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나는 대한민국 치과의사다 ⑤교정치료, 한국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나는 대한민국 치과의사다 ⑤교정치료, 한국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5.12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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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연암 박지원 선생의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문구를 살펴볼 수 있다. 바로 ‘청나라에도 청심환이 많지만 가짜가 수두룩하다’라는 구절이다.

그 당시에도 가짜약으로 사람을 기만하는 사람이 있었다니 통탄을 그칠 수 없다. 문제는 이 ‘짝퉁’이 더 정교하게 발달, 치과 병의원에서도 만연하다는 것이다. 치과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임플란트나 교정장치는 의료기기다. 의료기기는 인체에 삽입, 이용되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매우 엄격하게 관리한다.

지난 칼럼에서는 '임플란트 정품'이라고 광고하는 치과에 대해서 알아봤다. 모든 임플란트는 식약처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정품이다. 즉 임플란트는 정품이라 광고하는 것이 의미가 없고 오히려 다른 치과가 짝퉁을 사용하는 것처럼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일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교정장치는 상황이 어떨까? 몇 년 전 서울의 A치과에서 일본 Tomy 사의 클리피씨 교정장치를 사용한다고 하면서도 환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게 유도해 저렴한 국내 H사의 교정장치를 사용하다가 소송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사실 국내O사가 만든 와우 교정장치의 모양과 색은 일본 Tomy사의 클리피씨 교정장치와 매우 유사해 환자들이 식별하기 어렵다. 게대가 국내O사가 해당 사건 이후 와우 교정장치를 단종시키고 M교정장치를 새롭게 론칭, 더욱 클리피씨와 유사해 치과의사들도 구분하기 어렵게 됐다.

물론 법적으로 와우 교정장치나 M교정장치 둘다 식약처의 정식 허가를 받은 ‘정품’ 브라켓이다. 하지만 치과의사가 일본 클리피씨 장치를 사용한다고 환자에게 이야기하고 저렴한 국내 또는 중국산 교정장치를 고지도 없이 사용하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 ‘짝퉁’ 브라켓으로 진료를 받는 것과 같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투명교정장치 회사는 얼라인 테크놀러지로 해당 회사의 주력 제품은 ‘인비절라인’이라는 투명장치다. 얼라인 테크놀러지에서 책정한 인비절라인의 기본 기공료는 200만원에서 600만원인 만큼 매우 고가다.

가로수길에 있던 한 치과에서는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투명교정장치를 그것도 인비절라인이 연상되는 이름인 노비절라인, 노비절라인 플러스 등의 이름을 붙여서 사용했다. 이는 짝퉁 교정장치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 결국 해당 상표와 관련해 소송이 있었고 인비절라인 측이 승리했다.

최근 교정치료를 고려하는 환자라면 ‘우리 치과의 인비절라인 투명교정이 100만원부터 시작합니다’라고 설명한 후 환자에게 “인비절라인 ‘같은’ 투명교정이 좋을 것 같습니다” 또는 “‘인비절라인보다 더 좋은’ 투명교정장치를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등의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실질적인 짝퉁 교정장치를 사용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심지어 “저희 원장님이 개발해 특허받은 더 좋은 투명교정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본인 병원의 투명교정장치가 정말 당당하다면 다른 제품의 이름을 팔아 환자를 유인할 게 아니라 본인이 특허받은 장치의 이름으로 떳떳하게 광고해야 그것이 ‘정품’인 것이다.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차별화’라고 한다. 차별화라는 과정을 통해 해당 제품이 다른 제품에 비해 어떤 부분이 뛰어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마케팅의 핵심이다.

건강은 한 번 잃으면 회복하는 데 오래 걸린다. 치명적인 손상으로 원상복귀가 안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환자들이 쉽게 검증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화된 것처럼 보이는 마케팅을 하고 폭리를 취하는 행동은 ‘의사’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양심이 부족한 자다. 소비자들이여, 부디 똑똑해지고 자신에게 잘 맞는 치료를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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