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ATTR-CM “심장이 점차 멈춰가지만 난 울 수 없었다”
[극복해요! 희귀질환] ATTR-CM “심장이 점차 멈춰가지만 난 울 수 없었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7.0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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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ATTR-CM은 진행성질환이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만일 평소 잦은 ▲부종 ▲호흡곤란 ▲피로감 등이 지속된다면 ATTR-CM을 의심해야 한다. 왼쪽부터 진단검사의학과 김주원, 심장내과 손정우 교수
ATTR-CM은 진행성질환이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만일 평소 잦은 ▲부종 ▲호흡곤란 ▲피로감 등이 지속된다면 ATTR-CM을 의심해야 한다. 왼쪽부터 진단검사의학과 김주원, 심장내과 손정우 교수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이하 ATTR-CM)입니다.”

“치료 가능한 질환인가요?”

이 말을 들은 의료진은 순간 멍해졌다고 했다. 머릿속에 수만 가지의 단어가 스쳐 지나갔지만 환자에게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치료제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치료제 사용이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죄송합니다.”

순간 진료실에는 적막이 흘렀다. 의료진과 환자 역시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의료진은 치료제가 있지만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이, 환자는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 그들을 괴롭게 했다.

심장에 문제에 생기면 사람들은 덜컥 겁부터 먹게 된다. 이번에 다룰 ATTR-CM역시 마찬가지다. ATTR-CM은 치명적인 희귀질환은 발병 후 기대여명이 3~3.5년 수준밖에 되질 않는다. 다행히 타파미디스(빈다맥스)라는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환자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됐다.

문제는 타파미디스는 국내에서 ATTR-CM으로 보험적용이 되질 않아 사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진과 환자들은 이 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는 큰 신뢰가 쌓인다. 환자를 위해서라면 수고스러움도 마다하지 않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손정우, 진단검사의학과 김주원(희귀질환거점센터장) 교수를 만났다.

■당시 환자 상태

#80대 이모 씨는 평소 숨차고 다리가 붓는 증상이 나타났다. 이모 씨는 단순 노화로 치부.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증상이 심해져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을 방문했고 ATTR-CM을 진단받았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 현재 시중에 나온 약이 급여화가 되지 않았고 워낙 고가다 보니 사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모 씨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희귀질환인 ATTR-CM의 주요인은 혈장단백질인 ‘트랜스티레틴(이하 TTR)’ 생성과정에 있다. 트랜스티레틴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로 혈액 속 갑상선호르몬인 티록신(T4)과 레티놀 결합 단백질을 운반한다. 문제는 이 단백질 생성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아밀로이드가 생성, 심장근육에 침착돼 심근을 손상시킨다.

심장내과 손정우 교수는 “아밀로이드증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한 곳 이상의 조직이나 장기에 지나치게 쌓여서 조직이나 장기의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을 총칭한다”며 “아밀로이드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침착돼 초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환자가 진단방랑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이때 ATTR-CM은 유전자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유전성(Hereditary)과 노화로 발생하는 정상형(Wild-type)으로 구분된다. 문제는 ATTR-CM환자 10명 중 9명이 정상형이기 때문에 평소 잦은 ▲부종 ▲호흡곤란 ▲피로감 등이 지속된다면 검진을 받아야 한다.

진단검사의학과 김주원 교수는 “ATTR-CM은 진행성질환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시기”라며 “정부의 노력에도 급여화 문제로 아직도 많은 희귀질환자들이 의료사각지대에 위치해 있다”고 토로했다.

타파미디스는 심장과 간 이식 외에 여타할 치료법이 없었던 ATTR-CM 치료의 미충족 수요를 채워주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타파미디는 현재 비급여 항목으로 존재해 사용이 어렵다.
타파미디스는 심장과 간 이식 외에 여타할 치료법이 없었던 ATTR-CM 치료의 미충족 수요를 채워주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타파미디는 현재 비급여 항목으로 존재해 사용이 어렵다.

■유일한 치료옵션 ‘타파미디스’

ATTR-CM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심근에 침착되는 질환이다. 이때 좌심실의 기능은 유지되면서 이완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완기심부전, 울혈성심부전 등이 발생한다. 따라서 많은 환자들이 부종,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해 결국 심부전으로 사망에까지 이른다.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ATTR-CM의 정확한 통계는 존재치 않는다. 다만 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에 약 2000여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만 추측되고 있다. 지금까지 ATTR-CM에 관한 치료제는 존재치 않았다. 따라서 ATTR-CM환자는 이뇨제, 부정맥관리, 심부전관리 등의 치료만 이뤄져 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 ATTR-CM의 유일한 치료제로 ‘타파미디스’가 허가됐다. 문제는 타파미디스는 현재 비급여 항목이라는 점이다.

김주원 교수는 “과거 ATTR-CM의 최종진단은 심근을 체취하는 생체조직검사가 이뤄졌지만 고령의 환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부담이 있었다”며 “최근 핵의학검사 같은 비침습적 진단기준과 진단법 등이 나와 부담이 떨어졌지만 치료제 문제로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파미디스의 개발은 심장과 간 이식 외에 여타할 치료법이 없었던 ATTR-CM 치료의 미충족 수요를 채워주는 치료법이다. 실제로 타파미디스 임상3상에 따르면 투약군은 위약군 대비 사망률 30% 감소, 심혈관 관련 입원 32% 감소효과를 입증했다. 또 연구 30개월 시점에서 환자의 기능적 운동능력을 측정하는 6분 보행검사 및 환자의 삶의 질 저하를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손정우 교수는 “ATTR-CM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생존기간이 2~3.5년으로 결국 대부분의 환자가 심부전으로 악화해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라며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재로서 가장 좋은 치료옵션은 타파미디스 급여화를 통한 조기치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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