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아밀로이드증…‘혼자’가 아닌 ‘함께’ 하겠습니다”
[극복해요! 희귀질환] “아밀로이드증…‘혼자’가 아닌 ‘함께’ 하겠습니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7.19 15:20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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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동현 아밀로이드증환우회 회장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김동현 회장은 “아밀로이드증은 진행성질환으로 한번 증상이 시작되면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아직 전문적인 진단체계, 약의 급여화 등의 문제로 치료제가 존재하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동현 회장은 “아밀로이드증은 진행성질환으로 한 번 증상이 시작되면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아직 전문적인 진단체계, 약의 급여화 등의 문제로 치료제가 존재하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이 있다.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이 했던 명언이다. 실제로 스크린 속의 찰리 채플린은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희극’ 그 자체다. 하지만 스크린 속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삶은 ‘비극’이라는 모순됨이 보인다.

투병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간혹 미디어에 방영된 ‘투병일기’를 보고 삶의 중요성을 느낀다. 하지만 그들의 아픔이 우리에게 다가온다면 과연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번에 만난 그는 달랐다. 그의 은테 안경 너머는 또렷하게 빛났으며 환자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여유로움이 넘쳤다.

김동현 아밀로이드증환우회 회장을 만났다. 환자임과 동시에 환우회 회장인 그는 질환이 생명을 갉아먹고 있는 와중에도 행복함이 느껴졌다. 그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하나씩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니 선명한 목표가 보였다고 했다. ‘같이’ 행복하기 위해 아밀로이드증환우회를 설립한 김동현 회장을 만나 그의 여정을 들어봤다.

- 아밀로이드증환우회 설립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다.

아밀로이드증환우회뿐 아니라 모든 환우회 설립이 어렵다. 그건 환자 본인들이 ‘심적 여유’가 없어 한자리에 모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적여유를 갖길 위해서라도 환우회는 꼭 필요하다. 이건 우리나라가 해외 환우회에게 배워야 할 점이다.

‘유전성아밀로이드증’을 2013년에 진단받았다. 당시 캐나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을 때였다. 문제는 캐나다에는 아밀로이드증을 치료해줄 의료진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삼성서울병원에 ‘아밀로이드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귀국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환자가 워낙 극소수여서 환우회가 존재하지 않았다. 반면 외국에는 서로 의지가 돼주는 환우회가 존재한다. 환우회는 임상, 치료제 등 최신 의료소식을 공유하고 서로 의지가 돼주는 소중한 모임이다. 이에 ‘아밀로이드증 환우회’를 직접 구성, 2019년 환자단체를 결성했다.

- 아밀로이드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현재 ‘유전성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이하 ATTR-PN)’과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이하 ATTR-CM)’ 두 질환을 앓고 있다. 따라서 항염증제를 처방받았다. 다행히 ATTR-PN치료제로 ‘타파미디스 메글루민염’이 개발돼 현재 투약 중이다 반면 ATTR-CM은 치료제가 존재하지만 비급여영역에 속해 있어 사용이 어렵다. 국제 학회에서 생존율 개선을 보였음에도 급여화가 되질 않았다. 즉 환자들에게 ‘희망고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치료제가 있는데도 사용하지 못하고 매일 죽음을 향해 속수무책으로 걸어간다고 생각해봐라. 환자, 보호자, 의료진 모두에게 답답한 상황이다. 특히 ATTR-PN과 ATTR-CM 둘 다 진행성질환으로 한 번 증상이 시작되면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 ATTR-PN과 ATTR-CM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ATTR-PN과 ATTR-CM 모두 아밀로이드 침착이 원인이다. 하지만 아밀로이드가 침착 기관에 따라 질환명은 다르다. ATTR-PN은 말초신경에 아밀로이드가 침착되는 극희귀질환이다. 초기에 통증이나 이상감각 같은 증상부터 심장, 신장, 눈 등 다른 기관까지 합병증이 나타나고 평균 생존기간은 7.3년이다. 

반면 ATTR-CM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심근에 침착되는 질환이다. 이때 좌심실의 기능은 유지되면서 이완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완기심부전, 울혈성심부전 등이 발생한다. 따라서 많은 환자들이 ATTR-CM 진단 후 2.5~3년 내 심부전으로 사망한다. 문제는 ATTR-PN은 산정특례로 인정, 타파미디스 메글루민염을 사용할 수 있지만 ATTR-CM의 경우 산정특례로 인정받지 못해 신약 사용이 어렵다.

- 일본, 프랑스 등 아밀로이드증 관련 행사가 있으면 찾아간다고 들었다.

일본 국제 아밀로이드증 학회에 갔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은 이미 큰 규모로 아밀로이드증 환우회가 두 곳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파리 국제아밀로이드증연합회(AA)창립 총회에 참석했다. 우리나라보다 환자가 많은 유럽은 이미 아밀로이드증에 관환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 있다. 이때 느낀 것은 ‘공감’과 ‘공동체’였다. 그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국내에서 느꼈던 고립감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에 아밀로이드증환우회는 최우선으로 환자와 소통을 원칙으로 한다. 아밀로이드증환자들의 조기진단과 체계적인 치료를 돕기 위한 운동부터 해외 최신 논문 번역, 행사, 심포지엄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초기 환우회 설립 때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지만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국가차원에서 희귀질환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맞다. 이 부분은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처럼 의료보험제도가 잘 돼 있는 나라는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확진을 받기까지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이는 아밀로이드증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시스템 및 전문의료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국내에는 아직 아밀로이드증에 관한 정확한 통계가 부족하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와 비교해 환자 발굴이 증가했다고 하지만 이는 병에 대한 환자인지도가 높아진 것이다. 만일 전문적인 센터처럼 체계적인 진단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유전성 아밀로이드증의 경우 자손들이 질환위험성을 인지, 건강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사회경제적 면에서도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 환우회 회장으로서 한 말씀 부탁한다.

아밀로이드증은 현재까지 국내에 알려진 환자가 100여명이다. 문제는 유전성아밀로이드증의 경우 대물림되는 유전질환으로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의 심리적 부담도 매우 크다. 만일 이 글을 읽고 계신 환자 분들이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물론 암담할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자. 아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같이 의지하고 나아가다 보면 지금은 아닐지라도 머지않은 날 치료의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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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희 2021-11-18 06:08:39
어떻게 가입하나요?

안성희 2021-11-18 06:07:38
환우회 가입하고 싶습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만큼 힘듭니다.

정태욱 2021-07-22 02:17:01
회장님과 환우회가 있어서 매우 큰 힘이 됩니다. 이번에 꼭 빈다맥스 급여심사가 통과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PARK HYERAN 2021-07-19 19:13:44
환우분들이 기다리고 있는 복용약(빈다맥스)의 빠른 급여허가가 진행되길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최태석 2021-07-19 19:04:22
하루빨리 아밀로이드증이란병에서 해방되는 그날이 꼭 왔으면좋겠습니다 환우들에게 희망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