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이 순간에도 희귀질환자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극복해요! 희귀질환] “이 순간에도 희귀질환자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12.1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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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종민 척수성근위축증 환우회 이사장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지난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문종민 이사장은 “리스디플람은 심한 척추즉만증과 척추측만증수술로 인해 척수강 내 주사 투여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종민 이사장은 “리스디플람은 심한 척추측만증과 척추측만증수술로 인해 척수강 내 주사 투여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에게 무엇이 어렵냐는 질문이 싫다.”

그간 그가 어떤 시선을 받아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동정 어린 시선까지 겹치니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는 게 고달파도 아이들의 올망똘망한 눈동자만 쳐다봐도 없던 힘이 샘솟는다고 했다.

오랜만에 본 문종민 척수성근위축증(이하 SMA) 환우회 이사장의 눈빛은 여전히 혁혁했다. 그의 자녀는 현재 SMA를 앓고 있다.

SMA는 운동 기능에 필수적인 생존운동신경세포(Survival Motor Neuron, SMN) 단백질 결핍으로 인해 운동신경이 소실돼 전신의 근육이 점차 약화되는 ‘희귀유전성 신경근육질환’이다. 이는 생존의 영역인 호흡과 심장 맥박에 관여하는 근육부터 골격근, 관절, 자율신경시스템까지 전신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SMA는 영아부터 성인기까지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발현시기에 따라 1~4형으로 나뉘는데 생후 6개월 이내 발생하는 1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 18개월 이후 나타나는 3형 SMA환자들의 경우에는 거의 정상적인 기대수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치료전략이 시급한 시점이다.

다행히 SMA는 다른 희귀질환과 달리 치료제가 많이 개발된 상태다. 하지만 고가의 약이다 보니 급여화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최근에는 바이오젠의 ‘뉴시너센나트륨(스핀라자)’과 노바티스의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졸겐스마)’에 이어 세계 최초 경구형제제인 로슈의 ‘리스디플람(에브리스디)’이 개발됐다. 문종민 이사장과 환자 입장에서 바라본 SMA치료제에 관해 얘기했다.

- SMA환우회에는 몇 명의 환자가 가입돼 있나.

국내 전체 환자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질병관리청에 등록돼 있는 환자는 5000여명 정도다. 이는 G12.3, G12.9 등의 질병코드로 등록된 전체 환자들이고 그 중 유전자검사를 통해 5q염색체 내 돌연변이 SMA로 진단된 환자는 200명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 환우회 등록 환자수도 200여명 정도다.

- SMA는 유형이 다양한 만큼 전 연령에 환자가 존재한다.

맞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진단 시기다. SMA는 일반적으로 발병시기에 따라 1~4형 등으로 환자를 나누는데 경험상 양육자가 아이의 상태를 얼마나 관심 있게 보고 치료시기에 따라 예후가 다르다.

SMA는 과거 치료제가 없어 부모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도 많아지고 의료진 역시 증가, 많은 환자가 건강한 삶을 이어간다. 제가 아는 환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도 51세다. 또 실제로 1형환자들도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 권유와 부모의 참여 덕분에 청소년, 성인까지 생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자 비율은 20세 기준으로 신생아·영유아 60%, 청소년·성인환자가 40% 정도다.

- 산정특례로 희귀질환자들의 삶이 그나마 윤택해졌다. 하지만 SMA는 재활·운동치료가 매우 중요한데.

다행히 정부는 2형 SMA환자들에게 휠체어, 자세유지기를 지원하고 있다. 또 1형 환자들에게는 호흡기 등을 일정 부분 지원하고 있어 본인부담금만 내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호흡기의 경우 과거 100% 무상지원이었지만 현재는 본인부담금이 발생하고 있어 아쉽다.

- 가장 안타까운 점은 무엇인가.

본인부담금 상한제다. 현재 본인부담금 상한제에 따른 사전 적용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이를 병원에서 바로 적용해주지 않고 있다. 본인부담금 상한제는 연간 본인일부부담금 총액이 개인별 상한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 금액을 건강보험공단이 대신 부담하는 제도다. 하지만 다음 해 8월에나 적용되기 때문에 진료비가 급히 필요한 환자가 제때 보장받지 못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 국내 SMA 치료환경에서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할 점은.

어려운 질문이다. 우선 SMA가 신생아선별검사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SMA는 선택적 선별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 신생아선별검사에 SMA를 포함시키면 환자가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어 환자예후와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또 현재 유전자치료제 등 고가의 신약이 계속 개발되는 만큼 ‘선치료·후평가·후지급’제도가 도입되길 희망한다.

- SMA는 다른 희귀질환과 달리 여러 치료제가 존재한다.

맞다. 매우 희망적인 부분이다. 현재 국내에는 총 3가지 SMA치료제가 허가된 상태다. 우선 현재 급여처방이 가능한 약물로는 ‘뉴시너센’이 있다. 뉴시너센은 척수강투여법을 통해 약물을 주입하며 영구호흡기가 필요한 기관지 절개 환자, 3세 이후에 진단된 환자들을 제외하고 모두 치료효과가 있었다. 물론 모든 환자의 예후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또 물리치료, 재활치료, 운동치료 등을 적극적으로 해야 예후가 좋다.

일례로 동일한 시점에 임상연구에 참여했던 두 환자가 있었다. 두 환자 중 운동량이 많았던 환자의 예후가 훨씬 더 좋았다. 경구형제제인 리스디플람, 유전자치료제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 등 모두 마찬가지다. 하지만 다양한 치료제가 나온 만큼 치료제 간 공백을 채워줄 것으로 생각한다.

- 최초의 경구형치료제 ‘리스디플람’이 개발됐다.

리스디플람은 투여간격이 4개월이었던 뉴시너센의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리스디플람은 약제비에서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리스디플람은 심한 척추측만증과 척추측만증수술로 인해 척수강 내 주사 투여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 리스디플람은 투여가능 연령폭이 넓다. 환우회 입장에서 몇 세까지 급여처방이 이뤄졌으면 좋겠는지.

민감한 질문이다. 하지만 임상적 근거를 통해 효과와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급여범위를 정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건강보험 재정이 제한적이지만 유전자검사를 통해 5q SMA로 진단받은 환자 전원이 급여적용을 받았으면 좋겠다. 문제는 앞서 급여적용을 받은 뉴시너센의 경우 허가 이후 급여적용까지 1년 1개월이 결렸다. SMA는 치료시기가 매우 중요한 만큼 하루빨리 급여적용이 이뤄졌으면 한다.

- 아직까지 SMA에 관한 편견이 있다.

안타까운 대목이다. 많은 이가 응원해주지만 몇몇 사람은 극단적으로 반응한다. 그럴수록 외부에 투병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는 생각보다 매우 따뜻하다. 또 SMA는 절대로 부모 한 명이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경제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무조건 두 사람이 함께 관리해야 한다. 다행인 점은 과거 우리 아이가 처음 SMA를 진단받았을 때 담당 의사는 SMA는 곧 완치가 가능한 5대 질병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지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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