을 위한 홍보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한 달에 1억~2억원씩 DB마케팅 및 콜센터로 지출하는 일부 치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이때 치과들이 거의 다하는 광고로는 네이버 검색어, 플레이스 순위를 올리는 작업, 블로그 작업 등이며 이러한 작업을 이유로 마케팅 업체들이 보통 요구하는 견적서가 월 500만원에서 월 3000만원 정도다. 중심지 쪽의 치과는 월매출의 10~20% 정도, 소규모의 치과도 10% 내외로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1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하면 10%는 임대료를 위해 사용되고 25%는 인건비, 15%는 기공비, 10%는 마케팅을 위해 사용된다. 여기서 남는 35%가 바로 국세청에서도 인정하는 치과의 순이익율이며 일반적으로 치과의사들은 이 35%의 약 41.8%를 세금으로 납부하고 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매출 100만원이 발생했을 때 치과의사의 실질적인 수입금액은 약 20만원 내외이다. 물론 이 돈 역시 대출로 인해 은행에게 회수당한다.

또 이것을 임플란트에 대입해 보겠다. 임플란트 1개의 진료비용을 100만원으로 가정하면 20만원 정도가 치과의사의 수익이 되는 것이다. 물론 20만원의 수익에는 다시 환자가 1년 뒤 방문했을 때 소용되는 유지보수 비용과 2년 정도 뒤에 보철물이 깨지더라도 저렴하게 수리해주는 비용 등 책임진료의 비용이 포함돼 있다.

환자 입장에서 치과진료비는 목돈이 나가는 것이고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치아건강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너무 저렴한 진료를 고집하는 것만이 꼭 ‘현명한’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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